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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쥬스 Nov 07. 2019

쌍둥이 엄마는 가끔 맞는다

- 악. 왜 이래.

오늘도 맞았다.




멜론이(첫째)가 우유통으로 눈썹과 눈 사이를 내려쳤다. 눈썹과 눈 사이는 살짝 쳐도 아픈 곳이다. 그곳을 우유통으로 있는 힘껏 내려치는데 방금 뭐가 지나갔냐. 번개가 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무방비 상태로 난 한쪽 눈이 멍든 상태가 되었다.


한 번은 멜론이가 자기 전에 캄캄한 방에서 갑자기 다가와서 코를 할퀴어서 한동안 밴드를 하고 다닌 적도 있다. (이 나이에 코에 밴드라니.)


평소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육아를 한다. 분명 단정히 묶었는데 시간이 지나 보면 듬성듬성 잔디같이 머리가 숭숭 솟아있는 게 마치 망나니 같다. 이유인즉슨 머리끄덩이를 몇 번 잡혀서 그렇다. 아기 식탁에 앉혀서 밥을 먹이다 보면 밥알이나 반찬이 바닥에 안 떨어지는 날이 없는데, 밑에 떨어진 음식물을 훔치려고 고개를 숙이면 어김없이 머리끄덩이를 잡힌다. 그것도 두 명에게서 양쪽으로 잡힌다. (제발 목 주변 머리카락 몇 가닥만 잡아서 당기지 말아 줄래. 그건 정말 소름 돋게 아파.)


- 아악. 아파. 엄마가 아프다고 했지.

- (쌍둥이가 해맑게 웃고 있다.)

 

또 하루는 기분 좋게 같이 놀다가 밥 먹을 때가 되어서 사과(둘째)를 안아 아기 식탁으로 옮기는데 얼굴을 잡혔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눈썹과 볼을 왁 할퀴었다. 순간 빠작했다. 거울을 보니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선명했다.


- 엄마 때리는 거 아니라고 했지. 엄마 너무 아파. 여기 상처 났잖아.

- (사과가 해맑게 웃고 있다.)




나는 맞는다. 종종.

사랑스러운 아가들이지만 맞을 때는 순간 빠직 분노가 올라온다. 그럴 땐 숨 한번 크게 쉬고 릴랙스 릴랙스 한다. 아무 의도 없이 해맑게 때리는 아가들에게 성인에게 따지듯 따질 수도 없다. 민첩함이 과연 답인가? 이렇다 할 민첩함도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맞는 게 쌍둥이 엄마의 숙명인 건가. 그래도.. 엄마도 맞으면 아프다.


멜론, 사과야.

엄마 좀 그만 때리면 안 되겠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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