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인데애가넷
넷째의 유치원 담임 선생님과 첫 상담을 하던 날, 손을 바들바들 떨며 전화를 기다렸다. 처음해보는 학부모 상담에 내가 질문을 하는 건지, 받는 건지도 몰라서 일단 궁금한 것들을 수첩에 적어두었다. 입학식때 인사만 나눈 사이지만, 내가 모르는 시간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건 생경한 경험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정확한 거처를 궁금해 하셨는데, 할머니집, 작은엄마집, ㅇ아빠집, 엄마집 이야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의 집이 어디인지 대답을 못해 일정한 거처가 없는 것인가 걱정하셨단다. 또, 아이가 엄마를 만나고 왔다고 하는 날이면 지각을 하고, 안자던 낮잠을 자는 등 컨디션 난조로 수업 참여를 힘들어해서 걱정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나이때 가져야하는 주양육자와의 관계형성이 덜 된 것 같다며, 현재의 주양육자를 물으셨다.
그 어떤 질문도 명쾌하고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정작 아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스스로의 부족함만 깨달았다. 그래서 선생님께 솔직히 말했다.
"선생님, 저는 아이를 낳아 본 적도 키워 본 적도 없고,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설명할 입장도 못 됩니다. 대신 선생님께서 아이를 위한 방법을 알려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훌쩍이는 내 목소리에 적잖이 당황하신 선생님은, 하루에 3번 아이를 안아주라고 말씀하셨다. 유치원 등교할 때, 하원할 때, 자기 전에.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첫 학부모 상담이 끝났다. 그 이후 종종 선생님과 통화를 하기도 하고, 고민되는 순간들에 문자로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귀찮을 법도 한 내 질문과 걱정에 늘 친절히 답해주시는 담심 선생님께 죄송하고 또 감사해서, 오늘도 꼬라지를 부리는 넷째를 더 세차게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돌보는게 아니라 나를 돌보고 계신걸지도...
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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