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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트래픽, 진짜 고객으로 바꾸는 PMF의 비밀

Push형 vs Pull형: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by 포텐셜아이즈
“PoC도 진행했고, 트래픽은 늘고 있는데,
왠지 뭔가 불안한가요?”

트래픽은 있는데 전환이 안 되는 이유, 어쩌면 그건 시장이 ‘끌고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밀고 있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막연하게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고 믿으며 시간과 돈을 태우면서 힘들게 밀어 가는 Push형은 이제 멈추고, 어떻게 하면 시장이 끌어가는 Pull형으로의 전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글이 그 신호와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당신의 제품은 시장이 끌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계속 밀고만 있습니까?"

이 질문은 스타트업 피칭 이후, 창업자와 대화할 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화려한 슬라이드와 풍부한 트렌션으로 피칭을 마친 후, 혹여나 슬라이드에 작성한 숫자를 진짜 시장의 반응으로 착각하고 있을 까봐서 묻는 겁니다.

많은 초기 창업자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초기 유저가 생기고, PoC 제안이 오고, 트래픽이 오르면 '시장 반응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수요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초기 창업자의 열정과 에너지로 밀어 붙여서 만들어낸 '만들어진 반응'일 수도 있다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Push형 vs Pull형: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Push형 사업: 창업자가 모든 걸 밀고 있다!

즉시 확인 가능한 Push형 신호들:

마케팅 의존도 100%: 광고비를 끊으면 신규 가입이 80% 이상 떨어집니다

창업자 = 세일즈: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계약 성사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기능 중심 사고: 고객 요청보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가정으로 개발합니다

"Nice to have" 반응: 고객이 "편리하긴 해요" 정도의 미지근한 반응을 보입니다

재구매/재사용 저조: 한 번 써보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고객이 많습니다



Pull형 사업: 시장이 제품을 갈망한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Pull형 신호들:

Organic 트래픽 우세: 자연 검색, 직접 방문, 추천이 전체 유입의 60% 이상

높은 리텐션: 7일 리텐션 40% 이상, 30일 리텐션 20% 이상 유지

자발적 업그레이드: 별도 영업 없이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율 5% 이상

"Must have" 반응: "이거 없으면 일이 안 된다" "우리 팀 필수템이 됐다"

사용자 주도 확산: NPS 50 이상, 추천율이 이탈율보다 높음


이 구분은 단순한 스타일의 차이가 아닙니다. Pull형 사업만이 product-market fit(PMF)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만의 확신’을 시장이 따라와주기를 바라는 게임을 하게 되죠.





실제 사례-Push vs Pull


AI 스타트업 – "PoC는 있었지만 시장은 없었다"

한 AI 기반 문서 요약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대표는 전직 대기업 AI 리서처 출신으로 기술력은 뛰어났습니다. 몇몇 공공기관 및 기업들과 PoC를 진행하며 "이제 곧 본 계약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PoC는 '무상'이었고

반복 요청이 전혀 없었으며

실제로 정식 도입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시장 반응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던 거죠. 결국 이 스타트업은 B2B 시장에서 빠르게 피벗했고, 개인 리서처를 위한 보조 툴로 포지션을 바꿔 유료 구독 모델로 전환했습니다. “제품을 진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끌어가는 시장”에서 새롭게 출발한 겁니다.


Figma – 시장이 먼저 끌어당긴 예외적인 사례

Figma는 대표적인 Pull형 성장의 교과서입니다. 초기 MVP 수준의 협업 디자인 툴을 출시했을 때부터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거 없으면 업무가 너무 느려진다"

"다음 회의는 피그마로 하자"

"우리 팀 표준 툴로 바꿨어"


심지어 정식 유료화 전부터 팀들이 자발적으로 '사내 표준 툴'로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제품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였죠. 투자자들도 이 신호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organic 유입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협업 초대 수

별도 마케팅 없이도 사용자가 계속 머무는 패턴


이 모든 데이터는 창업자가 시장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제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였던 샘입니다.


Pull/Push 전환의 흐름-사례

Slack - 팀 내부에서 시작된 자연스러운 확산

초기 Push 단계 (2013-2014)

Stewart Butterfield가 직접 100여 개 회사를 돌며 설득

무료 체험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사용법 직접 교육

초기 6개월간 대부분이 창업자 주도의 영업


Pull 전환점 (2014년 말)

한 팀에서 도입하면 다른 팀도 자동으로 요청하기 시작

"슬랙으로 회의하자"가 일상 언어가 됨

사용 중단 시 직원들이 "불편하다"며 재도입 요청


결과적 지표

일일 활성 사용자가 월 100% 성장 (2015년)

유료 전환율 30% 달성 (업계 평균 2-5%)

추천을 통한 신규 가입이 전체의 85%

Notion - 개인 도구에서 팀 필수템으로

초기 Push 단계 (2016-2018)

복잡한 기능으로 인한 높은 러닝 커브

창업자가 직접 YouTube, 트위터에서 사용법 전파

파워유저 중심의 제한적 확산

Pull 전환 계기 (2019-2020)

재택근무로 인한 문서 협업 니즈 폭증

기존 사용자들이 팀 전체를 Notion으로 마이그레이션

"노션으로 정리했어요"가 트렌드 키워드가 됨

측정 가능한 변화

월간 활성 사용자 20배 증가 (2019-2021)

바이럴 계수 1.5 (한 명이 평균 1.5명 추가 유입)

지식 관리 카테고리에서 Google 검색량 1위


"시장이 끌고 있다"는 5가지 핵심 신호

다음 신호들이 나타난다면, 시장이 당신의 제품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증거 - 진짜 트렉션입니다.

