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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Jun 16. 2019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 없을 땐 뭐해요?

선관위 공무원이 되고 싶은 분들이 알아야 할 우리 선관위의 역할과 직무

내가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이 된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선관위 직원은 선거 없을 땐 뭐해요?"였다. 사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우리나라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대강은 아시는 분들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신 경험이 있거나, 국회나 정당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은 선관위가 어떤 기관인지 잘 아실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관위에 근무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소개하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선관위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 소속 기관인지, 소속 직원이 공무원 신분인지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선관위 직원은 선거 없을 땐 뭐해요?"


이런 분들께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제가 소상히 설명을 해드리면 이어지는 질문이 "그럼,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 없을 땐 뭐해요?"였다. 선관위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 대강 알고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도 바로 이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 없으면 뭐해요?"이다. 이 전형적인 질문은 선관위 공무원은 안 그래도 공무원이어서 편할 텐데 선거 없을 때는 정말 하는 일이 없지 않느냐는 주관적인 부러움과 암묵적인 핀잔이 적당히 섞인 질문이 아닐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본관 앞 표지석

도대체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가

그럼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가 없으면 정말 하는 일이 없을까? 가끔 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면 '평소 선거가 없으면 하는 일도 없는 선관위 직원들이 막상 선거가 되면 육아휴직을 내고 일을 안 하려 한다'는 악의적인 가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터무니없는 왜곡과 자의적인 선입견으로 뒤범벅된 이런 영상들을 보며 선관위 현직 직원으로서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실체(?)를 여러분들께 진솔하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이 되려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공시생들 사이에서도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 때만 일하고 선거가 없을 때는 매우 한가한 직렬', 그럼에도 다른 직렬에 비해 승진도 빠르고 처우도 좋은 직렬로 인식되고 있다. 선관위 공무원의 최대 장점으로 묘사되는 이런 인식은 일부는 사실이지만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선관위 공무원의 장점으로 상대하는 민원인들이 일반 민원인이 아니라 입후보 예정자나 정당 관계자 등이라는 점, 헌법상의 독립기관이기에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고, 선거범죄의 예방과 단속을 위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 때만 일한다?


그럼 부족한 제 글이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상을, 우리나라 선관위 공무원들의 모습을 많은 분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또한,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많은 분들 중에 혹시라도 선관위 직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미래의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참고가 되길 바라본다. 선관위 공무원들이 실제로 하는 일과 근무환경, 조직구조에 대해 미리 알아 두는 것은 선관위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의 역할과 임무

우선 우리나라 현행 헌법 규정에 따라 선관위의 역할과 임무를 소개해 본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권력 구조를 서술하는 부분에서 법원, 헌법재판소와 함께 헌법상의 독립적인 기구로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14조에 따르면,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은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법률로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15조에 따르면,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명부의 작성 등 선거사무와 국민투표 사무에 관하여 관계 행정기관에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으며' 행정기관은 이러한 선관위의 지시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14조
①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②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 한다.
......
⑦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제115조
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명부의 작성 등 선거사무와 국민투표사무에 관하여 관계 행정기관에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지시를 받은 당해 행정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선관위가 헌법에 직접 규정된 헌법상의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자율성과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과거 부정선거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박정희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선거를 관리할 독립적인 선거관리기구와 선거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상세하고 방대한 선거법 규정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관위의 조직과 임무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그 조직규모나 인력이 방대하고 권한도 막강한 것이다. 정치 수준이 높고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선거관리는 기존 행정기관이나 자치단체에서 담당하기에 별도의 독립적인 선거관리기구가 없거나 그 규모가 소규모인 경우가 흔하다.

(외국의 소박한 선거관리기관과 단순한 선거관리 실태에 대하여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헌법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 선관위의 중요한 3대 직무는 선거관리, 국민투표관리, 정당에 관한 사무로 요약할 수 있다.  선거관리는 우리나라의 주요 공직 선거인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와 일반 국민들을 잘 모르시지만 조합장 선거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투표 관리는 요즘은 잘 안 하지만 헌법 개정 시에는 국민투표로 확정해야 하므로 만일 헌법이 개정된다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 정당 사무라는 것은 정당 등록이나 각종 신고, 보조금 지급 및 회계보고, 후원회에 관한 업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당연히 선거 관리업무인데 이는 후보자 등록, 투표 및 개표 등 순수한 절차 사무와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예방 단속, 선거범죄 조사 등의 지도단속 업무로 크게 양분된다. 그래서 각급 선관위 조직도 선거계(예전에는 관리계)지도계 혹은 지도홍보계로 나뉘어 있다.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은 일반행정 조직체계와 같이 중앙(중앙선관위)-시도(시도선관위)-구시군(구시군선관위)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선관위 조직도 2019년 현재 중앙선관위 1개, 시도 선관위 17개, 구시군 선관위 249개에 약 3천 여명의 직원이 있다. 일선의 구시군 선관위 조직은 보통 6인~12인으로 구성된다.



