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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Aug 29. 2019

공무원들 때문에
나라 망할 것 같다는 당신께

최저임금 수준 하위 공무원 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이유

 인터넷 뉴스 사회면에 정부가 2020년도 공무원 임금을 전년도 대비 2.8% 인상한다는 뉴스가 떴을 때 나는 이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익히 예상할 수 있었다.  어떤 댓글이 달릴지 그 문장까지도 상상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그 뉴스에는 분노와 흥분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라를 말아먹는구나."부터 "우리나라는 공무원만 사는 나라인가?"에서, "할 일 없이 노는 공무원들 천지인데 공무원 또 뽑고 월급도 올려주다니!"까지. 간혹 공무원 임금인상과 공무원 증원에 찬성하는 소심하고 수줍은 글이 보이기도 했지만 댓글의 주류는 역시, "하는 것 없이 노는 '월급루팡' 공무원들에게 임금인상이 웬 말이며 공무원만 늘려서 나라 망하게 할 일 있냐"는 나라 걱정이 주를 이룬다. 정말, 공무원 임금을 2.8% 인상하면 나라가 망할까? 그것도 고작 하위직에 한해서 2.8% 인상인데? 그리고 공무원들이 하는 일 없이 남아도는데 또 뽑아서 대한민국을 '공무원 공화국'을 만드는 것일까?

 

그러면 여기서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기사의 내용을 살펴본다.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에 공무원 1만 8815명을 충원할 것이며, 고위공무원(고공단)을 제외한 공무원 임금을 2.8% 인상하기로 정부안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1만 8천여 명에 이르는 충원 인력의 상세 내역은, 의무경찰 제도 폐지로 인한 경찰관 대체인력을 포함해 경찰과 해경 총 6213명을,  국·공립학교의 교원 4,202명을, 그 밖에 생활·안전 분야 공무원 2,195명을 충원하는 것이다. 결국, 중앙부처가 충원하는 인원은 대부분 경찰, 교원, 생활안전 분야 등에서만 총 1만 2610명인 것이다. 

이 밖에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에서는 111명 만을 충원하기로 해 예년에 비해 모집정원이 대폭 축소될 것 같다, 여기에 현역병 자원 감소를 대체하기 인한 부사관·군무원 6,094명 충원 등을 포함 내년에는 총 1만 8천여 명을 충원하는 것이다. 이런 충원 규모는 2017년 1만 2700명, 2018년 2만 9700명, 2019년에 3만 3000명(지방직 1만 5000명 포함)과 비교할 때 오히려 축소된 규모인 것이다. 이런 인력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경찰, 교원, 사회안전 분야 인력이 대부분 아니던가? 아쉽게도 소방공무원은 아직 지방직 공무원 신분이어서 이번 국가직 공무원 충원 계획에 포함되지 못했다. 충원되는 공무원은 범죄와 재난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사회안전 분야 공무원이 대다수인 것이다.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받아가는 공무원? 

 

공무원 봉급 인상과 관련해서 일부 언론은 "3년 만에 최대"라느니, "현 정부 들어 사상 최고"라는 자극적, 선정적인 표현으로 여론을 자극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9년 현재 9급 1호봉 공무원 봉급은 1,592,400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액급식비 및 직급보조비 20만 원가량과 초과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 30만 원 정도를 합해도 9급 공무원 월 급여는 2019년 현재 세전 200만 원 내외이다. 여기서 각종 분담금과 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200만 원 미만이고. 


자료; 노컷뉴스의 최저임금과 공무원 봉급 비교 팩트체크


 

2019년 기준 공무원 봉급표



3년 만에 최대라는 2.8% 인상률은 기본급 기준이기에 대부분의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인상분은 5만 원 내외이다. 이것도 과한 것일까?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2018년 2.6%, 2019년 1.8%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내년에 겨우 2.8%를 인상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할 때 9급에서 8급까지 대부분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최저임금보다도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기 때문인 것이다.

2019년도 최저시급은 8350원


내가 9급 2호봉이던 시절, 저희 기관에 함께 근무하는 임시직 사무보조원들이 오히려 저희 9급~8급 직원들보다 선거 때는 더 많은 급여를 받았다. 심지어 두 세 배까지도 차이 나게. 이것은 공무원인 직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초과근무 수당 지급 시간이 최대 월 57시간으로 제한되지만 계약직 직원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10시에 넘어서 하는 야간 근로도 정규직원에게는 야간근로수당이 적용되지 않지만 사무보조원에게는 주간 근로의 1.5배인 야간근로수당이 적용되어 보수가 많아진다. 정규 직원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해도 보수는 상대적으로 더 적음에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이 드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9급~ 7급 공무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거나 아니면  이를 겨우 상회하는 월급으로 '품위 있게'는커녕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대다수가 30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르는 이들 하위직 공무원들이 200만 원 내외의 세후 수입을 가지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게 도무지 가능할까? 그래도 우리에겐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과 직원으로서의 정열이 있으니까 뭐 다행인 걸까?


필자의 9급 2호봉 시절 실제 봉급명세서


어느 깡촌 산골에 오두막을 짓고 사는 게 아니라면 도시에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주거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방 한 칸짜리 원룸이 보증금 3~4천만 원에 월세 5~60만 원인데, 식비와 교통비로 100만 지출하고 나면 뭐가 남을까? 물론 공무원들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공무원 봉급 2.8% 인상한다고 나라가 거덜 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자료: JTBC 팩트체크


공무원 평균 연봉이 6천만 원에 육박한다고?

또 한편 일부 언론은 틈만 나면 9급 말단 공무원부터 장관급에 이르는 고위공무원까지 각종 수당을 포함해 산정한 전체 공무원의 평균 연봉을 열심히 보도한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체 공무원의 기준 소득월액 평균액은 530만 원이라는 것이며, 전체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6360만 원(세전)이라는 것이다.  연봉 1억이 넘는 장, 차관 봉급과 연봉 3천을 겨우 넘어가는 8, 9급 공무원 봉급을 단순 합산한 통계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기사 읽을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삶의 의욕이 상실되는 현실은 누가 책임지나? 


지료: JTBC 화면 갈무리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85.2%에 불과하고 여기서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찰과 교원을 제외하면 80%를 하회한다. 이는 민간 부분과 비교할 때 공무원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17년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87만 원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들의 평균 소득은 여기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통계수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임금이 결코 절대적인 수준에서도 높지 않으며 민간부문과 비교해서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공무원은 입사 초기에 임금이 적은 대신 더 오랜 기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2015년 시행된 공무원 연금개혁을 통해 요즘은 공무원 연금도 '내는 대로 받는' 시스템이고 연금개시 시기도 65세부터 단계별로 점차 늦춰지고 있다. 퇴직 후에도 월 300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고액 연금수령자는 이제 옛말이다. 이런 분들은 근무년수가 30년 넘은 장기근속자이시고 또 이분들이 처음 공무원 생활하시던 시절에 공무원 봉급은 민간기업에 비해 정말 형편없었다. 이분들은 현재 소득을 미래에 연금형태로 지불받기 위해 유예시켰던 분들이신 것이다.  또 민간기업에 젊은 나이에 입사에 공무원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분들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고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도 있고, 사기업의 임금상승률이 공공부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젊은 시기에 부를 축적할 기회도 더 많은 것이다. 아무튼 공무원 봉급 2% 정도 올린다고 우리나라가 망할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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