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횟집에 가서 회를 먹는 일보다 집에서 회를 배달시켜먹거나 포장해와서 먹는 일이 더 많았던 우리 부부. 배달을 시키는 곳과 포장을 해오는 곳은 각각 다른 곳이었는데, 포장을 해오는 곳은 재래시장에 위치한 작은 횟집으로 주말이나 명절에는 포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사 인해를 이룰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재래시장 구석에 있는 작은 회센터,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작은 횟집은 다른 일반적인 횟집과 마찬가지로 활어를 취급하며 항상 푸짐하게 회를 내어주는 곳으로 유명한데 나는 주로 뼈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절반만 남긴 붕장어 회(아나고 회)를 주문하는 편이다. 잔가시가 많은 것이 특징인 붕장어 회는 뼈가 살짝 씹혀줘야 더 고소하긴 한데 치아가 약한 우리 부부는 되도록 뼈를 제거해서 부드럽게 먹는 걸 더 즐긴다.
나는 회를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해 붕장어 회 역시 간장에 찍어먹고는 하는데, 젓가락으로 넉넉하게 잡아든 붕장어 회를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것이 더 일반적이긴 하다. 그 밖에 포슬포슬한 회를 고추장에 밥 비비듯 초고추장에 비벼먹기도 하고 쌈채소를 더해 함께 비벼먹는 것도 별미인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붕장어 회에는 회초장의 맛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재래시장 횟집의 회초장은 여러 곳에서 먹어본 회초장 중 가장 맛이 좋아 이 곳의 인기 비결이 푸짐한 양의 회보다 어쩌면 회초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직접 만든 초장을 빈 생수병에 담아서 포장한 회와 함께 주는데 항상 먹고 나면 절반 정도는 남을 정도로 양이 많다. 그러면 괜히 다른 회초장들과는 달리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사실 이전까지는 딱히 써본 적이 없었다(항상 시간이 흐른 후에 버릴 뿐).
그러다 어느 날 골뱅이 소면이 먹고 싶어 골뱅이 한 캔을 사서 오게 됐는데 마땅한 소스가 없어 고민하던 중 냉장고 한편에 넣어놨던 회초장이 생각났다. 회초장보다는 비빔면 소스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그냥 회초장을 듬뿍 넣어 소면을 만들었는데, 세상에 어쩜, 파는 것보다 더 맛이 좋았다(이건 나만의 의견이 아닌 입맛 까다로운 남편의 의견이기도 했다). 부족한 단맛은 올리고당을 넣어 채워줬는데 ‘새콤’달콤한 골뱅이 소면이라고 하기보단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골뱅이 소면으로, 팔도비빔면의 맛에 길들여진 우리 부부의 입맛에 잘 맞는 소면 요리였다. 그 후로 골뱅이를 네 캔을 더 사와 여러 번 소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회초장은 이미 다 먹고 없어 시판 중인 초고추장과 비빔면 소스로 만들어먹었다 실망만 반복하게 됐다.
우리 집에는 아직 골뱅이 한 캔이 남아있는데 회초장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마음 같아선 횟집에 가 초장만 따로 구매해오고 싶은데 그랬다간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참고 있다. 조만간 다시 회를 포장하러 가게 되면 그땐 초장을 한 병 더 구매해서 집에 넉넉하게 두고 소면을 만들어 먹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