1. 리텐션 우위: 유저가 스스로 돌아온다

신규 유입보다 재방문율이 높고, 사용 빈도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2. 자발적 전환: 무료에서 유료로 스스로 넘어온다

영업 콜 없이도 유료 플랜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결제를 진행합니다.

3. 바이럴 추천: 전체 유입의 30% 이상이 지인 초대

별도로 추천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사용자들이 주변에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4. 구체적 피드백: 단순 기능 요청이 아닌 상황 기반 요구

"이런 기능 추가해주세요"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쓰고 싶은데..."라는 맥락적 피드백이 들어옵니다.

5. 재문의 패턴: 한 번 거절했던 고객이 몇 달 후 다시 연락

초기 제안을 거절했던 기업이나 개인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관심을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바로 이런 지표들을 통해 진짜 '시장 반응'을 판단합니다.

때로는 고객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제품이 Push형인지, Pull형인지,

즉 시장이 진짜 끌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어떤 질문이 효과적일까요?

질문 1: "우리 제품을 처음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 Push형: "광고에서 봤어요" "대표님이 연락해서"

→ Pull형: "동료가 추천해서" "검색하다가 찾았어요"


질문 2: "이 제품이 없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Push형: "기존 방법을 쓰겠죠"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어요"

→ Pull형: "정말 불편할 것 같아요" "대체할 만한 게 없어요"


질문 3: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신 적 있나요?"

→ Push형: "아직 없어요" "기회가 되면"

→ Pull형: "이미 몇 명에게 말했어요" "우리 팀 전체가 써요"


스타트업이 조심해야 할 '착각'

테크 스타트업은 '착각의 늪'에 빠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술력이 높을수록 시장 반응을 만들어내기도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정말 놀라워요!"라는 말과 "그래서 우리 팀이 도입(구매)하겠습니다"라는 반응은 완전히 다릅니다. 최근 많은 AI 스타트업이 기술적 호기심과 감탄을 '진짜 시장 반응'으로 오해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곤 합니다.

"돈을 내고라도 쓰겠다"

"당장 우리 팀에 도입하겠다"

"다른 팀에도 꼭 추천하겠다"


기술 데모에서 나오는 "와!" 소리는 시장 검증이 아닙니다.

지갑을 여는 소리가 진짜 시장 검증(증거)임에는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트래픽은 늘었는데,

투자자들은 왜 관심이 없을까?

투자자는 vanity metrics(허수 지표)가 아니라 사용자의 열의, 반복 사용, 유료 전환 가능성을 봅니다.
초기 트랙션은 숫자보다 행동의 깊이로 설득해야 합니다.


단순 방문 수, 가입 수보다 DAU/MAU, NPS, 유료 전환율, 리텐션을 강조하세요.

고객이 직접 “이 제품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피드백은 최고의 지표입니다.

투자자는 때로 고객 인터뷰까지 통해 진짜 수요를 확인합니다.


Notion은 초기 더딘 유저 수 증가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거 없으면 일 못 해요”라는 사용자 피드백, 높은 재방문율, 거기에 네트워크 효과를 넘어서는, ‘노션의 챔피언 - 사용자들이 추종하는 충성고객층’을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덕분에 초기 투자자들의 확신을 얻었습니다. 반면, 월간 사용자 수가 수천 명이었지만 DAU가 낮았던 한 AI 생산성 툴은 “버블일 수 있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시장이 이끄는 흐름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창업자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초기 고객 확보, 제품 인지도 구축, 피드백 수집 등은 모두 창업자의 주도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전환점이 와야 합니다.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제품이 사람을 데려오고, 사용자가 제품을 진화시켜줍니다. 창업자는 이 흐름을 읽고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합니다.


밀고 가야 할 때와, 끌려가야 할 때를 구분하세요.

자사의 제품을 시장에서 밀고 가야 할 지, 아니면 시장이 끌고 가게 할지를 명확히 구분하세요. 더디고 숙고의 시간이 필요할 수 도 있지만, 그래야 진정한 PMF((product-market fit)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제품은 시장이 끌고 있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대표님이 혼자 열심히 밀고 있습니까?


만약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전환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시장이 끌고 있는 Pull형 제품이라면, 시장의 끌어당기는 힘을 창업자가 분명히 체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판단이 어렵다면, 체계적인 지표 분석과 고객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트랙션 지표에 대한 진단과 전환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시장이 끌고 갈 제품으로의 전환에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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