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B는 B인데요..
많은 기업들이 평가 시즌이다.
내가 대리였을 때였다. 회사에서 SAP를 도입하느라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나도 한 모듈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일 8시 30분쯤 회사 도착하면 11시 넘어서 퇴근했다. 그 생활을 몇 개월 하다 시스템 open 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추석과 구정 모두 반납하고 회사로 나와 일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라 SAP로 첫 사업계획까지 마쳤다. 성과를 확인하는 날 내가 받은 것은 B였다. 너무 서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팀장님도 내 항의에 난감해하셨다. 본인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한 것을 더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하신 말씀이..
"넌 A 같은 B야. 그러니까 A에 가까운 B라는 거야."
난 눈물이 나오려다 헛웃음이 나왔다. 난 아직도 이 일이 한이 되어 상무님이 되신 그때의 팀장님을 술자리에서 만나면 이 이야기는 늘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팀장이 되고 팀원들을 평가하는 자리에 오자 그때의 팀장님이 반은 이해가 가고 반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팀원 평가라는 것이 온전히 팀장의 뜻이 담기지 않기도 하고 생각보다 다른 여러 가지 외부요인들이 작용된다.
숫자로 성과가 정확히 표현되지 않는 영업부서 등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워낙 요즘 젊은 직원들은 자신들의 몫을 잘 챙기기도 하고 불공정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있어서 참기보다는 빨리 결정 내리고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나처럼 속상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상이 원래 이렇게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공정하지 않지만 참아라 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회사생활을 조금은 멀리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열심히 일을 해도 온전히 회사가 알아주지 않는 시기도 반드시 존재한다. Input이 바로 내가 원하는 시기에 바로 Output이 되어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회사생활은 농사짓는 것과 비슷해서 씨를 뿌릴 때가 있고 기다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 지금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절망하지는 말자.
당신이 열심히 일한 시간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그 시간은 당신의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조금 늦더라도 그것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