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무언가하고 있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는 법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문득, 하고 싶은게 많았던 나 자신이 작아지고 있다는게 슬프고 소용없다는걸 알면서도 더 빨리 자기길을 찾은 친구와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혼란스럽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럴때 나는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보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영감님도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났을 때는 미국에서 인턴을 하고 돌아와 다른 인턴을 하고 있었던 때였고, 내가 너무도 못하는 일이어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자괴감이 드는 시기였다.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던 일들이 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 자체가 너무나 그리웠다. 그래서 meetup app에서 본 외국인과의 1박 2일 광양여행에 신청했다. 짧은 여행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경험에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만난 한 친구는 한국에서 영어교사를 하는 선생님이었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선생님을 한 뒤에 조지아로 갈 것이라 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거냐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했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I'm still navigating my career(난 아직 내 진로를 찾아나서고 있어.)"
나는 그 navigate라는 단어가 참 신선하게 들렸다. 진로에서 헤맬 때, 나는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을 했지 '방향을 찾아나서고 있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조급했고 조급함과 자괴감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성공했다고 남들이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진로를 찾으신거냐고 질문을 많이 했었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자기도 여전히 진로를 찾아나선다고 답했다. 겉으로 봤을 때 자기 일에 인정을 받고 있고, 안정된 일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배움과 방향을 찾아나가고 계셨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20대의 내가 가졌던 불안감은 완벽한 직업을 찾음에서 오는, 무언가 결정된 상태를 긍정적이라 믿는 착각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20대에서 진로의 고민은 큰 방향성에 따라 차이의 폭이 너무 클 수 있어 더 선택이 힘들고, 이미 해온 것이 없다는 것은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아도된다는 장점이지만 한편으론 선택의 기로에서 더 혼란이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의 말, 그리고 지나쳐왔던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급한 감정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다. 속도와 방식이 다르지만 어느 순간이든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navigator 일테니, 어떻게 그 불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고민하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좀 늦어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원하는 곳에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