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결심한 후 나는 곧장 유학 준비에 들어갔다. 내가 제일 먼저 준비한건 아이엘츠와 학업계획서였다. 처음에는 토플을 대신 볼까 했으나 리스닝이 나와 맞지 않아 그나마 만만해보인 아이엘츠로 바꿨다. 토플의 경우 단어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별의별 단어를 다 외워야 했고, 렉처에서 강연자가 7-8분을 떠들면 그걸 들은 후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부분 강의 내용을 기억하거나 노트 필기를 해야했는데 나는 이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달 정도 토플을 공부한 후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아이엘츠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아이엘츠는 스피킹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유학을 결심했다고 하지만 말이 무색하게도 나는 영어 회화가 거의 되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I am a boy" 이런건 말할 줄 알고 문법도 알았지만 긴 문장을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스피킹 파트가 공부도 하기 전부터 두려움이 많았었다. 2022년 1월에 아이엘츠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선 리스닝, 리딩, 라이팅을 먼저 시작했다. 그 이유는 리스닝이나 리딩은 한국인 입장에서 그나마 만만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유형을 정독해서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피킹 못지 않게 라이팅도 나에게는 큰 문제였고, 라이팅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스피킹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라이팅 공부를 먼저 시작했다.
리스닝이나 리딩은 사실 수능 공부나 큰 차이는 없었다. 켐브리지 교재를 PDF로 다운받은 후 프린트해서 풀었는데 틀린 문제를 위주로 정답의 근거를 찾아나갔다. 이런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리딩의 경우 처음부터 6.5 정도 되는 점수는 나왔다. 리스닝의 경우 영국식 발음에 익숙하지 않아서 틀리는 문제가 많았지만 여러번 반복 학습을 한 끝에 정답의 근거가 되거나 함정 문제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라이팅은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해커스에서 판매하는 아이엘츠 라이팅 베이직 교재를 구매해서 문장 만드는 연습을 해나갔다. 그 교재는 문장이 한국식으로 쓰여진게 아니라 영어식으로 주어/동사/목적어 이렇게 한국어 해석을 적어놔 어떻게 영어로 문장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한 파트당 내가 작문해야 하는 문장이 10개정도 되었는데 놀랍게도 나는 그중 1-2문제만 완벽하게 맞았을 뿐 나머지는 관사나 명사의 위치 등이 틀린게 많았다.
그 책을 끝낸 후에는 해커스 아이엘츠 라이팅 정규 교재를 구매했다. 그래프나 파이 차트 등이 나오는 태스크1을 인강을 보면서 공부했다. 인강은 어느정도 노하우를 알려주는 수준이었지 템플릿을 알려주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에세이를 보면서 나는 내가 직접 필사를 해나갔다. 나는 비교적 3개월만에 라이팅 실력이 급격하게 오른 케이스인데 그 이유는 내가 필사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지 파악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영어를 생각할 때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을 하기 때문에 영어 문장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나는 영어 문장을 쓸 때 한국식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영어처럼 주어/서술어/목적어 이런식으로 다 끊어서 생각을 했다. 마치 직독직해를 하는 듯이 문장을 써나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장을 길게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라이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5형식 동사나 관계대명사, 분사구문 등을 문장 안에 적절히 넣으려고 노력했다. 인강에서는 어떻게 문장을 이어서 길게 쓸 수 있는지 많이 알려주었는데 그게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공부를 한 후 아이엘츠 시험을 봤는데 라이팅은 6.0, 리딩은 6.5, 리스닝이 5.5가 나왔다. 문제는 스피킹이었다.
스피킹이 좀 뒷전이 되다 보니 첫 아이엘츠 시험에서 완전 죽쓰게 되었다. 나름 회화 실력을 키워보겠다고 필리핀 화상 영어도 등록을 해놨지만 그때만 해도 간신히 3형식 문장을 말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실제 시험에서는 완전 망했다. 시험관 앞에서 말을 할 때 파트1은 무난하게 어떻게 통과했으나 긴 문장을 만들어서 1분 동안 서술해야 하는 파트2와 내 의견을 논리있게 말해야 하는 파트3은 완전히 망했다. 그때 내가 맞은 스피킹 점수가 충격적이게도 4.5이었다.
두 번째 시험때는 스피킹을 나름 준비한다고 족보가 있는 아이엘츠 브로 사이트를 통해서 파트1을 싹 다 준비했다. 문제는 파트1은 어느 정도 문제를 익히고 답안까지 만들어내긴 했는데 파트2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다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파트2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시험에서는 스피킹을 5.0 맞았고 라이팅은 6.5로 조금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딩을 죽쒔다. 그 다음번 시험은 7월에 봤다. 5월과 6월은 회화 공부를 빼고는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대신에 스피킹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알게 되었다.
