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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Oct 30. 2019

늦깎이 공무원들이 온다

늦깎이 공무원의 탄생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하여

https://brunch.co.kr/@eurozine/298




올해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55세 '늦깎이 공무원' 김의천 씨가 화제다. 그는 낮에는 버스기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인강을 들으며 시험공부를 했다고 한다. 먹고살기 위해 한 때 장사나 막노동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그는 "뒤늦게 도전했던 보람이 있다"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2019년 서울시는 신규 공무원 2,841명을 선발했는데 전체 합격자 중 40대가 162명(5.7%), 50대가 35명(1.2%)으로 이른바 '늦깍이' 고령 합격자의 비중도 상당했다.  올해 서울시 공무원 시험 최고령 합격자는 심지어 1959년 생이라고 한다. 나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삶의 기획으로써 뒤늦게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늦깍이 수험생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공무원 시험 열기와 같으면서도 또 다른 결이 숨어있다. 





늦깎이 공무원들이 온다


고령화 현상의 가속화, MB정부 시절에 시행된 공무원시험 연령제한의 철폐로 인해 공직사회에서 '늦깎이 공무원'의 탄생은 이제  특이한 현상도 아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늦깎이 수험생들의 '뒤늦은' 도전에 대한 반응은 찬사와 부러움만은 아니다. 젊은이들도 쉽게 통과하기 어려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작지만 큰 성과를 거둔 그 의지와 노력에 대한 감탄에서부터, 고령의 나이로 박봉과 민원에 시달리며 감내해야 할 현실에 대한 조언을 거쳐, 우리 사회는 전 연령대를 정년과 연금이 보장된 공무원 시험에 내몰고 있는 고용불안의 사회라는 비탄에 이르기까지 그 반응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반응은 6여 년 전 내가 처음 공직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에게도 쏟아졌다. 내가 선거관리위원회 9급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신규 임용되던 해 입사동기 중 40대 이상은 나를 포함 세 명이었고 다행히도(?) 다른 분이 최고령 합격자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당시 합격생 동기들 45명 중에서 20대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30대였고, 30대 후반의 합격자도 꽤 됐다. 



'뒤늦은' 도전이란 없다


나와 같은 '늦깎이' 공무원을 대하는 일반인들과 조직 내부의 태도와 반응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한마디로 반반이다, 놀람 반, 걱정 반. 때론 걱정의 정도가 선을 넘어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뭐하러 그 나이에 이제 여길 왔냐?"는 비난에 가까운 걱정에 가슴을 쓸어내린 일도 많았다. 그런 우려는 일찍이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의 입을 통해서 표출되기도 하고, 첫 발령지에서부터 혹은 이후 어느 지역으로 전보되든지 마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 보편적인 반응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정말 끔찍한 박봉에 뭐하러 그 나이에 공무원이 되었냐?"는 우려이다. 둘째는 조직 내에서 나이 어린 상사와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부적응에 대한 우려, 셋째는 젊은 신규 직원과는 달리 열정과 패기가 부족할 것이며 소극적인 업무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이다. 


물론 '늦깎이 공무원'이 겪을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늦깎이 공무원과 함께 일할 선임 직원이나 간부, 동료들이 감내해야 할 불편함도 많을 것이다. 신입을 기다리던 선배들은 발령받아 온 늦깎이 신입을 신입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막내 같지 않은 신입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 나와 근무했던 계장님들 중에는 가끔 나를 '계장님'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부르던 분들이 많았다.(내 포스는 이미 적어도 외모상으로는 계장급을 넘어 국장급에 올라섰던 것이다.^^) 첫 근무지에서 선임 직원과 약간의 말다툼을 한적이 있는데 그분이 말한 불만 사항 중 하나가 놀랍게도, "막내같이 굴지도 않아서 불편하다"였다.


그랬을 것이다. 사수가 되어 귀엽고 고분고분한 막내를 맞이할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신입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얼굴이 예사롭지 않고, 형님 벌을 넘어 삼촌 벌이 되는 이 난감함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고 운명을 탓한들 이미 발령받은 '막내인듯 막내 아닌' 막내를 되돌려보낼 순 없다.




또 언젠가  해외출장을 같이 갔던 동료직원이 "마치 자기가 국장인 듯 행세한다''며 나에 대한 험담을 SNS를 통해 지인들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적도 있다. 그 선임 주무관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내가 그 출장에서 통역을 담담하고 있어서 동행했던 국, 과장님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편하게 이야기하던 모양새가 그런 오해를 샀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뒤늦은' 공무원 합격 소식에 걱정과 우려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격려와 축하를 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뒤늦은 나이에 늦깎이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와 축하를 전하는 소중한 마음을 가슴에 새기면서도 나는 이런 반응 속에서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나이에 대한 편견을 다시 확인했고, 개인이 내린 선택의 다양한 동기에 대한 존중이 우리 사회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빠르고 늦다는 평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특정 연령대에 이루어야 할 마땅한 물질적 성취와 보상을 전제하고 있는 것일까? 박봉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선택하는 늦깎이 공무원들의 선택을 단지 경제적, 물질적 측면에서만 측정하고 계량하는 획일화된 편견을 피할 수는 없을까? 우리 삶의 여러 국면에서 이루어지는 각자의 선택과 결정의 다양한 동기는 결코 단순화할 수 없을 터이기에.




편견은 전쟁 속에서 무너진다


나는 늦깎이 공무원들을 둘러싼 과장된 우려와 오해, 걱정의 대부분은 나이에 매우 민감한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쉽게 갖게 되는 나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편견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부재에 기반한다고 본다. 나이에 대한 편견과 다양성에 대한 무감각이 갈등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런 편견을 넘어서는 계기는 접촉이다. 물론 그 접촉은 불편할 것이다. 삼촌 같은 신입직원을 대하는 계장님들도 얼마나 긴장되고 불편하시겠는가? 하지만 그 불편과 긴장 속에서 편견은 조금씩 무너져 내릴 것이다. 다양한 경력과 다양한 연령대의 늦깎이 공무원들이 공직에 많이 진출함으로써 획일적인 공직사회가 더욱 다양해지고 다채로와질 수 있는 자극이 되길 바라본다. 직급이 낮다고 반드시 '막내'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한명 늦깎이 공무원의 탄생을 접하고 기쁜 마음에, 그의 미래에 펼쳐져 있을 우려와 편견을 그가 잘 극복하고 견뎌내길 내부자의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고 생각하며  불안과 싸우며 공부했을 그가 그 편견과 선입견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면하길. 모든 전쟁에서 기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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