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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h Cho Mar 04. 2017

행복한 초원의 나라 몽골, 내맘대로 여행지 TOP 4

UNV/UN 희망원정대 몽골편 4화


푹! (음? 방금 뭔가를 밟은 것 같은데… ㅜㅜ) 


“은총, 아래보지 말고 그냥 이쪽으로 건너와서 신발 갈아 신어. 금방 씻어 줄게.” 

이전 화에서 제가 소개했던 시민교육센터장 나란씨 기억하시나요?(16화 참고) 지난 여름, 저는 그가 운영하는 에코캠프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몽골의 여느 초원지대와 마찬가지로 풀들이 무성히 깔려있었죠. 그리고 거기에는 가축들과 가축들의 오물도 함께 있었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해 들뜬 마음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란씨를 향해 뛰어갔었죠. 참사를 당한 것은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뭔가를 밟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저의 일그러진 표정을 확인한 나란씨는 “걱정하지 말라”며 제 신발을 뺏어서 금방 씻어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참은 아래를 살피며 조심조심 걸어야 했죠. 울타리로 막혀있는 캠핑장에 도대체 어디로 소가 들어온 것인지…. 하지만 넓고 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소 떼들이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이번 화에서 저는 몽골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경험한 풍경을 전하려고 합니다. 

에코캠프를 둘러싼 풍경  


몽골의 비영리 인재양성소, 에코캠프 

첫 번째 여행지는 ‘에코캠프’입니다. 몽골에서는 여름 캠핑장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도시사람들은 유목생활을 포기하고 도시에 정착했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그리운 자연을 찾아 시골로 캠핑을 갑니다. 그래서 여름휴가도 2~3주간으로 굉장히 긴 편입니다. 고향 친지의 게르(Ger⋅둥근 천막집 형태의 이동식 텐트 가옥)를 방문하기도 하고, 교외에 사설 게르나 단체 캠핑장을 찾기도 합니다. 또 방학을 맞은 아이들만 시골 캠핑장에 보내 자연 속에서 보내고 오도록 하기도 합니다. 캠프 중에는 단기간 교과목 심화학습이나 대입준비를 시키는 무시무시한 캠프도 있더라고요. 전화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안 되고 전기도 안 들어오니 이보다 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있을까 싶네요!(하하) 

에코캠프 입구 


에코캠프도 청소년을 위한 캠프입니다. 그런데 에코캠프는 다른 곳과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캠프의 모든 생활을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 입니다. 지난 화에서 나란씨가 했던 민주주의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민주사회란 능력 있는 한 리더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며 참여하는 사회이고,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민의식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 말입니다. 에코캠프는 바로 청소년의 시민의식을 길러주는 곳입니다. 


캠프에 입소한 첫 날, 아이들은 스스로 캠프의 일정을 짭니다. 입소한 아이들끼리 함께 의논해서 기상과 취침시간, 수업시간, 여가활동시간, 휴식시간 등의 일정표와 캠프생활 규칙을 정합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벌칙도 직접 정합니다. 어른들이 제공하는 것은 시민교육, 영어교육, 환경교육 수업과 삼시세끼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입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학생들이 주체가 되서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합니다. 한 가지 더, 정해진 규칙이 있다면 매일 밤 자기 전 모두가 둘러앉아 그 날의 좋았던 점과 반성할 점을 나누는 시간도 갖습니다. 

벽 한켠에 학생들이 정한 규칙들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만났던 에코캠프 참가자들

에코캠프 참가 학생들이 직접 계획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운동장에 팬 홀을 메꾸기로 했습니다. 

에코캠프는 유로족 마을이 사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7시간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다르항과 셀링게 지역 사이에 유로족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유로족은 러시아에서 몽골로 이주한 사람들인데요. 몽골에 공산주의가 들어서면서 구소련의 영향을 받게 되자, 러시아를 배신했던 집단이라는 이유로 학살을 당했습니다. 시민교육센터의 대표 나란씨의 아버지는 유로족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남성이었습니다. 그 이후, 유로족이 살던 마을에는 석탄회사가 들어섰습니다. 석탄채굴로 산이 파괴되고 주변 환경이 오염되기 시작됐습니다. 


나란씨는 자신의 고향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에코캠프를 만들어 환경교육과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곳을 거친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어 시민운동과 NGO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제가 CCE(시민교육센터)와 UNFPA(유엔인구기금)에서 만났던 청년봉사자들도 다 이 캠프를 거친 학생들이였습니다. 20살에 불과한 친구들이 직접 NGO를 설립하고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더라고요. 