4월부터 강남 YBM의 스피킹 회화 수업을 등록하러 다녔다. 비록 주3일에 1시간 정도 떠들어대는 것이었지만 필리핀 화상 영어와 병행해서 하다 보니 말할 기회가 많아져 이전에 비하면 문장을 훨씬 잘 만들어냈다. 그리고 파트2를 두서없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론, 본론, 결론으로 말을 하고 어떻게 문장을 돌려먹기해서 쓸 수 있는지 파악했다. 구체적으로 인물/장소/이벤트 등 몇 가지 카테고리를 정했고, 시험 문에서 언제/어디서 등이 나오면 그에 맞게 문장을 바꾸는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정리를 한다고해서 파트2 족보 문제 약 50개를 다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파트2 문제를 전부 워드에다가 쳐서 연습했다. 이런 연습은 외우는 과정겸 스피킹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렇게 써서 외운다고 하더라도 막상 시험을 보러가면 말이 그렇게 다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둘러댈 수 있고, 어느 정도 문장을 만들어내면서 시간을 1분 정도 넘길 수 있는 기회는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7월에 본 시험은 스피킹이 6.0이 나왔다. 첫 시험이 4.0이었으니 무려 2점이나 올랐다.
2022년 하반기는 일하기가 바빠서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다. 다니던 영어 회화학원도 필리핀 화상 영어도 그만뒀다. 2023년 상반기에 영국 대학원 세 곳에서 합격 소식을 받았고 그 중 2곳이 언컨디셔널 오퍼를 받기 위해 아이엘츠 오버롤 점수를 높여야 했다. 그래서 다시 아이엘츠 공부를 시작했다. 예전에 공부하던 아이엘츠 책과 캠브리지 교재를 다시 프린트해서 공부를 했으나 이번에는 인강을 보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 집에서 풀 때는 꽤 잘풀었지만 막상 시험을 보고 나니 그렇지 않았다. 점수가 여전히 오버롤 6.0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언컨디셔널 오퍼를 받기 위해서는 4과목이 6.0이상이고 오버롤이 6.5가 되어야 했다. 4월 초에 본 시험이 6.0이 나오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둔 후 6월에 강남 YBM 학원을 등록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딱 한 달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한 달만에 내가 원하는 점수를 취득할 수 있었다. 한 반에 애들이 고작 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선생님한테 케어받기가 좋았고, 라이팅의 경우 자유롭게 첨삭이 가능해서 꽤나 많이 첨삭을 받았다. 스피킹도 직접 1:1로 해볼 기회가 몇 번 있어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7월에 시험을 예약하고 강남 EDM으로 보러 갔다. 리스닝의 경우 생각보다 잘봤다고 생각했고, 리딩의 경우 파트1부터 너무 어려웠다. 생소한 유형까지 나왔고 2단어 이상 쓰라는 문제까지 나와서 식은땀이 절로 났다. 다행인 것은 어려웠던 파트1에 비해서 파트3이 쉽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55분 쯤에 모든 문제를 다 풀고 헷갈리는 문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팅에서는 파이차트가 3개나 나왔고 해당 요소도 문장식으로 나와서 당황했다.
스피킹은 운이 아주 좋았다. 나는 시험을 보기 전에 스피킹을 먼저 봤는데 내가 나올것 같다고 예상한 문제가 딱 나왔다. 그런데 파트1부터 내가 봤던 아이엘츠 보로 기출과 조금씩 달라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때는 내 스피킹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었다. 파트2의 경우도 보로 문제와 질문 자체만 같았지 세부 지시사항은 완전 달라서 말하는 내내 당황했다. 다행히 2분이라는 시간은 다 채우긴 했으나 불안감이 엄습했다. 파트3의 경우 Transportation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주제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너무 술술 말을 잘해서 시험을 보면서도 내가 다 놀랬다. 게다가 시험관분이 굉장히 나이스하셔서 들어올 때부터 인사도 해주셨고 내가 대답을 하면서도 제스처가 굉장히 좋았다. 시험이 다 끝난 후에도 시험 잘 보라고 덕담까지 해주셨다.
시험이 다 끝난 후 웬지 스피킹에서 6.5가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제는 리딩이 6.5가 안나올것 같다는 것이었다. 토요일에 시험을 봐서 수요일 오후 4시에 결과가 나왔다. 스피킹은 내 예상대로 6.5가 나왔고 리딩은 내 예상 밖인 7.0이 나왔다. 라이팅은 평소에 내 실력에 비해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고 리스닝 역시도 그랬다.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어쨌든 오버롤 6.5를 맞추게 되어 너무 기뻤다.
다른 사람들은 6월까지 이미 아이엘츠 점수를 충족시켰는데 나는 7월 초가 되어서야 점수를 충족시켰다. 실물 성적표를 받은 다음에 학교에 제출했고 그렇게 언컨디셔널 오퍼를 받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