대체 왜 꽃이 좋아져 버렸는지
퇴근길이면 항상 지하철 한정거장을
산책하듯 느릿느릿 걸어가서야
지하로 내려간다.
짧은 산책의 끝 하얗게 입을벌린
공덕역 출구 근처에는 누구나 아는
큰 유리빌딩이 있고, 1층 모퉁이엔
애매한 크기의 꽃집이 있다.
팍팍한 시멘트색 남자 회사원이
뚫어져라 쳐다보면 오해할까봐
부끄러워 갈길가는척 흘끔흘끔
스쳐보듯 지나가지만
오늘은 그냥 잠깐 서서 멍하니 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뻔했다
언제부터 나같은사람이 꽃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몇년전 헤어진 네가 꽃을 좋아해서
그저 아름다움만 가득찬 그것을,
네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가격이고 뭐고 재지않고 종종 고르다보니
나도 모르게 꽃이 좋아졌었다.
그렇게 꽃이 좋아졌던 나는
정작 네게 한송이도 받아보지 못했더라도
네게 받았더라면 얼마나 기뻤을까 하고 상상은 해봐도
결코 그러지 못했던 너를 원망하진 않는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내눈에 비친 너의 아름다움을 닮은것을 주는 즐거움과
세상에 쓸데없이도 참 아름다운 것 하나를
내게 알려주고 갔으니.
플로리스트 강좌를 알아봐야겠다.
나중에 작은 꽃집을 부업으로 할 수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