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교 작가]
"아니, 그 연봉으로 LA에서 어떻게 살아?"
이곳에 취직 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나도 가끔은 내가 진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신기하다.
내가 일하는 곳은 비영리 상담기관이다.
말 그대로 돈이 목적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곳이다.
그러니 페이도 사람 중심이다.
나처럼 사람 좋아하는 바보들에겐 딱 맞는다.
대신현실은 냉정했다.
석사까지 1억 넘게 들였는데
첫 연봉은 고작 $60,000 세금 떼고 나면
한 달 실수령액은 $3,500,
지금 환율로 약 500만 원쯤 된다.
처음엔 '뭐 나쁘지 않네' 했다.
근데 여기는 LA.
국밥 하나에 팁까지 하면 3만 원 깨지는 동네다.
게다가 여기서 평균 석사 월급은 대충 850만 원이라는 데,
나는 그보다 한참 아래였다.
내 또래 친구들은 이미 경력직, 결혼, 애까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대학원 막 졸업, 남자친구도 없음.
통장 잔고는... 텅장.
뒤처지는 기분에 초조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단 10,000불(약 1,400만 원)부터 모으자.
모아보면 덜 불안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넉 달 만에 해냈다.
이건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나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증거였고,
나를 사랑하는 연습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30대 미혼 여성, LA에서 박봉으로 살아남기 프로젝트
실전 근검절약 팁 10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부디 이 글을 '짠내 투척'이라 오해하지 마시길.
이건 생존의 기술서이니.)
1. 외식은 한 달에 한 번!
밖에서 까르보나라 먹으면 3만 원 거기다 팁까지 더하면..
자연스레 집밥 요정이 되었다.
요리는 못 해도 살 순 있다.
(물론 맛은 보장이 안 된다. 그냥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2. 운전보다 걷기
운동도 되고, 기름값도 아끼니 일석이조이다.
일부러 회사 근처에 집을 구했다.
"LA에서 걸어 다니다 큰일 난다"라고 다들 말렸지만,
나는 LA 홈리스보다 휘발유 가격이 더 무서웠다.
3. 푸드뱅크 애용하기
코로나 이후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장보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나눠주는 '푸드뱅크'를 알 게 됐다. 창피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버려질 음식도 구하고 돈도 아끼니 오히려 친환경적이
아닐 수 없다.
4. Buy Nothing 커뮤니티는 천국이다
쓰던 물건을 서로 나눔하는이 커뮤니티를 통해 전자제품 및 가구 살 돈을 엄청 아꼈다.
책상, 서랍장, 전등, 전신 거울, 커피머신, 에어프라이어까지 전부 무료로 받았다.
심지어 그중 새 제품도 있다.
나도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은 나눔 하며 상부상조하고 있다.
5. 여행은 포인트로 가기
근검절약을 해도 여행을 포기할 순 없으니
카드 포인트를 총동원해서 비행기, 호텔을 해결했다.
잘 살펴보면 무료 항공권 및 숙박권을 받을 수 있는
카드혜택들이 정말 많다.
6. 영수증 앱으로 외식비 만들기
영수증 사진만 찍어도 포인트가 쌓이는 어플을
나는 4개 나 쓴다.
몇 달 모으면 외식 한 번쯤은 거뜬하다.
그렇게 가끔씩 맛있는 걸 사 먹으며 소소한 행복도 누렸다.
7. 고정지출 최소화하기
커피, 담배, 술, 네일 등,
한 번 시작하면 계속 소비해야 하는 것들은 안 하는 편이다.
고정지출만 체크해도 월급을 지킬 수 있다.
8. 돈 안 드는 취미생활하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도서관에서 독서, 산책, 러닝, 글쓰기, 유튜브, 브런치 읽기, 통화, 등 돈이 하나도 안 드는 것들이다. 감성은 공짜로도 충분히 충전된다.
9. 옷장, 냉장고는 정기점검 대상
정리 안 하면 중복 소비의 늪에 빠진다.
정리하면서 "이걸 왜 샀지?" 자책도 하고,
"이건 잘 샀다!" 자랑도 한다.
10. 멘털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스트레스받을 때 진짜로 돈이 샌다.
우울하면 배달, 지치면 쇼핑, 기분전환 한다며 카드를
긁게 된다. 멘털이 흔들리면 통장도 흔들린다.
내 통장은 내 마음 상태를 반영한다는 걸 배웠다.
이 모든 절약은 혼자 살기 때문에, 연애를 안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평생 이렇게 살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만 불 모으기 챌린지'는 내게 심리적 안정, 자기 통제력, 자존감을 선물해 줬다.
그 돈으로 성능 좋은 새 보청기를 샀고,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명품 선물도 해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기 효능감을 길러주는
심리 상담사가 될 수 있었다.
돈도 모으고, 나 자신도 더 사랑하게 되는 이 챌린지,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https://brunch.co.kr/@minkyo1026
전민교 작가님의 마지막화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민교 작가님의 청각장애를 가진 심리상담사 이야기는
미국에 첫 유학을 간 여정부터 혼자 만의 여행 일기,
그리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삶의 팁까지 정말 재밌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짧은 연재 속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아 주신
민교 작가님께 감사하며 박수로 응원합니다!
작가님의 열정이, 좋은 글을 쓰고 나누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이 되는데 쓰이길 기대합니다!!!
그 이야기들을 또 작가님의 글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함께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독자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민교작가님은 여전히 자신의 브런치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니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자주 놀러 가시고 함께 소통하시는 좋은 만남이 되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