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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Aug 19. 2019

여름휴가 내고 간 곳은 바로 여기!

나의 특별한 2019년 여름휴가 이야기

나는 이번 여름휴가로 8월 15일 광복절 연휴와 연가 4일를 포함해서 총 7일간을 쉴 계획이다. 그러니까 8월 15일에서  8월 21일까지.  그런데 아내는 16일과 19일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할 것이고 나만 휴가를 간다. 아내는 20일, 21일 이틀만 휴가를 쓸 예정이다. 20일은 내 생일이어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21일에는 가족모임이 있어서 장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15일부터 여름휴가 중이고, 아내는 19일까지는 출근하고 20일부터 휴가를 같이 보낸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왜 부부가 따로 여름휴가를 보내냐고?


나는 휴가중이지만 아내는 출근중이다

말 그대로 우리 부부는 이번 여름휴가를 따로따로 자기 계획대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마땅히 갈만한 행선지가 떠오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번 휴가는 집에서 보내면서 재충전을 하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우리 부부도 여름휴가를 일본이나 제주에서 보낼 계획을 세웠었다. 그래서 제주행 비행기와 숙소까지 예약하기도 했으나, 여행은 날이 좀 더 선선해지면 가기로 계획을 변경해서 위약금까지 물면서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아내와 나는 이번 여름휴가를 '따로 또 같이' 보내기로 했고, 나는 나의 여름 휴가를 '집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보내는 휴가를 위해 나는 4일간 연가를 신청했다. 당연히 직장 동료들은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가냐'고 물어 들 본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던 우리 부부였기에 이번에도 자연스레 해외로 가는 줄 안다. "혹시 일본으로?"라고 웃으며 물어보는 동료들도 있다. 나는 웃으며 인사를 했을 뿐 집에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아니 당당하게 집에서 보낸다고 말하지 못했다.


우리 회사에서 내가 4일 정도 휴가를 간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거나 업무가 마비되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휴가 중일 때 내 업무를 대행하시는 분도 있고, 내 업무가 꼭 나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 내가 무능하거나, 존재감이 없거나, 불필요해서가 아니다. 분명 아닐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조직 구성원은 대부분 완전 대체재에 가까운 존재가 아니던가? 하물며 위계와 질서, 분업과 업무 표준화가 고도로 발달한 관료제 조직에서라면 더더욱 내 역할은 대체 가능하다. 따라서 내가 내게 허용된 연가를 4일 써서 집에서 쉰다고 해서 문제가 될 리도, 이상한 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여름휴가는 집에서 보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집으로!"

나의 '특별한' 이번 여름휴가 계획에 대하여 내가 직장 동료나 상사 분들에게 미리 말하기 주저했던 이유는 아마도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일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닐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사실 나는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주도면밀한 휴가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아, 이렇게 홀가분하고, 재미있고, 특이하고, 유익하게 휴가를 보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나름 나만의 비밀스러운  '생활의 발견'이라도 한 듯 뿌듯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들만 하기

먼저, 나는 휴가기간 중 내가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 -아니지 '위시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옮겨 적어 본다면,

1. 그동안 해외에서 촬영 한 뒤  외장하드에 저장해 놓은, 

   편집하고 싶었으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다큐영상, 여행영상 편집하기.

2. 읽고 싶었으나 긴 호흡이 필요해서 선뜻 집어 들지 못했던

   에코의 <미의 역사>나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같은 책 펼쳐보기.

3. 요르고스 란티모스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특정 영화감독이나 특정 배우,

   특정 주제의 영화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나만의 '방구석 영화제',

   '마이클 패스밴더 정주행 영화제' 개최하기.

4. 매일 저녁 집 근처 고등학교 운동장 달려보기.

5. 핸드폰에 좋아하는 노래 잔뜩 넣고 자전거 끌고 한강변으로 나가기.





무엇보다 '집에서 휴가 보내기'를 하면서 나는 아침에도 졸음이 사라질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었고, 배가 고프면 집에 있는 대로 챙겨먹고, 배가 부르면 누워있고, 약간이라도 졸리면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평소처럼 일부러 시간 맞춰 일찍 일어나거나 커피로 졸음을 쫓거나 하지 않았다. 딱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렸고, 그냥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눈을 뜬 채 공상에 젖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나기도 했고, 지금처럼 브런치에 쓰고 싶은 말이 생각나기도 했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녹화하고 싶어 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2019년 나의 '특별한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의 최종 목적지는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긴 호흡 내뱉기

내가 나의 2019년 여름휴가를 예년보다 잘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회사에 출근해서 직장 동료들이 "휴가 잘 다녀왔냐?"는 인사를 건넬 때 "네, 집에서 잘 보냈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웃을 수 있을지, 또 그때 동료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내가 바라는 것은 휴가를 잘 보냈는지 못 보냈는지 그런 판단과 평가로부터 그냥 자유로운 '여름휴가'가 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번잡함과 조급함, 분주함과 정신없음에 얽매이지 않는 진공같은 시간, 평소에는 쉴수 없었던 긴 호흡, 여유로운 숨, 나는 그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어떤 평가와 반응을 떠나서 '나의 2019년 여름휴가'는 아주 특별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몸과 마음이 아주 느슨하게 풀어져 아무런 긴장감이 없는 상태다. 이런 기분 오랜만이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휴가의 최종 여정이 바로 이런 '지복의 상태'라면 꽤 괜찮았던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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