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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캥거루 May 04. 2019

점심시간1 -  축시

기습적인 마음의 공격

 '자니?'는 아니었다. 평일 정오 너무 뻔히도 점심시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점심 먹나'툭 던져져있는 메시지는 적잔이 당황스러웠다. 그 바로 위 묘히 익숙한 전화번호와 합쳐져서 말이다. 그게 나를 때렸다. 


  그대로 점심을 걸렀다. 나는 없는 약속을 만들어 아는 이 아무 없을 카페로 도망을 쳤다. 숨을 고르고, 이정도적당하다 착각하는 텀을 두고 얼레벌레 답장을 썼다. 그걸 또 내가 그랬다.


 "응 이제 먹으려고 왜" 큰 숨을 또 어렵게 쉬어낸다. 호흡 하나 손가락 움직임 하나가 이리도 어려운 것이었나. 그리고 어떻게 몇번의 메시지가 어찌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너의 답은 느렸고 나도 느렸지만 그 시간은 순식간에 반나절을 삼켰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났을때, 나는 그 짧은 대화를 얼마나 되읽어 복기했던지 지금은 너의 호흡 하나하나가 내게 박혀있다. 


 당황한 나의 말들은 분명 멋스럽지 못했다. 반면 너는 왜 그렇게도 자연스러웠던 것이냐. 너와 달리 태연히 받아 던지지 못한 나의 글자들은 하나하나 눌러 써서 너무도 무거웠다. 그것마저도 그랬다. 괜찮다 괜찮다 되뇌던 나는 아마 괜찮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나는 아직이라는 것은 그렇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 되었다.


 너는 힘들었던 우리를 굳이 끄집어 냈었다. 그때 나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변명을 듣고 싶었다고 한다. 그게 굳이 왜 지금 궁금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디 내가 감히 네 마음의 왜를 알수있겠나 싶기도 하다만, 네 연락의 의도에 대한 나의 착각 어린 추측은 나를 복잡하게 하는데 또다시 성공했다. 아무리 부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그렇다. 그래도 아니야 아닐거야. 

 

 제작년 작년 올해 그리고 오늘, 왜 너는 내 인생의, 연애의 변곡점마다 그렇게 갑작스레 등장하는 것이냐. 그리고 왜 나는 매번 너의 등장에 맥을 못추고 찢어지는건가. 나는 이제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지난하다.


 새벽, 잠들지 못해 처방약을 찾듯이 벌벌거리며 축시를 검색했다. 한번을 읽고 두번을 읽고, 여태 수백번을 읽었던 시를 아예 외워버릴 기세로 읽었다. 그리고 아직 그걸 찾고 있는 나는 아직도라는 걸 다시 안다. 미안하다 너에게 나에게 누구에게도. 저 밑에 너때문에, 나때문에, 나는 다시 잘 못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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