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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Nov 14. 2019

"공무원 하기엔 좀 특이하시네요"

공무원 조직에서 소수의 이단아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좀 늦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특이하다'는 말이었다. 신규 임용되어 첫 발령지에서 만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의 경력과 나이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갖게 된 사람들은 꼭 이렇게 반응했다. 


"공무원 하시기엔 좀 특이하시네요.^^" 

"......"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성별을 떠나, 나이를 떠나 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딱히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나를 비난하려는 말투가 아니라 얼마 간의 놀람과 안타까움이 가미된 어조임을 나도 알고있었다. 난 그렇게 기억한다. 그런데 그 말에는 기묘한 어떤 울림이 있었다. 불길한 편 가르기 같은. 가끔 교육이나 업무 때문에 장기 출장을 가는 경우 처음 얼굴 보는 사람을 만나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술 한잔 하면서 각자의 인적사항을 조금 공개하고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에도 꼭 그 말이 나왔다. 


"참 특이하세요."


연수회나 워크숍에서도 나를 아시는 직원분이 처음 만나는 다른 분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에도 대부분 이렇게 나를 소개했다.


"이 분 참 대단하세요, 이 분 참 특이하세요." 


나의 사회경력과 이력을 아시는 분들은 보통 그렇게 그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 내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은 '특이하다'였다



그리하여, 나는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과연 내가 얼마나 특이한가?' 혹은 '나의 어디가 특이한가?'에 대하여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공무원과 특이함은 원래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나름 정제된 사유와 해석의 과정을 통해, 나는 '동료나 선배들이 특이함'으로 나를 평가하는 의미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단언컨대, 나는 외모적으로 특이한 존재는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사전에서 '특이성'이라는 표제어를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 있었다. 


"보통의 다른 것들과 달라서 확실한 차이를 드러내는 성질"


이런 사전적 정의에 따르더라도 나는 외모적으로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다. 매우 잘 생기진 않았으나 봐줄 만하고, 키도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작은 편도 아니다. 따라서 나의 외모는 결단코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확실한 차이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특이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이력과 경력을 알게 된 사람들은 왜 나에게 '특이하다'는 라벨을 붙여 나를 인식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공무원'과 '특이함'은 공존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일까? 나는 그게 좀 궁금했다. 일단 좀 독특한 나의 경력과 나이 때문일 것이다. 통상적이라고 말하는 경로를 밟아 살아온 대부분의 공무원 선배 직원들에게 나의 이력과 경력, 삶의 경로에서 보여준 나의 선택은 '특이하게' 보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나의 과거에 대해 동료나 선배 직원분들에게 모든 부분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닌데, 나의 폭풍 같고 영화 같은 지난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이분들은 기겁을 하실지도 모른다.





나와 우리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한편, 어느 정도의 기간을 함께 근무하면서 나의 생각과 가치관, 기호와 취향, 스타일과 취미 등을 알게 되신 동료분들은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무관님은 그냥 공무원 같지 않아요." 

   

나와 함께 근무하는 지인들의 이런 평가는 나를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분들은 나와의 대화 속에서, 나의 생각과 의견 속에서, 나의 일과 삶에 대한 태도 속에서 어떤 '특이성'을 발견해 내고, 그 평균적이지 않고 독특하게 느껴지는 점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단지 나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특이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분들은 나의 취향과 기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주무관님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주무관님은 그런 거 좋아하시죠?"


나는 같이 생활하는 주변 분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서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도 하고, 무언가 일반인들이 규정해 놓고 상정해 놓은 보통의 '공무원' 상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선배나 동료들의 이런 말속에는 어떤 구분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마치 학교에서 배우는 전체집합과 부분집합, 교집합과 차집합처럼 나는 전체집합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받는 기분이었고, 나와 다른 동료들의 교집합에 속하는 원소는 1도 없다는 판정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런 평가 속에는 분명 어떤 구획과 범위가 존재했다. 나에게 "000 씨는 참 특이해."라고 말하는 분들의 머릿속에는 분명  '우리'와 '너'를 나누고 구획하는 상상의 선이 그려져 있었다. "참 특이하세요."라는 평가는 그 '우리'의 대부분이 속하는 전체 집합의 밖에 내가 존재한다는 선언이었다. 





동료들과 나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동료들이 내게 붙인 '특이함'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동료들은 나의 어떤 점 때문에 나를 특이하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나는 나름 여러 직장 동료와 선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 결과를 정리하자면, 동료들은 내가 연예기사나 스포츠보다는 재미없어 보이는 철학과 문화예술에 관심이 더 많고, 남성임에도 여성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며, 돈이 되는 것 같지도 않은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며, 혼자서만 공부하면 될 것을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공무원 수험생들이나 다른 직원들과 공부노하우나 경험을 공유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를 '참 특이하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영화 중에서도 오락영화보다 다양성 영화를 더 좋아하고, 비혼과 이혼에 대해 관용적이며, 미혼모, 성소수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공권력의 남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나의 '특이함'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그렇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이랬다.


"다른 공무원들은 그런 데 관심 없어."

"공무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선배, 동료들의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언가 밝고 투명한 것이 내 머릿속을 획 지나는 느낌이었다. 이것이었다. 나를 처음 만나고, 조금씩 알게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특이하다'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대다수의 다른 공무원들과 외모가 다른 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 다수의 공무원 일반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것이라는 추정이 내 '특이성'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나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상상하고 추정하는, 대다수 '공무원 일반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공무원 일반 집합'에 포함될 수 없는 이질적인 원소였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특이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대부분의 자신들과는 '다르다'라고 구분짓고 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선은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을 이른바 보통의 관념, 평균의 입장, 다수의 태도였던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공무원 사회이든 일반 사회이든 유독 이 '상상된' 선긋기 놀이에 몰입해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평균의 우리를, '다수의 우리와 너'를 가르는 이 선은 사실 객관적으로 보편타당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선이 아니라 상상된 점선이다. 실선이 아니기에 이 점선인 구분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또 누가 그 선을 긋는 것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종이접기를 해보면 알듯이 그 점선을 따라 접다보면 하나의 실체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 점선은 막강한 힘을 가진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 보이지 않는 '상상된' 점선을 따라 서로를 구분 짓고 편을 나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상상속의 선으로 서로를 구분한다



"보통의 공무원은 어떠해야 한다"는 선긋기 놀이는 '여성은 어떻고 남성은 어떻다"라든지 "전라도 사람은 어떻고 경상도 사람은 어떻다"라는 구분과 다를 바 없다. 이 상상된 선긋기 놀이가 위험한 이유는 그 구분과 구획 속에 언제나 우열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며, 특이하고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숨쉬고 있다는 점이다. 그 우열관계에서는 언제나 다수에 속하는 쪽이 우위를 차지했고 정상의 지위를 누렸으며 당위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 '우월한' 다수 집단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지 않는 다른 소수의 '다른' 문제적 인물들은 불편한 존재로 취급된다. 화려한 복장을 즐겨 입거나, 여성 혐오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의 개선을 요구하거나, 뚜렷하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표명하거나, 탈권위적이며 민주적인 소통체계의 확대를 요구하는 소수의 공무원들이 조직의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되고, 그결과 침묵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단지 독특하고 개성적인 보통의 존재일 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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