선거 때마다 직원들이 목숨을 잃기도

우리나라 선관위는 선거 때에는 주로 선거관리를 담당하지만 선거가 없는 때에도 선거법 해석과 선거범죄 예방 업무는 계속 이루어진다. 선관위의 주요 업무가 선거관리 업무이기에 선거가 없는 때에는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때에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기에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후보자 등록 이후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짧은 기간 내에 적은 인원으로 투표 준비와 개표 준비 등을 처리해야 하기에 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그 업무량이 살인적이다. 선거기간이 개시되면 휴일도 없이 매일 새벽부터 야근을 해야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투표와 개표를 같은 날 해야 하기에 선관위 직원들은 과로와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선거기간에 집중되는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피로 누적으로 매번 선거가 있는 해에는 1~2명의 직원이 실제로 개표일 당일 혹은 이후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선거포스터, 왼쪽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19년 조합장선거


당연히 선거가 없는 때에는 선거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요즘은 우리나라에 선거가 없는 때란 거의 없다.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고, 2017년에는 대통령 선거, 2018년에는 지방선거, 2019년에는 조합장 선거를 했다. 2018년에는 제7회 지방선거를 치렀으니 4년 뒤인 2022년에는 다시 지방선거를 해야 하고, 2017년에 대통령 선거를 조기 실시했으니 5년 뒤인 2022년에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같이 해야하고, 2020년에는 다시 21대 총선을 치러야 한다. 2019년 올해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국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각종 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동시 조합장선거를 치렀다. 이렇듯 요즘은 거의 매년 선거가 있다고 보시면 된다.


선거 없는 해가 언제이던가


일반 국민들에게 선거는, 선거일 당일에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고 저녁에 개표 방송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선관위 직원들과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선거는 그보다 훨씬 먼저 개시된다. 예를 들어, 2020년 4월 15일이 21대 총선일이라 하면 그 120일 전인 2019년 12월부터 출마자들은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여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이보다 훨씬 전부터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를 준비하고 이에 따라 선관위 직원들도 각종 절차사무와 예방 단속 업무를 준비해야 한다. 선거계는 투표소나 개표소에서 사용한 물품을 준비하고, 사무원들 교육을 준비하고, 출마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지도계는 선거 범죄신고나 선거법 질의 업무를 처리한다. 사실 지도계 업무는 선거기간과 무관하게 수시로 진행되어야 하기에 지방자치단체나 입후보 예정자, 일반 국민들의 민원이 선거가 없는 때에도 계속 접수된다. 선거 때에는 이런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뿐. 일선 구시군 선관위 직원은 수가 많지 않기에 홍보계 경우 상시에는 민주시민교육이나 일반 홍보 업무를 처리하다가 선거 때에는 선거계로 편재되어 절차 사무를 맡게 된다.


요즘에는 정확하고 신속한 투개표 업무를 위해 투표절차가 매우 복잡해지고, 사전투표의 도입으로 선거일이 사실상 이틀 더 늘어 난 결과가 되었기에 선관위의 업무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한 선거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정확하고 공정한 투표관리, 개표관리를 위해 투개표 절차를 매우 상세히, 엄격히 규정하고 있기에 준비해야 할 업무도 많다. 지도단속 분야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선거법 규정 때문에 선거범죄 신고도 많고, 처리해야 할 단속업무도 엄청나다.


또한 선관위의 업무가 선거관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방송이나 신문에 자주 발표되는 여론조사 공표를 보시면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의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라고 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하려면 여론조사기관은 중앙선관위나 시도선관위에 신고를 해야 하고 공표 보도된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기관도 선관위이기 때문이다. 또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나와서 벌이는 방송토론이나 정당의 정책토론 등을 위한 선거방송토론위원회도 각급 선관위 산하에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들이나 대학생, 정당 관계자, 일반 시민들을 위한 민주시민교육과 민주주의 교육도 선관위가 담당한다. 우리나라 선관위의 직무 범위는 단순히 선거 때의 선거관리에만 한정되지 않고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방대하고 다양하다.


  

선관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선거범죄 예방과 단속이기에 이를 위해 선거가 없는 시기에는 선관위 직원들은 디지털 범죄 조사를 위한 포렌식 자격증이라든지, 여론조사 심의와 분석을 위한 사회조사 분석사 자격증 등 각종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범죄 조사 기법이라든지 선거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거가 없는 시기에 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선거 때에는 담당 업무를 처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각종 홍보포스터, 왼쪽부터 정치후원금, 후보자토론회, 기부행위 제한규정 홍보포스터


선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선거도 선거일 하루만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사전투표일이나 선거일 하루에만 투표를 하고 개표방송을 시청하면 되지만 그날 하루를 위해 우리나라 각급 선관위  직원들은 묵묵히 1년 내내 준비한다. 선거범죄 신고에서 후보자 등록, 선거공보 발송, 선거벽보 부착, 투표소 설비와 개표소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세밀한 선거절차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선관위 직원들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일을 규모가 작은 선관위가 전부 감당하기에는 힘들기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는다. 심지어 선거 때에는 각급 선관위 조직과 직원들 만으로도 밀려드는 업무를 다 소화하기 어렵기에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의 도움도 받고 계약직 직원도 채용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가 없는 때 선관위 공무원은 뭐하냐고? 다른 공무원들처럼 선관위 공무원들도 선거가 없더라도 열심히 다음 선거를 위해 연구하고 미리 준비하고, 선거법 문의에 응대하는 등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선거 때처럼 수면부족 상태에서, 가정과 아이들은 팽개치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투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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