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딩크넷 Jan 25. 2024

00_프롤로그

정신차리니 애가 넷!


아침 6시. 알람소리와 함께 우리 부부의 아침이 시작된다. 남편이 씻는 동안 나는 남편의 아침을 챙기고, 남편이 나와 식사하는 동안 나는 씻으러 들어간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챙겨 입고, 지하2층 주차장까지 함께 내려와서 남편은 가게로, 나는 아주버님 댁으로 각자 출근을 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아주버님 댁은 아직 어둠이 내려 앉아있다. 조용히 들어가 작은 방에 불을 켜고, 외투를 벗어 걸어 놓고, 이제 4명의 아이들이 먹을 아침 준비를 시작으로 9시 유치원 등원까지 전쟁같은 2시간을 보낸다.


-


오늘도 변함없이 그 전쟁같은 2시간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6살 조카를 유치원에 내려주기 위해서 운전하고 있었다. 지난주 엄마를 만나고 온 조카는 엄마 이야기를 종알종알 이야기 중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엄마가 데릴러 온다고 했다고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와 엄마를 매일 만나지 못해서 속상하다는 이야기였다. 엄마를 못 만나서 힘들거나 불편한 점이 있냐고 물었더니 말간 아이는 해맑게 대답했다.


"엄마는 맨날 안아주는데 집에 안오니까, 안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쓸쓸해요."


쓸쓸하다니... 이 북적이는 집에서 사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쓸쓸하다는 말이 그렇게 가슴에 콕 박혔다. 엄마를 매일 만나는건 작은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니, 대신 작은 엄마가 매일 안아줄께~ 라며 아이를 달랬다. 여섯살 조카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내게 물었다.


"작은 엄마는 요즘 힘든일 있어요?"


목구멍 끝까지 너희 넷, 육아 때문에 미치겠다는 소리가 차올랐지만, 이성을 되찾고 담담히 말했다. 처음해보는 일 때문에 힘든데, 아무도 잘한다고 칭찬을 안해주네~ 그래서 작은 엄마도 쓸쓸해~ 라고. 유치원 입구에 내린 조카를 꼭 껴안으며,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오늘도 신나게 놀고 이따가 만나자고 인사를 하는데, 아이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작은엄마, 너무 잘 하고 있어요. 몰랐어요?"


순간 울컥하는 뜨거운 마음이 눈물로 차올랐다. 입술을 꽉 깨물고, 웃는 척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차로 뛰어 들어가 운전대를 붙잡고 그렇게 10여분을 울었다. 어느날 엄마가 없어진 저희 넷도 힘들덴데, 나는 어른이니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우린 잘 해낼꺼라고, 그렇게 되뇌었는데, 6살 조카의 쓰담쓰담 한번으로 내 안의 모든게 무너져내렸다. 


-


아이 넷을 돌보는 일을 아무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다. 시어머님은 아직도 나를 보면 매번 울며 미안하다시고, 아주버님, 남편은 셋이 하는 공동육아에 늘 내 지분이 적도록 최선을 다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도 이 육아에 책임이 없으므로 희생되고 있는 나를 생색내고 싶었나보다. 4명의 조카들이 하나하나 어여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육아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바란적 없지만,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반듯하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 변치않고, 끝까지 가기위해서, 어느날 또 힘들어져 울고 있을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일기로 적어보는 이야기. 


어느날 정신차리니 애가 넷이 된, 딩크부부. 그게 오늘의 나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