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인데 애가 넷
처음에 아이들을 '작은엄마'라는 말 대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날이 많았다. 육아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글과 영상으로 배운 육아 지식으로 아이들을 대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육아를 시작할 때 나는 스스로의 포지셔닝을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의 독립을 위한 길라잡이' 정도로 책정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거리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래서 작은엄마라는 호칭보다도 선생님이라는 말이 서로 더 익숙한 지경이었다.
일년여의 시간이 지나 요즘은 '스몰마미'라는 호칭을 많이 쓰는데, 종종 스몰이란 단어는 힘이 없어지고, 마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간의 거부감과 부담스러운 '엄마'라는 단어 대신 다른 사람들로 부터 불필요한 질문은 줄이고, 아이들이 갖는 죄책감은 줄이면서, 나 스스로도 적당한 거리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호칭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 사이의 호칭이 정착해가던 날들 사이로,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 날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 집 앞 물놀이장에서 한창 뛰어 놀다가 2, 3, 4호가 아는 친구와 부모들을 만났던 적이 있다.
2호의 친구는 "안녕하세요, 2호 어머니"라고 인사를 하고, 3호의 친구는 "3호 어머니, 이거 가지고 놀아도 되요?"라고 묻고, 4호 친구의 엄마는 "4호 엄마시구나~ 처음봬요"라며 스몰토크를 시전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고민할 찰나도 없이 아이들은 모두 "우리 엄마야"라며 나를 소개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셋째가 묻는다.
"그냥 엄마라고 부르면 안되요?"
... 나는 뭐라고 답했어야 했을까...
#딩크인데애가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