사진 중앙의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란씨입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 문윤석)


에코캠프의 환경교육시간입니다. 아이들은 냇가에서 미생물을 채취해 물의 오염도를 측정했습니다. 

캠프 시설은 식당과 거주시설, 화장실 등 7채의 통나무 캠핑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식사는 이 지역에서 구한 재료들로 준비됩니다. 매일 아침 마을에서 직접 만든 빵과 그날 아침 짠 우유와 버터, 산에서 직접 딴 산딸기로 만든 딸기잼 등 맛과 건강을 두루 갖춘 식사가 제공됩니다. 저도 산딸기를 직접 따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3박4일 동안 온수 수도관이 고장나서 샤워를 못하기도 했지만, 서서히 유목민의 삶을 배우며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에코캠프에 함께 방문했던 친조가 마른 소똥을 주워 들이미네요.  


밤기차의 낭만을 따라간 곳, 셀링게 

그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셀링게’입니다. 셀링게는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는 도시입니다. 몽골 쌀과 밀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셀링게 여행의 묘미는 기차여행입니다. 울란바토르에서 셀링게까지 밤기차를 운행하는데, 저도 저녁 9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무박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왕복 표 값이 한화로 2만7000원 정도 합니다. 

셀링게로 향하는 기차의 침대칸 2층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기차의 숙소 칸에는 양쪽 위아래로 2개씩 총 4개의 침대가 있었고, 생각보다 이용하기가 굉장히 편했습니다. 기차에서 컵라면을 끓여먹고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초원을 바라보는 낭만이 있죠. 대표적인 여행 코스로 자작나무 숲과 작은 미니사막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셀링게의 자작나무 숲

셀링게의 미니사막에서 일행들과

셀링게의 러시아 상품 가게. 러시아 국경지역이어서 러시아 관련 상품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이곳은 셀링게 특산품점입니다. 이곳의 특산품이자 몽골 사람들이 흔히 먹는 유제품인 말린우유는 굉장히 시큼한 맛이 납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동네를 산책하는데 마을을 돌아다니는 말을 목격했습니다. 망아지가 엄마 말 꽁지를 따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말 사진을 찍는 저를 더 재밌어하더라고요. 기다렸다가 차도를 건너가는 말이 신기했는데, 이 곳에서는 너무 흔한 풍경이라 그런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이 더 신기했나 봅니다. 

셀링게에서 떠나기전 만난 말 4마리. 자동차를 조심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도로를 익숙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뻥 뚫린 풍경으로 나를 맞아준 고비사막 

몽골 초원의 모습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비슷해보여도 지형에 따라 평지와 산지가 나뉘고, 기후에 따라 사막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고비사막과 맞닿은 하늘이 푸르릅니다. 


특히 고비사막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몽골엔 넓은 초원이 널려있지만 시야를 가로막는 언덕들과 산이 있기 마련인데, 고비에는 시야를 가로막는 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세상 저 끝에 아무것도 없이 이 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 넓디넓은 평야가 눈앞에 펼쳐져 있죠. 그리고 그 사막 풀밭을 뛰어노는 낙타 떼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그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합니다. 낙타가 뛰어다닌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죠. 매일 밤 눈앞에 떨어질 것 같은 별이 가득한 하늘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고비사막을 누비는 낙타 떼

고비의 낙타를 제가 직접 타봤는데요. 


같이 여행했던 일행들은 별을 보기위해 추운 날씨와 벌레를 무릅쓰고 야외에서 침낭을 깔고 취침을 청할 정도였습니다. 밤하늘을 두어 시간 아무 말 없이 쳐다볼 수 있는 매력이 신비합니다. 사진으로 아무리 담아보려고 해도 제 기술로는 담을 수가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고비사막의 밤하늘 별을 보려고 이렇게… 야외에서 침낭 하나로 하룻밤을 버텼습니다! 

주요 관광지로는 노래하는 모래언덕이라는 뜻의 ‘샌듄 언덕’과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유적지, ‘욜리암’이라는 거대한 얼음이 맺혀있는 계곡 등이 있습니다. 

샌듄을 오르는 길. 발이 푹푹 빠져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르는 데 한 2시간 걸린 것 같아요.

고비사막의 공룡 유적지

욜리암에는 이렇게 일행들과 말을 타고 갔습니다. 


