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꿈(mimpi yang indah)
Selamat Tahun Baru(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두 번째 금요일입니다. 1월 1일 첫날의 달콤함(manis, 발음도 달달한 마니스)은 어디로 가고 얼른 주말이 왔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일기장을 보니,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1월 1일은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전날 창가에 서서 맥주(bintang ‘별’이라는 뜻) 한잔 쾍 들이키고 밤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떡국을 만들 생각은 못했고, 미리 주문한 닭에 양파와 빨간 마늘(bawang merah), 하얀 마늘(bawang putih)을 잔뜩 넣어 삼계탕을 만들었습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생강(jahe)이 있냐고 옆집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땅을 쓱쓱 팝니다. 생강이 나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인도네시아에도 닭죽(bubur ayam)이 있었네요. 다 같이 맛있게 먹고 쉬고 밤이 되어 자고..다음날 다시 숲에 들어갔습니다.
이 날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원숭이 가족이 아닌 이 가족을 찾으러 간 것도, 실제로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털복숭이 아저씨(Bang Kumis)와 아줌마(Bu Keti) 부부가 귀여운 새끼 원숭이를 낳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미쳐 이 부부의 낯선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Keti아줌마의 배 쪽에 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할 찰나 Aris가 Bayi(아기)가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신나 죽을 것 같았지만 혹시나 도망가다가 새끼를 놓칠세라 거리를 두고 흔들거리는 사진 몇 장을 남기고 원숭이 부부가 안전한 곳으로 가게 두었습니다. 이미 이 부부에게는 꿈꿈(kumkum)이라는 귀여운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결혼은 했냐? 남자친구(pacar)가 있냐? 등의 질문을 흔히 받는데, 이럴 때마다 제가 농담으로 “꿈꿈kumkum이라는 남자친구가 숲에 있다 “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장난기 많고 활발한 새끼원숭이였습니다. Kumis아저씨가 아들 때문에 낮잠을 설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2012년 10월 8일 약 4~5살이던 꿈꿈(kumkum)은 사라졌습니다. 전주 수요일 새벽 원숭이들의 경계음이 울려퍼졌던 날 안좋은 일이 있었던건지.. 갓 태어난 동생을 안고 다니던 엄마Keti와 아빠Kumis 뒤로 따라오는 움직임이 꿈꿈Kumkum인가 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였을 뿐입니다. 혹시 길을 잃은건 아닌가 며칠 동안 찾았는데도 찾을 길이 없어 모두들 슬퍼했습니다.
2016년 연휴가 끝난 후, 첫 출근을 할 때 저는 이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낯선 곳에서 홀로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새해가 되면서 낯선 옆 옆 건물로 사무실이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운 분들과 한 사무실을 쓰게 되어 복작복작 기분이 좋다가도 아직은 익숙지 않은 자리에 책상 옆 모서리에 숨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처음 맞는 회사 시무식, “A pessimist sees the difficulty in every opportunity; an optimist sees the opportunity in every difficulty. (Winston Churchill) 부정적인 사람은 기회에서 위기를 보고, 긍정적인 사람은 위기에서 기회를 본다.” 란 말이 강당에 울려 퍼집니다. 기분 좋은 새해 첫 출근으로 오늘 하루가 마무리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하는 곳은 열대우림에서 시골 한구석의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사무실이라는 서식지 내에서 “보다 긍정적이고, 보다 건강하고, 보다 나답게” 살아갈 2016년! 아름다운 꿈(mimpi yang indah)을 꿔 봅니다.
Semoga sukses 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