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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Nov 11. 2019

애 낳아서 길러보지 않은 여자들은
성격이 이상하다니요?

공무원 사회의 비혼 여성들은 문제적인가

어느 아이 없는 기혼 남자 공무원의 불편했던 휴식시간 이야기


점심을 먹고 직원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최근 출산을 한 직원 때문인지 출산과 육아 문제가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 내가 근무하는 기관의 경우에는 총 10명의 직원 중 여자 직원이 5명, 남자 직원이 4명으로 정확히 반반, 그중 비혼 여성 직원은 2명, 기혼 여성 직원은 4명이다. 기혼 여성 직원의 경우는 대부분 육아휴직을 했었거나 최근 출산으로 인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상실되고 있는 이 시점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직장생활과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며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찬사가 이어졌다. 



가족의 가치가 소중함은 물론이다


누가 딱히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자리에 있던 나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그분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는 여전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고 이런 우리 부부의 입장에 대해 다른 직원분들도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우리에게 아이를 낳아라 마라 강요하거나 부담을 주는 분들은 없었지만 마음 한편에서 웬지 모를 불안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리 기관에 근무하시는 직원들 중에도 비혼 여성 직원 비중이 꽤 되고, 결혼한 분들 중에서도 이른바 딩크족(DINK: double imcome no kids) 부부들이 많다는 데로 이야기가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한탄조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결혼해서 애 낳고 길러 보지 않는 나이 많은 여자들은 좀 성격이 이상하더라고요."


그 말은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기혼 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고, 여성 직원의 말이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라 같은 자리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말이 정말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그 자리에서 내색은 안 했지만. 그분과 그분의 말에 공감하던 다른 남성 직원분들의 취지는 '요즘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는 거 충분히 이해한다. 직장생활과 육아, 출산을 병행하기 무척 어렵고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기에 그렇다는 것도 공감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게 어렵고 싫다고 피하기만 하면 남는 게 없다. 힘들게 고생해서 애 낳고 길러봐야 부모 맘도 알고 사람 사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게 성숙한 인간이 되는 길이다." 요약하면 이런 취지의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 같이 있던 다른 결혼하지 않은 여성 직원분들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분들의 기분을 다시 물어볼 기회도 없었고 곧 그 휴식 자리는 끝나 사무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들은 아직 비혼이긴 하지만 '나이 많은' 여자에 속하지는 않았기에 앞에 언급한 기혼 여성 직원의 발언이 자신들을 향한 것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날 곰곰 이 말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우리 조직에서 이 발언이 겨냥하고 있는 여성 직원에 해당하는 분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기도 했고. 



출산과 육아의 기쁨과 소중함은 존중받아야 한다



비혼 여성의 성격적 결함과 출산과 육아의 이행 여부를 연결시키는 앞의 발언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특정 연령대의 성인남녀가 특정시기를 거치면서 마땅히 감당하고 이행해야 하는 의무나 관행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는 듯하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이어지는 육아와 양육을 보다 완전하고 성숙한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로 간주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애 낳고 키워봐야 부모가 되고 고생해봐야 사람이 된다는 '정상가족'의 신화가 이런 생각 뒤에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그 말을 꺼낸 화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지나친 일반화의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기적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의 숭고함과 그 경로에서 감내해야 할 인내와 희생의 가치를 나는 존중한다. 그러나, 제 자신의 경험으로도 그렇고 객관적인 지표로 봐서도 그렇고 반드시 부모가 되고 출산을 하는 일이 '성숙한 인간 존재'의 탄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무책임한 결혼과 무계획적인 출산으로 인한 신생아 유기와 아동학대, 부모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어리고 미숙한 부모의 존재 또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비혼 여성 공무원들이 성격파탄자는 아니에요.


그리고 아름다운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과 가치가 존중되어야 마땅하듯, 혼자의 모습으로도 온전한 인격체로서 사회와 직장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보람을 찾는 비혼 여성 공무원들의 모습과 가치도 마찬가지로 존중되고 비난받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사회 속에서 자신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존재이지 결코 사회에 해롭거나 인격적으로도 미숙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모습, 하나의 가치만 존중한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세상이 되겠나?  결혼 2년 차이지만 아직 아이를 낳아 길러볼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어느 기혼 남자 공무원의 생각이다.


독립적인 여성의 주체적 삶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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