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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채 Apr 08. 2018

사람, 과학, 삶에 대한 사랑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미국)에 대한 짧은 감상

사람, 과학, 삶에 대한 사랑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미국)에 대한 짧은 감상

A "BRIEF" review of the movie <The Theory of Everything>

해당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정보

: IMDB  The Theory of Everything - http://www.imdb.com/title/tt2980516/





  이번에는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았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는 참 많이 제작되어왔다. 최근에는 종의 경계를 허문 사랑의 모습까지도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사랑은 흔한 이야기 소재가 되는 영화판에서, 감히 이 영화는 스스로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아니었다. 영화의 원제목은 The Theory of Everything이다. 우리말로는 '모든 것의 이론'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증명된 적이 없는 가상의 이론으로, 자연계의 4가지 힘과 모든 입자 체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설이다. (위키백과 검색 결과 : 모든 것의 이론 http://bitly.kr/mIUm) 호킹 박사가 열정을 바친, 지나간 우주의 역사에 대한 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든 것의 이론이 될 것이다.


  혹자는 영화가 무조건 아름답기만 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가 호킹 박사와 제인 와일드 호킹의 삶을 그려내는 전기 영화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제목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과학적 진리를 찾기 위해, 하나의 아름답고 정갈한 이론의 정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의 삶을 대표하기 위해해서는 원래 제목 '모든 것의 이론'이 더 적합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는 모든 사랑의 모습에 대해서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는 호킹의 세 가지에 대한 강한 사랑이 드러난다 : 사람, 과학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이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로맨스 영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동시에, 영화는 호킹의 연구와 과학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며 21세기 최고의 이론물리학자인 호킹 박사 부부의 전기 영화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표를 쉽게 팔기 위하여, 가벼운 사랑 영화인 것처럼 홍보하기 위해 고른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호킹은 그를 지지해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컸다.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자신에게 삶의 방식을 맞추는 제인에게 그는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그는 제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제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조나단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우정으로 함께 살아갔다. 또한, 그는 몸이 아프더라도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였다. 아이들이 한참 자랄 때, 함께 뛰어놀 수는 없는 몸이지만, 휠체어에 함께 태우고 달리는 등 그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였다.


  그는 가족을 사랑한 만큼, 반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이 없었다면, 그의 삶은 절대로 그런 모습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킹이 살아있고, 박사로서의 연구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아내 제인 호킹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인은 호킹이 루 게릭 병을 앓고 있고 그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알았지만, 그의 여생을 함께 하고자 결심한다. 그녀 또한 취미와 꿈이 있었으나 몸이 아픈 남편 스티븐을 위해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호킹의 생사와 관련하여 위기의 순간에 처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과감히 선택을 할 줄 아는 강단 있는 인물로 보이기도 하다. 또한, 그 선택이 힘든 길이기는 하지만 올바른 길임을 정확히 알고 결정하는, 혜안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사랑이라는 게 무조건 아름다워 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랑에 막 빠진 연인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어떤 역경이 두 사람에게 닥치던지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에게는 현실이라는 변수가 눈에 들어온다. 호킹 부부의 경우도 같았을 것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두 사람은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제인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와 강한 의지, 그리고 힘을 가진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참 길었다. 


  호킹 박사의 생은 처음 의사의 진단과는 다르게, 긴 시간을 버텨내었다. 그런 긴 시간 동안 제인은 그를 간호하였고, 그의 두 팔과 두 다리가 되어 주었다. 호킹 박사 또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 한계가 있었고, 제인은 호킹 박사와 세 아이를 돌보는 것과 살림을 도맡아야만 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를 이해하기에, 점점 생기를 잃고 지쳐가는 제인의 모습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새로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제인은 그녀와 같은 믿음을 가진 조나단과, 스티븐은 그의 아픔을 잘 이해하는 간호사 일레인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 다 스티븐과 제인이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제인과 스테븐에게 대화가 잘 통하며 아픔을 이해하고 이를 보듬어주는 사람들이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처럼, 그리고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끝이 나게 되고 다시 각자의 새로운 짝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의 과학과 연구에 대한 사랑은 이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사족이지만, 누군가가 내게 영화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장면 하나를 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장면을 꼽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의 호킹 박사는 20대의 나이로, 이제 막 그의 연구를 시작하던 시기였다. 자주 발목을 접질리고 칠판을 사용할 때 손목에 힘을 온전히 주지 못했던 그는, 결국 루 게릭 병을 진단받는다. 


Doctor |
- The result is gradual muscle decay, wasting away.
  Eventually the ability to control the voluntary movement is lost, entirely.
  I'm afraid average life expectacy is 2 years.

