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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Nov 14. 2019

'퇴사각' 아닌,  글 쓰는 공무원의 탄생

어느 공무원 직장인의 글쓰기는 어떻게, 왜 시작되었나


공무원 직장인인 저는 우연히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알게 된 후 약 1년 동안 글쓰기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하려면 작가 신청을 해야 한다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예전에 다른 사이트의 블로그에 끄적였던 몇 편의 감상문을 옮겨놓고 신청을 했습니다. 결과는 광탈! 몇 번의 재시도와 재신청, 재심사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작가' 타이틀을 거머쥐고(?) 글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자기 고백



'월급 루팡' 공무원이 웬 글쓰기냐?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공무원 신분으로서 글을 쓰는 일이 참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공무원 직장인으로서 글을 쓰고 외부로 발행하면서 부딪히는 첫 번째 장벽은 '공무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가혹한 편견에 근거한 불필요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직장인의 글쓰기임에도 일반 사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가하지 않는 내용 외적인 비난을 공무원 직장인의 글쓰기에는 가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 글을 읽고 전체 내용에 대해 생각해본 뒤 이견이나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란 신분의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표현합니다.


심지어는 "근무 시간에 공무원이 일은 안 하고 세금이나 축내면서 글이나 쓰고 있냐?"는 악의적인 협박에 가까운 댓글도 종종 목격합니다. 저는 이런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을 피하기 위해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글을 써놓고, 그렇게 써놓은 글을 점심시간에 틈틈이 발행할 뿐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악플과 비난의 근저에는 '월급 루팡'과 '철밥통'으로 인식되는 직업인 공무원에 대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공무원의 글쓰기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본업이 아니고 퇴근 이후나 주말에 휴식 시간을 쪼개서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또 어떨 때는 글감이 업무 중에 생각났다가도 글을 쓸 타이밍을 놓치면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여가 시간을 쪼개 글을 써 보지만...



공무원과 표현의 자유

공무원의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신분에 따른 제약입니다. 아무래도 글쓰기라는 게 자신의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문득 발견한 반전의 순간과 번득이는 사유를 표현하기 쉬운데,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아무래도 일반 사회와는 달리 흥미롭고 독특한 소재가 상대적으로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런 소재를 발견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공무원들의 업무는 반복성을 특징으로 하고, 작업 환경은 단순성과 규칙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무원 신분의 글쓰기는 소재의 발견에서 뿐만 아니라 주제의 표현에서도 제약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영화 리뷰나 북 리뷰를 쓸 때에도 가급적 저의 정치적 성향이나 색깔을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공무원'이란 신분상 특정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을 선명하게 표명하는 경우에는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중립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공무원의 글쓰기는 또 다른 제약이 있습니다. 저는 주로 주변에서 일어난 일과, 같이 일하는 동료나 선배, 후배 직원들과의 대화 속에서 글쓰기의 소재를 발견하는데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재주와 부실한 사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발언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고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제 글이 뜻하지 않게 제가 근무하는 조직이나 같이 근무하며 생활하는 분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의 글쓰기는 '퇴사각'이 나오는 글쓰기?

제가 처음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던 무렵에는 공무원 직장인의 글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저와 같은 공무원분들의 글도 많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멋진 솜씨와 반짝이는 사유로 브런치의 메인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공무원분들의 작품들도 이젠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공무원 작가분들의 작품 중에는 흥미롭게도, 퇴사하여 공무원 생활을 회고하거나, 공무원이란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를 고민 중이거나 다른 선택을 한 뒤에 공무원이란 조직과 조직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다루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앞에서 언급한 이러저러한 이유에서인지 현직 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공직사회의 부정적 측면이나 문제점을 내부에서 지적하고 함께 변화를 모색해 보는 글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공무원의 글쓰기는 주로 공직생활에 불만을 갖은 사람들이 불평을 털어놓는 이른바 '퇴사각'이 나오는 글쓰기로 끝나야 하는 것일까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앞에서 언급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는 브런치 글쓰기가 좋고, 브런치를 통해 제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공무원들에겐 공무원이란 신분적 제약이 자신들의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많은 제약이 되는 게 사실이고, 따라서 직장 내에서든 대외적으로든 공무원들은 글쓰기나 말하기 같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행위에 소극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으로도 글 쓰는 공무원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보통의 직장인처럼 공무원 직장인에게도 직장인으로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있고, 할 말은 많은데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도무지 말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는 공무원 일반에 대해 외부의 일반인들이 갖는 극단의 편견이 존재합니다. 공무원 '작가'로서 브런치를 통해 저는 이런 왜곡된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조금씩이라도 깨트려 나가고 싶습니다.


인간은 모두 길 위의 존재이기에





지난 1여 년 동안 제가 공무원 신분으로서 기록한 생활의 궤적을 모아 여기에 공개해 보려 합니다. 내어놓기 부끄럽고 부족한 느낌이지만 저 역시 길 위에서 길을 걷는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완벽하지 못해도 공개할 용기를 내어 봅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브런치 플랫폼을 열고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눈앞에 펼쳐진 하얀 여백을 마주 대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언제나 무언인가 고백하듯 쏟아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솔직한 감정과 느낌, 군더더기 없는 생각과 진실함으로 여백을 채워나가면 어느덧 마음이 정화되고 뿌듯해지는 글쓰기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중독성 강한 자극 때문에 아마도 저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무원의 글쓰기'를 이어나갈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저와 함께 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고맙고 기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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