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가 미야모토 테루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나하여 검색해보니 에세이였다. @_@
한 사람이 이렇게 수많은 사연을 겪고 (그것도 생과 사에 대하여)
지난 날을 돌아보며 이렇게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에 1차적으로는 신기했다.
2차적으로는 마음이 짠했다.
예술가들은 예민하고 섬세해서 사랑받지만 본인은 참 힘들겠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 맥락이다.
작가님이 책에 나오는 사건들을 기억에 담아두고 사시는 게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연립주택>처럼 죽음과 긴밀한 사건들 말이다.
물론 그래서 사랑받는 작가일테지만 말이다.
3차적으로는 ’실루엣‘ 이라는 단어가 참 오묘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사를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를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세군데를 다녔다.
지난 인연들, 추억들이 조각조각 떠오를 때가 있다. 때로는 어느 지역/시절에서 나온 퍼즐 조각인 지 모른 채로.
그러다 몇년 전 '시절인연' 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그런 조각들을 '시절인연' 이라고 정의했다.
'실루엣' 은 '시절인연' 보다는 덜 연속적이고 더 흐릿한 인연에 붙일 수 있는 단어로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생의 실루엣' 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떠오른다. 과거 뿐만아니라 지금도.
잠깐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실루엣' 으로 분류하니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나는 나의 친구가 있다. ('실루엣'은 아니고 '아주 소중한 시절인연'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 밑의 집에 살았던, 나를 처음 교회에 데려가준 예진이라는 친구다.
한층 내려가서 예진이네집에서 내복입고 옥수수 먹고 많이 놀던 기억이 난다.
이사간 후에도 울멍울멍한 목소리로 전화를 많이 걸어줬던 친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년이 올라가고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데 (욕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 같음)
복도에서 단호하고 따뜻하게 "예수님 믿는 사람은 그러면 안돼" 라고 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예진이에게 나를 전도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나 이제 교회 놀러안다니고 열심히 다닌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예진이에 대한 단서를 찾고(엄마에게) 구글링도 해보았으나
'XX초 허예진' 만으로는 찾을 수 있는게 없었다.
작가님처럼 옛날 살던 동네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한줄 요약:
묘하디 묘한 책. 하지만 매력이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