- 결과적으로, 근육이 죽어가면서 점차 소실될 겁니다.
  종래에는, 모든 자의적인 근육 활동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실 것입니다, 완전하게요.
  유감스럽지만 평균 기대 수명은 2년으로 예측됩니다.

S. Hawking | 
- What about the brain?

- 뇌의 경우는요?


  그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질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미처 답을 내지 못한 그의 이론을 완성하는 것이 더 먼저였다. 얼마나 아플지, 삶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병을 늦출 수는 없는지를 묻기보다는, 의사에게 뇌의 활동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를 묻는 그였다. 


  시간이 지나며 몸이 점점 쇠약해짐에 따라, 그는 말 조차도 쉽게 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영화에서 다루어진 것과 같이, 그는 그의 컴퓨터를 통해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1988년,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세상에 선보인다. 




  호킹 박사는 삶에 대한 사랑 또한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보인다. 그는 삶에서 수많은 장벽들을 목도하였다.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병을 갖게 되어 더 이상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갔다. 하지만 다시 한번 큰 시련이 그를 찾았다. 몸이 약해진 탓에, 폐렴을 앓으며 목소리를 잃었다. 그의 생각을 전하는 유일한 수단인 말을 잃은 것이다. 


  병이 모든 것을 앗아 가려고 하지만, 그는 결코 모든 것을 내어주지 않았다. 목소리를 잃었지만, 그는 여전히 말은 잃지 않았다. 아크릴 단어 판을 통해 대화하는 법을 배웠고, 그 메커니즘을 빠르게 익혔다. 언제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닿는다. 후에 그는 한 공학자로부터 글을 읽어주는 컴퓨터를 받게 되고, 그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호킹 박사는 단지 주어진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매 순간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생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Life would be tragic if it weren't funny : 재미있지 않다면, 삶은 비극적일 것이다. 삶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긍정적인 사고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도 언제나 그의 삶은 유머로 가득했다. 간병을 위해 집을 찾아온 간호사 일레인과 아크릴 판으로 대화를 시작할 때, 그는 '차나 한 잔 마시고 시작하자'는 말을 건넨다. 후에 컴퓨터를 통해 대화하는 법을 익히고 난 뒤에도 컴퓨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TERMINATE." 컴퓨터의 딱딱한 말투가 영국 닥터 후 시리즈의 달렉을 연상 시켰는는지, '말삻하라'라는 말을 하며 집안을 누비고 다니기도 한다. 


  그에게는 언제나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 듯싶다. 언제나 살고자 하였다. 그리고, 하나를 내주게 되어도, 멍하니 그냥 내어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삶에게서부터 그가 필요한 것들을 영리하게 쟁취해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완성에는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연기를 할 때면, 나는 그 모습을 숨 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영화 속에서 레드메인은 너무나도 완벽하게도, 스티븐 호킹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원래 스티븐 호킹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순히 외적인 모습 말고도, 삶을 대하는 태도, 그의 재치 있는 모습들 또한 실제 호킹 박사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배우는 연기가 참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감정과 움직임 모두 섬세하다.  단순히 발음을 뭉개고 몸을 힘을 들여 움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매 장면에서 얼굴을 포함한 그의 모든 근육들은 미세하게 떨리는 게 화면에 잡히더라. 호킹을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많은 노력을 했을까 싶었다.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나는 감탄했다. 


  영화를 감상하면,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하는 감정은 거짓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관객은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그는 온전히 호킹 박사로서 존재했다. 에디 레드메인 그 또한 아직 채 40이 넘지 않은 젊은 배우지만, 호킹이 일생을 살아가며 느낀 삶의 애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싶었다. 


  영화 속에서 레드메인은 몇 차례 눈물을 흘린다. 각각의 눈물은 다 다른 것이었고, 그 눈물은 그의 것이 아니라 호킹의 것이었다. 병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두려움으로 인한 눈물, 불편한 몸으로 인해 계단 조차 스스로 오르지 못하며 우는 자신의 아이를 안아줄 수도 없다는 사실로 인한 눈물, 그리고 끝나 버린 사랑에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인해 비롯된 호킹의 눈물이었다.


  슬픈 장면이기에, 그 인물이 슬픈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만으로, 혹은 큰 감동을 위해 관객을 울리기 위한 목적적을 가지고, 필요에 의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영화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극적이고 슬픈 배경음악이나 크게 오열하는 장면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되려 영화 속의 호킹은 담담하게 눈물을 흘렸고, 이는 영화의 관람자의 눈시울 또한 함께 적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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