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더 필요해?
서울이 싫은데 이유가 필요한가?
사진 몇 장이면 충분한데.
나는 오래오래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아주 멀리멀리 돌아왔다.
서울에는 없는 게 없고
친구들이 있고
모든 게 역동적이고
반짝였던 나도 있는데
정작 내가 그곳에 없으니,
여기 혼자 있는 나는 눈칫밥이나 먹으며 친척집을 전전하는 고아 같다.
가끔은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법도
내가 알던 나를 다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사주에 없는 글자를 곁에 두면 좋아진다던가.
그래서 물 수자와 나무 목자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 이 놈의 사주 때문에 이렇게나 산을 찾아다니고 바다를 좋아했나 보다.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나아진 건지는 더 모르겠다.
아직도 인생은 어렵고 갈수록 사는 게 부담스럽다.
철없던 시절에나 감히 행복을 운운할 수 있었을지도.
지금은 매일이 다큐멘터리 무삭제판이다.
디즈니채널에서 순식간에 bbc다큐멘터리로 채널이 변경되었어도 이게 내 팔자려니.
여전히 나는 내가 좋고 애틋하다.
바다가 나를 살려주고 있는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