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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 Cho Feb 02. 2017

[UNV] 몽골 사람들은 진짜로 말을 타고 출근하나요?

UN 희망원정대 몽골편 1화


몽골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지인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부터 음식은 입에 잘 맞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간혹 몽골 사람은 말을 타고 출근 하냐는(?) 질문까지…. 궁금해 하는 그들만큼이나 저도 몽골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그만큼 잘 알지는 못했던 나라였죠. 여러분은 몽골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푸른 초원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좀 더 살을 붙이자면,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광활한 초원을 말을 타고 질주하는 칭기즈칸의 후예!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지난 5월 11일, 울란바토르에 내리는 눈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제가 몽골에 도착했던 지난 2월, 말 타기는커녕 집 밖으로는 도무지 나설 수가 없는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술 더 떠 영하 20~30도의 혹한에 벌벌 떨고 있는 저에게 다가와 “따뜻할 때 와서 다행입니다”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UNFPA(유엔인구기금) 몽골 사무소 직원들. 알고 보니 가장 추울 때는 영하 45도까지 내려간다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추운 수도가 바로 몽골의 울란바토르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UN희망원정대 몽골 편을 처음 전하며 저의 많은 지인들이 궁금해 했던 내용을 모아 Q&A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몽골의 진짜 얼굴, 지금 만나보시죠. 


“출근하는 거 아니에요” (사진: TTstudio / Shutterstock.com)  


 몽골사람들은 말 타고 출근한다던데, 사실인가요??


‘몽골’하면 기마민족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 봅니다. 농담 같지만 정말로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답은 사진으로 드리겠습니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의 모습 


차도가 너무 막혀서 말이 달릴 공간이 없어 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몽골 사람들도 우리처럼 자동차를 타고 출근합니다. 물론 수도 외곽 지역에서는 아직도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유목 생활을 포기하고 도시로 이주하고 있고, 전체 인구 절반이 수도에 몰려 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너무 많은 인구가 도시에 유입되다보니 울란바토르 시내는 하루 종일 매우 심각한 교통체증을 앓고 있습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는 것이 더 빠릅니다. 차가 많은 만큼 대기오염도 심해지고 있고요. 꽁꽁 닫힌 방안 창문으로까지 매연이 들어올 정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칭기즈칸 광장  


 몽골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나요? 음식은 입에 잘 맞나요? 


새로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 외국 생활이 가져다주는 하나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면 말이죠. 음… 제 입맛은 아직 적응중입니다.(하하) 

마트에서는 ‘양머리’도 팔고 있습니다. 


유목생활을 바탕으로 한 몽골의 식문화는 채식보다는 육식이 많고, 간소하게 조리하며, 소금에 절여 먹는 음식이 발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식이 대체적으로 기름지고 매우 짭니다. 고기를 많이 먹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몽골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는 양, 말, 낙타고기 등 우리 입맛과는 조금 다른 취향의 육류입니다. 양고기의 독특한 향은 둘째 치고, 이곳의 소고기에도 특유의 향이 있어 조리를 할 때 매우 신경을 써야합니다. 수입된 닭과 돼지고기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양고기나 소고기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싼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름지고, 짜고, 특유의 향이 나는 고기로 만들어진 음식에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립니다. 

몽골 대표 음식 ‘호쇼르’. 속은 거의 고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호쇼르와 보즈는 몽골 사람들이 매우 즐겨먹는 음식입니다. 만두 종류인데 거의 고기로만 속이 꽉 차 있습니다. 한국만두의 10배 정도 되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대형 만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기와 양파로 속이 꽉 차서 짜고 기름진 고기 국물이 줄줄 흐르는 대형만두, 하나만 먹어도 금방 속이 더부룩해집니다. 하지만 계속 먹다보니 먹을 만합니다. 


수테차 


또 한 가지 몽골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테차(우유차)’입니다. 한국 밥상에서 김치를 빼놓을 수 없듯이 몽골 사람들에겐 수테차가 그렇습니다. 녹차 잎과 우유를 함께 끓이고 소금을 넣은 짭짜름한 맛의 차입니다. 식당을 가든, 가정집에 방문을 하든 항상 내오는 음료지요. 처음에는 너무 짜서 몇 모금 삼키기도 어려웠는데, 점점 입에 맞아 지금은 한 컵을 다 비울 수 있습니다. 


한국 음식이 많이 그립진 않느냐고요? 당연한 말씀이지만 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국 음식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물론 울란바토르 외의 지방은 사정이 다릅니다.) 울란바토르 골목골목마다 한식당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코리아나’, ‘대장금’, ‘대조영’, ‘수라’, ‘야인시대(?)’… 이름에서부터 한식 냄새가 풍기는 식당이 거리에 즐비합니다. 


마트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한국 음식들 


또한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고추장, 된장, 참기름 등 식재료를 판매하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어렵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고기부위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정육점 아주머니는 삼겹살, 목살 등 한국 사람이 즐겨 찾는 부위를 우리말로 유창히 말합니다. 

신기하게도 삼겹살, 목살 외에도 현지인들이 김밥, 제육, 떡볶이, 갈비 등의 단어를 매우 흔히 사용하며 정확히 발음합니다. 그만큼 한식이 대중화 됐다는 이야기겠지요. 한국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한식당도 많다보니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몽골은 바다가 없다보니 생선이 많이 비싸더라고요. 싱싱한 생선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신선한 생선이나 회, 주꾸미,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그렇게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과일! 너무 춥고 건조한 환경이여서인지 과일 가격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몽골의 주요 식자재 가격(구입장소 및 시기, 브랜드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몽골의 물가는 어떤가요? 

