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함께한 나의 글쓰기.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마음을 꺼내다.

by 글쓰는 회사원H

브런치를 만나고, 나는 오랫동안 서랍 속에 묻어두었던 글들을 다시 꺼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듬은 글도 아니었고, 형식이 갖춰진 글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 한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메모하듯 붙잡아두었을 뿐이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줄 알면서도, 언젠가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안에 있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 승인을 신청했을 때의 설렘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혹시 내가 작가로서 글을 쓸 자격을 얻게 될까?’ 기대와 떨림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와 떨림과는 다르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메일로 도착한 짧은 문장은 담담했지만, 내 마음에는 적지 않은 무게로 남았다.
글을 계속 써도 될까, 내 글이 세상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일에 지쳐 몸과 마음이 무거웠던 밤이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무심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기록은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의 무게와 그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들이었다.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기보다, 그저 나 자신에게 남겨두기 위해 쓴 기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그 새벽의 글들을 다듬어 다시 승인 신청을 했다.

얼마 뒤, 합격 소식을 알리는 메일이 도착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오래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듯한 순간이었다.
‘당신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조용한 인정을 받은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는 내가 쓰던 웹소설처럼 활발한 댓글이 달리지는 않는다.
대신 조용히 남겨지는 ‘라이킷’이 있다.
내 글은 독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하나하나의 라이킷이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어주었구나, 누군가 내 마음의 기록에 잠시 멈추어 주었구나.
그 작은 흔적이 내게는 큰 울림이 된다.
글을 이어갈 힘이 되어주고, 내가 왜 쓰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해 준다.

브런치는 내게 단순한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다.
나답게 기록할 수 있는 창구이자, 묵혀두었던 글을 세상과 나눌 수 있는 다리다.
이곳에서 나는 쓰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확인했고, 글을 통해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아직 브런치의 서랍 속에는 꺼내지 못한 글들이 많다.
조각조각 흩어진 이야기, 아직 다듬어지지 못한 문장들, 그리고 언젠가 꺼내고 싶은 마음의 기록들이 남아 있다.
언젠가 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와 설렘이 되기를 바란다.

브런치 10주년을 맞아, 그 시간 속에 나 역시 작은 한 줄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하다.
나는 여전히 글을 써 내려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글을 남기고 싶다.
브런치와 함께 이뤄온 꿈은 끝이 아니라 과정 속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앞으로도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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