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의 신에게 묻다

by 은파랑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산사의 종소리.

가느다란 연기처럼 사라지는 향의 흔적.

동쪽의 신은 거기에 있다.

그는 흐름 속에서 존재하며,

비워야 가득 찰 수 있음을 가르친다.

붓다의 미소는 깊은 고요 속에 머물고,

노자의 길은 바람과 함께 흘러간다.


서쪽의 신은 그곳에 있다.

장엄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촛불 위로 기도가 올라가는 자리에서.

그는 하나의 진리를 말하고,

믿음을 통해 구원을 약속한다.

모세의 손이 바위를 가르고,

예수의 음성이 사랑을 설파한다.


동아시아의 신은 조용히 바라보며 묻는다.

"너는 흐름 속에 살고 있는가?"


그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 부르고,

고통조차 깨달음의 한 조각이라 말한다.

공자의 가르침이 집을 다스리고,

불교의 연꽃이 연못 위에 떠 있다.


서양의 신은 따뜻한 손길로 묻는다.

"너는 진리를 찾고 있는가?"


그는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고,

기도 속에서 길을 찾으라 말한다.

신의 은총이 죄를 덮고,

천국의 문이 믿음으로 열린다.


동쪽에서는 고요 속에서 해답을 찾고,

서쪽에서는 믿음 속에서 구원을 찾는다.

동쪽의 신은 흐르고,

서쪽의 신은 기다린다.

하지만 끝에서,

모든 길은 같은 곳으로 이어진다.


바람은 동서의 경계를 모른다.

강물은 어느 나라의 신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그저 흐르고, 흘러서,

바다에 닿을 뿐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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