고비사막은 사막하면 으레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사막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얽매이지 않을 것 같은 자유로움과 막힘없이 뻥 뚫린 시원함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물론 여행하며 1주일동안 샤워를 못했던 불편함이 있었는데요. 집에 가기 전 공공 샤워장에 가서 샤워를 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행복한 샤워는 처음이었습니다. 1주일만이라니… 군대 훈련소에서도 3일 후에는 샤워를 시켜줬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샤워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깨달음이었죠. 

고비 여행 중 방문한 게르에서 만들고 있는 유제품 ‘아롱’

게르 속에 있던 자루 안에는 마유주가 들어있었지요.

고비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도를 메운 양 떼들. 몽골에서 흔히 보는 풍경입니다. 선텐 된 유리창을 통해 찍어서 사진이 이렇게 나왔어요.   


푸르공: 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차!

고비여행을 함께한 일행들.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3개국 친구들과 다녀왔습니다. 물론 푸르공도 함께요!

몽골의 시골을 여행할 때는 포장길보다는 비포장도로가 많습니다. 이런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비포장도로에 적합한 차가 필요한데요. 웬만한 차로는 달리기가 힘듭니다. 몽골에서 관광용 차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푸르공’입니다. 푸르공은 러시아제 군용차량인데 비포장도로를 잘 다니고 수리가 쉬워서 몽골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차량입니다. 길이 험해서 여행 중 차가 고장나는 일이 빈번한데 푸르공은 자가 수리가 쉽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비가 좋지 못하고, 에어컨도 없고, 차량 내부가 불편해서 타기 전에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미츠비시의 델리카, 지프 등 4륜 구동 차량이 여행에 많이 이용됩니다. 국산 스타렉스도 이용되지만 장거리 여행에는 4륜 차량이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노랗게 도색된 푸르공을 타고 고비를 가로질렀습니다.


순록의 땅, 홉스골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홉스골’입니다. 제가 다녔던 곳 중 가장 멀었던 여행지기도 합니다. 몽골에서는 사람들에게 몇 시에 도착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굉장히 실례라고 합니다. 땅이 워낙 넓어서 언제 도착할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죠. 분명 13시간이면 간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을 모시고 출발했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오래 걸린 만큼 홉스골의 경치와 그 상쾌함은 모든 피로를 싹 씻어줬습니다. 

홉스골로 향하는 길에 만난 양 떼입니다. 몽골에선 매우 흔한 풍경! 


홉스골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홉스골 호수)가 있는 지역입니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와도 인접해 있어서 두 곳을 함께 여행하기도 합니다. 호수 주위의 캠핑장에서 보트를 타거나, 말을 타고 트래킹을 하는 레저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홉스골 호수와 호수가의 캠핑장 (사진: 문윤석)

보트를 타고 내달리는 홉스골 호수 (사진: 문윤석)

호수는 바닥이 다 비칠 정도로 깨끗합니다. (사진: 문윤석) 


순록은 홉스골의 상징입니다. 맑은 물로 유명한 홉스골 생수 브랜드의 마크도 순록이죠. 홉스골 산 속에는 순록을 타고 생활하는 소수민족들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언어도 달랐다고 하네요. 추운 기후에서 생활하는 야크도 많이 보입니다. 검은(?) 야크라는 브랜드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 야크를 직접 목격했는데 제 첫인상은 참 못생긴 소였습니다. 복슬복슬한 검은 털이 온몸을 뒤덮은 동물이 매우 낯설더라고요. 

홉스골의 순록과 교감을!

이 녀석들이 야크랍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빌딩숲 속에서 지내고 있으니 몽골의 초원이 벌써 그립습니다. 또 그 초원을 누비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소, 말, 양, 염소, 낙타, 야크, 순록 등 행복한 동물들이 떠오릅니다. 그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몽골 유목민도 그립습니다. 말을 타고 자유롭게 초원을 누비는 그 땅으로 언젠가는 꼭 다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셀링게 언덕에서 내려다 본 셀링게의 풍경 

이제는 도시로 이주해서 생활하지만 초원의 삶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몽골 유목민들. 그들이 계속해서 자연과 공존하며 행복한 삶을 이어가길 기대해봅니다. 여러분도 여름 언젠가 꼭 한번은 몽골에 들러 행복한 동물들과 유목민의 삶을 느껴보시길 바라봅니다. 

/사진: 조은총


* 이 원고는 더퍼스트미디어에 기고한 UN희망원정대 시리즈 중 필자의 몽골편 원고를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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