몽골의 물가는 한국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 성장의 영향도 있지만 환율의 고공행진도 물가 상승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몽골의 화폐단위는 ‘투그릭(Tugrik)’인데, 2007년 1:1.1 이였던 달러 당 투그릭 환율이 2013년 1:1.5로 상승, 지금은 1:2까지 올랐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화 1불을 환전하면 2000투그릭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원화 당 투그릭 환율은 1:1.7정도로, 원화 1000원이면 1700투그릭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 비추어보거나 다른 개도국과 비교해보면 장바구니 물가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쌀 2kg는 우리 돈 5000원~6000원선, 바나나 1kg에 3500~5000원, 물 1L에 700원 정도, 목살 및 삼겹살도 100g에 700원가량 합니다. 고기 가격은 우리에겐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기가 주식인 몽골사람들에게는 매일 먹기가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한식당은 한 끼에 보통 6000~7000원 정도 합니다. 

한 달에 숙소 렌트비를 제외하면 50~60만원 정도 지출을 하는데 그 중 절반가량이 식비입니니다. 그 밖에 교통비, 통신비 등 기타비용이 들지요. 통신비의 경우, 한 달에 6000원이면 2시간 정도 통화가 가능합니다.(초기 USIM 개통비 약 6000원, 월 데이터 1GB에 약 6000원 별도) 교통비는 버스는 우리 돈 300원, 택시는 1km 당 400~600원 정도 나옵니다.(외국인에게는 2배를 부르거나 1km 당 요금을 좀 더 올려 받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10분 거리는 1100원에서 1700원 정도 나옵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공항까지 택시로 가면 왕복 2만4000원, 편도는 1만8000원 정도 받습니다.  

 몽골의 초원 사진을 보면 너무 멋있어요.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매우 좋을 것 같아 부러워요! 

저도 매우 기대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생기는 공해, 봄에는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 도심에 가득한 차들이 뿜어대는 매연… 몽골에 다녀온 사람들은 꼭 챙겨야 하는 아이템으로 마스크를 꼽는데요. 사진에서 보던 그 맑은 하늘은 도대체 어느 나라였던 걸까요. 

(사진: Leah Kennedy/shutterstock.com) 

날씨도 몽골 생활의 큰 고비입니다. 이 글을 쓰는 5월에도 눈이 왔습니다. 처음 도착했던 2월 영하 30도의 날씨는 충격이었습니다. 출근길 거리를 나서면 콧속 콧김이 하얗게 얼어붙는 겨울 날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얼굴에 얼어붙은 땀방울을 떼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몽골의 겨울은 혹독합니다. 언젠가 눈길에 빠져버린 차. 지나가는 차를 세워 도움을 요청하며 1시간 동안 눈밭에 빠진 차를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실제로 몽골의 기후는 따뜻한 날보다 추운 날이 더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수도인 만큼 가장 추울 땐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내려갑니다. 9월부터 겨울이 시작돼서 5월까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됩니다. 그리고 6~8월 반짝 여름이 찾아옵니다. 이때가 바로 사진 속에서 보던 몽골의 초원이 눈앞에 펼쳐지는 때입니다. 이렇다보니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짐 싸들고 시골로 매우 긴 휴가를 떠납니다. 이 3개월 동안 펼쳐지는 환상 같은 풍경이 겨울을 버티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어떤가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한 가지 퀴즈를 내볼까 합니다.       

아침 출근 길, 만원 지하철이 급정거를 했습니다. 그런데 열차 안의 사람들이 갑자기 서로 손을 잡고 악수를 하기 시작하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지하철에서 사교모임을 하는 중이었다. 
②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전철 타고 출근을 해서 서로 인사하는 중이었다. 
③ 몽골 사람들은 발을 밟으면 악수를 하는 문화가 있다.

정답은요! 네, 3번입니다. 사실 몽골에는 지하철이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몽골에 지하철이 생긴다면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악수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지 않을까 합니다. 몽골은 상대방의 발을 밟으면 ‘오오츠라래(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며 상대방의 손을 잡는 풍습이 있습니다.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의 손도 그냥 잡습니다. 가끔은 누군가 손을 덥석 잡아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혹시나 누군가 갑자기 손을 잡고 ‘오오츠라래’라고 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쭈게레(괜찮아요)’라고 하고 지나가면 됩니다. 


그래서 몽골 사람들은 어떠냐고요? 참 쉽게 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한국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고 묻는다면 몇 마디로 한국 사람을 그려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국 사람도 그렇고 몽골사람도 ‘다 사람 나름’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매우 부지런히 꿈을 향해서 도전하는 친구들도 있고, 누군가는 시간과 약속을 밥 먹듯이 어겨 저를 매우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외국인에게 택시요금 바가지를 씌우거나,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지만 이들이 몽골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몽골에서 만난 친구들과(녹색 패딩이 저예요. 하하) 


그래서 저는 몽골인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보다 한 장면, 한 장면 마주치며 제가 읽은 몽골 사람들의 삶의 페이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몽골에서 만난 친구들, 대학생, NGO 활동가, 동네 아주머니…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몽골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몽골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어 몽골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생한 몽골 이야기를 전해드릴 테니, 앞으로 기대해주세요. 

/사진: 조은총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에서 연재된 UN희망원정대 중 필자의 몽골편 원고를 옮긴 글입니다.


UN희망원정대 전체 읽기: http://www.thefirstmedia.net/ko/?cat=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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