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아모레퍼시픽, 포레오, 로컬 크리에이터 등 지역의 브랜딩화
장소 브랜딩은 로컬 커머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로컬 커머스는 지역의 특산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활동인데, 이는 장소 브랜딩을 통해 그 장소의 가치를 높이고, 그 장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은 소비자에게 그 장소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그 장소의 문화를 반영한 디자인,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한 제품, 그리고 그 장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장소와 브랜딩의 상관관계 : 왜 로컬이 중요해지는가?'의 내용은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 -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모델>의 내용이 일부 인용되었습니다. 인터뷰어에서 저자의 이러닝과 책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장소 브랜딩의 대표적 사례로 스타벅스코리아를 들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집과 사무실 이외에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한 단계 더 진화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간의 개념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까지 담은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30년간 방치되어 있던 경동시장 내 경동극장을 리모델링 한 '경동 1960점'이 대표적입니다. 경동시장은 1960년에 조성된 전통시장이고, 시장 한가운데 시장의 이름을 딴 경동극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복합상영관 시대가 열리면서 경쟁에 밀리기 시작했고 1994년에 폐업하게 됩니다.
'경동 1960점'은 매장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매장 곳곳에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오려면 극장 복도를 지나 옛날 문을 열어야 하고, 천장과 벽도 옛 건물 그대로입니다. 고객들이 앉는 의자와 소파는 기존 상영관 좌석에 놓여있던 계단을 그대로 살려냈고, 바리스타들이 음료를 만드는 공간은 극장 스크린이 있던 무대입니다. 바리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커피를 만드는 것처럼 연출해서 고객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스페셜 스토어를 계속해서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경복궁점은 한국의 전통 주거 형태인 한옥스타일로 디자인되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부산 해운대점은 바다를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에서 해운대의 아름다운 해변과 스타벅스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대구종로고택점은 1919년에 지어진 고급 한옥을 새롭게 단장했는데, 지붕 서까래와 대들보, 기둥, 마루 등 기존 건축 자재를 최대한 보존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진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장소 브랜딩은 특정 지역이나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는 해당 장소의 인식도를 높이고, 관광객이나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장소 브랜딩은 그 장소의 문화, 역사, 경치, 특색 등을 강조하여 그곳의 독특한 매력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기업측면에서는 장소와 브랜드를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장소와 브랜드를 연결 짓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인데요.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제주도의 순수함'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니스프리의 많은 제품들은 제주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주요 성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니스프리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제주 녹차 라인'은 제주도에서 직접 재배한 녹차를 주요 성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 토종 미생물 효모 라인'은 제주도의 토종 미생물인 효모를 활용하여 피부의 생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외에도 제주 화산송이 라인, 제주 감귤 라인 등 제주도의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라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니스프리는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주도의 순수함'이라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동시에 제주도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니스프리와 같은 접근은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되는데요. 스웨덴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포레오(FOREO)'는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스웨덴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반영한 제품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포레오는 피부 관리를 위한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그중 대표적인 제품인 '루나'는 T-Sonic™ 펄세이션 기술을 적용한 페이셜 클렌징 브러시입니다. 이 제품은 피부를 깊숙이 클렌징하면서도 부드럽게 관리해 주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포레오는 스웨덴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제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깨끗한 물과 공기,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얻은 성분을 제품에 활용하여, 사용자들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웨덴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포레오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독특한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레오의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스웨덴의 청정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니스프리와 포레오가 전체적인 전략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마케팅측면에서 활용되는 사례도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롯데제과는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을 모티브로 한 '부산 밀면 칩', 제주도의 특산품인 한라봉을 활용한 '제주 한라봉 젤리'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역 한정판 과자를 선보여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코카콜라는 일본의 다양한 지역에서 유명한 과일이나 특산품을 활용해 지역 한정판 음료를 출시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물론 장소 브랜딩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사례보다는 훨씬 많은 실패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성공과 실패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그러나 장소 브랜딩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무시한 경우입니다. 북한산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이나, 계룡산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에 큰 차이가 없는 것과 같은데요.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 등을 무시하고 장소 브랜딩을 진행하면, 그 장소의 원래 가치가 희석되기 마련입니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장소 브랜딩은 그 장소의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소통이 부족할 경우, 브랜딩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을 때, 그 브랜딩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과도한 상업화를 들 수 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과정 자체가 직접적인 세일즈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브랜딩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 과정이기 때문에 과도한 상업화는 그 장소의 독특한 특성의 희석시키곤 합니다. 또한 그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그 장소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됩니다.
특정 지역이나 장소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 문화, 역사 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제품 개발로 지역 경제에 기여하며, 동시에 그 지역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대표적인 수익화 방법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춘천 감자빵’은 춘천의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어 장소 브랜딩의 좋은 사례입니다. 감자빵은 춘천의 특산물인 감자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이는 춘천 지역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농업을 상징합니다. 감자빵은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 춘천의 지역 색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므므흐스 사례도 주목할만 합니다. 므므흐스는 폐허로 버려진 마늘공장을 수제 햄버거 매장으로 개장한 곳인데요. ‘므므흐스 부엉이버거’는 알레르기가 심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몸에 좋은 식재료를 공수해 만든 햄버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끌자 이를 지켜본 아내가 햄버거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메뉴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경남 밀양의 흑마늘진액, 왜관읍의 친환경 토마토 등 지역 농가에서 직접 조달한 건강한 식재료로 므므흐스만의 차별화된 햄버거를 만들었습니다.
므므흐스가 만든 수제 버거는 당뇨가 있는 임산부, 소화가 잘 안 되는 노인들까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햄버거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므므흐스의 월평균 버거 판매량은 6300개로 2022년 연매출은 7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특산품이 아닌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제주 해녀의 부엌이 대표적입니다. 해녀의 부엌에서는 해녀의 삶과 역사, 그리고 그들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보존에 대한 노력 등을 연극 등의 형태로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해녀의 부엌에서는 제주 해녀가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사용하여 요리를 제공합니다. 이는 제주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해녀 문화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주의 독특한 매력을 전달합니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수많은 로컬 크리에이터는 빛을 보지 못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조사의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조사에는 고객가치와 시장성을 모두 포함합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생산적으로 하는 한다면 의미가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할 수 있으니까'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나 선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발한 상품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시장조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고객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좋아요"라는 말은 "저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와 같은 의미입니다. 상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타깃 고객을 정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상품에는 품질문제도 존재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추구하는 가치나 스토리만으로 구매하는 것은 한두 번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상품이 선택을 받고 입소문이 나려면 품질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가치'로 불립니다. '절대가치'는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고려하는 가치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사용 편의성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됩니다. 이러한 절대가치는 고객의 만족도와 직결되며, 고객의 재구매 의사나 추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품질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는 데 기여합니다.
가격경쟁력도 필요합니다. 명품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명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봐 주기 때문입니다. 원가 등이 비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리의 상품은 프리미엄을 지향합니다"라고 주장한다고 고객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비슷한 제품 중에서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격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에게는 마케팅 역량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SNS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시장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이나 장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다 해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마케팅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타깃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맞추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전략도 필요합니다. 목표로 하는 고객이 50대 남성이라면 어디에 홍보를 해야 할까요?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타깃 고객이 주로 온라인 환경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마케팅 전략도 결국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