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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별 Aug 24. 2020

뮤지엄 산,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

원주 : 공간이 작품이 되는 뮤지엄



01.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 쌓인 아늑함.

한솔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의 아름다운 산맥에 위치한 이 뮤지엄은 2006년에 건립을 추진하여 7년 뒤인 2013년 5월에 개관됐다. 뮤지엄 산은 2005년에  안도 타다오가 부지를 방문하며 느꼈던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 쌓인 아늑함'이라는 인상을 시발점으로 설계되었다. 안도 타다오는 뮤지엄 산이 위치하게 될 부지를 보며, 가늘고 길게 이어진 산 정상을 깎은 듯한, 아주 보기 드문 땅이기에 이곳에서는 주위와는 동떨어진 별천지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안다타다오의 뮤지엄 산 스케치


02.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일 것이다. 안도 타다오는 뮤지엄 산이 그러한 시간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 자연 속에서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 말이다. 안도 타다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건물 본체뿐만 아니라, 부지 전체를 뮤지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여기에 와서 하루를 보내면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해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는 곳 말입니다." 


뮤지엄 산 전체 관람 동선


03. 동선이 작품이 되는 공간 시나리오.

뮤지엄 산의 또 다른 특징은 관람동선 자체가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파주석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웰컴센터에서부터 푸른 패랭이 꽃과 자작나무 숲길로 이루어진 플라워 가든 그리고 신비로운 워터가든을 지나면 마치 물에 떠있는 듯한 뮤지엄 본관에 도착한다. 그 후 소나무와 부드러운 곡선의 스톤 마운드로 이루어진 스톤 가든에 들어서면 뮤지엄 산의 마지막 구절인 명상관과 제임스 터렐관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웰컴센터에서 시작하는 처음부터 제임스 터렐관으로 끝나는 마지막까지 뮤지엄 산은 관람객들에게 '살아갈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뮤지엄산의 웰컴센터 진입로


04. 파주석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웰컴센터.

무리 훌륭한 메시지라도, 경험하는 이가 공감할 수 없다면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것이다. 그렇기에 뮤지엄 산에서 느끼게 될 감정이 궁금했다. 공간이 의도한 것처럼 정말 '살아갈 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강화할 수 있을지 말이다. 위의 사진은 뮤지엄 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전경, 따듯한 베이지색의 파주석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파주 석벽을 따라 올라오는 길이 평화롭다. 


입구를 통과하면 보이는 전경의 수직적 배치가 시선을 이끈다. 이곳은 웰컴센터로 향하는 길임과 동시에 9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뮤지엄 산의 일반 관람권은 18,000원이지만, 먼길까지 온 만큼 '야외 가든 + 종이박물관 + 미술관 + 제임스 터렐관 +명상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종합권(38,000원)을 구매해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누리는 것이 좋다. 



05.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플라워 가든.

웰컴센터를 통과해 너르게 펼쳐진 플라워 가든의 푸른 녹음과 하늘이 보는 이의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모습을 바꾸며 사계절의 미를 담고 있다. 우측에 위치한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wero)의 키네틱 조각은 공간의 균형감과 사계절의 대비를 더욱 뚜렷하게 한다. 패랭이 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100만 주의 붉은 패랭이 꽃이 향을 내뿜고, 380여 그루의 자작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곡선의 외길은 본관으로 향하는 길을 부드럽게 이어준다. 



06. 고요하고 청량한 물 위의 뮤지엄, 워터가든.

워터 가든의 고요하고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파주석 구조물의 십자 게이트를 따라 통과하면 갑작스럽게 장면이 전환되며, 그전까지 보지 못 했던 새로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마치 극의 장치 같다. 거니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웠던 마음이 깨끗이 씻어내려 가는 듯 했다. 



07. 공간과 메시지를 잇는 중간다리, 뮤지엄 본관. 

파피루스 온실, 페이퍼 갤러리, 산뜰리에, 청조갤러리, 프린트 메이킹 스튜디오, 테라스, 안도코너, 삼각코트, 백남준홀, 세미나실, 테라스로 구성된 뮤지엄 본관. 종이와 문명의 시작이며 어원인 파피루스 온실로 페이퍼 갤러리의 도입을 시작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뮤지엄의 내부는 '빛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간의 기-승-전-결 중 '전'을 담당하는 본관은 뮤지엄 산의 메시지를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08. 대지의 평온함을 전하는 공간, 스톤 가든. 

곧고 푸른 소나무의 우아함과 부드러운 스톤 마운드가 공간의 웅장함을 더욱 강화하는 듯하다. 신라고분의 능선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은 9개의 부드러운 곡선의 스톤 마운드로 이루어져 있다. 관람객들이 대지의 평온함과 돌, 바람, 햇빛을 만끽하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09. 건축이 명상이 되는 공간, 명상관

2018년 개관 5주년을 맞아 추가된 '명상관'. 뮤지엄 산의 비전인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를 집약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 '빛의 교회'가 떠오르는 이 공간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여명으로 내부의 빛을 밝혀 하루 동안의 빛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명상관은 관람객의 정신적인 휴식과 명상을 제안하기 위해 '싱잉 볼 침묵 명상', '보이스 힐링', '자연 명상'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로마 테라피가 가미된 싱잉 볼 침묵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는데, 정신이 맑아짐과 동시에 몸이 가뿐해지는 상쾌함을 느꼈다. 시원한 향의 페퍼민트 오일을 손바닥에 문질러 코로 향을 들이마신 후 목덜미에 발라 몸을 뉘이고 싱잉 볼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



10. 일출과 일몰, 순환하는 빛과 삶.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 '회복과 사유'라는 공간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완성한 제임스 터렐관. '명상, 힐링 그리고 사유'라는 뮤지엄 콘셉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뮤지엄 초기 설계부터 함께 검토되어 설계되었다. 제임스 터렐의 2006년 첫 부지 방문을 시작으로 8여 년의 설계 및 시공 기간 동안 수많은 의견 조율을 통해 지금의 형태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하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의 의지가 빛나는 대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출과 일몰처럼 순환하는 빛이 마치 우리 내의 삶처럼 느껴진다.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라는 메시지가 공허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공간. 사계절 언제든지 이곳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사했고,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철저히 합작한 모두의 노력에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느린 걸음으로 마음을 따라 산책하십시오. 이 만남이, 당신에게 잊히지 않는 '기분 좋은 만남'이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발걸음, 웃음소리, 빛나는 얼굴 모두 간직하겠습니다. ㅡ 뮤지엄 산 


참 고 문 헌

- 뮤지엄 산 공식 홈페이지, http://www.museumsan.org/

- 뮤지엄 산 학예실 (2016), <Museum Space.Art.Nature>, 뮤지엄 산




[브런치 북 : "도시와 뮤지엄, 60개의 이야기."] 

세계 각 도시의 문화 예술 공간은 어떠한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도시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을까요? 전 세계 다양한 예술 공간들이 만들어진 배경과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를 통해 매력적인 예술 공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쓴이 : 이은별]

100명에서 10만명까지 다양한 규모의 아트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현재 문화예술 기획 회사 curioration을 운영하며, 기업과 예술 기관의 아트 마케팅 및 브랜딩을 진행합니다. 일에서 얻은 배움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다양한 미술관/뮤지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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