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이야기
오전에 학부모에게 문자가 왔다.
내용을 보지 않고도 학부모의 문자는 늘 긴장이 된다.
사진을 보내셨는데 지역에서 실시했던 독서 감상문 대회 수상 명단이었다.
'이게 뭐지?' 하고 살펴보는데 연이어 문자가 도착했다.
"선생님, 00이가 이번 독서감상문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선생님 잘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이 다 나와 있지 않아 찬찬히 다시 보니 명단 맨 꼭대기의 나의 학생 이름이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내가 상을 탄 것보다 더 기뻤다.
뿐만 아니라 상을 받은 독서감상문의 책이 나와 수업을 했던 책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기쁨의 답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축하드린다. 너무 대견하다. 칭찬을 아끼지 않고 답문을 보내드렸다. 어머님은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물론 나는 그 독서 감상문의 1도 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회를 나가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도 몰랐고 대회에 참가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지도 덕분이 아니라 오롯이 그 아이의 힘으로 따낸 일이니 내가 감사를 받을 일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감사할 일이다.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으나 한순간 그 기분을 만끽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다음 문자 때문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마냥 축하해주지 못하는 것은 ㅁㅁ이는 상을 받지 못했어요. 엄마인 저로서는 ㅁㅁ이가 신경 쓰여요"
아.. 그랬다. 상을 받은 아이에게는 자매가 있었다.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두 아이다.
같이 책을 읽고 수업도 같이 들었건만 아마 독서감상문도 같이 냈을 것이다.
누구보다 책을 열심히 읽고 진지하게 수업도 듣는 아이임을 알기에 마음이 쓰렸다.
솔직히 수업에서는 더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ㅁㅁ이었다.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작가의 주제도 잘 찾아내는 아이였다. 자기 생각도 덧붙여 작품을 평가할 줄 아는 아이라 언제나 수업하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글은 00이가 더 잘 써서 항상 상을 받는 것은 00이었다. 물론 00이도 워낙 뛰어난 아이라 알아서 잘하는 아이지만 수업 태도는 ㅁㅁ이가 훨씬 좋았는데 상을 받지 못하니 나로서도 참 안타까웠다.
그날 둘을 만나서 수업을 했다.
아무 이야기 없이 수업을 끝내고 나오기 전에 00이에게 대상을 받은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 축하하고 잘했다고 말했지만 나도 ㅁㅁ이가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 자리에서 ㅁㅁ이도 박수를 쳐주며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실망감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ㅁㅁ이가 책은 더 열심히 잘 읽었고 잘했는데 상을 받지 못한다니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깝다고 ㅁㅁ이를 위로를 했다.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ㅁㅁ이는 그날도 열심히 글을 썼다.
자매와의 수업이 벌써 3년 째이다. 그 아이들은 매번은 아니지만 진정 책을 좋아하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이미 그들은 우수한 독자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것을 매번 느끼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행운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