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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Mar 24. 2019

공무원이 되고 싶은 당신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미래의 공무원'에게 드리는 글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려는데 동료 한분이 이렇게 묻는다.  

"주무관님, 잠깐 시간 되시면 저랑 얘기 좀 하실 수 있으세요?"

그분은 평소 저랑 별 얘기도 없었고 담당 업무도 다르기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겼나 좀 의아해하며 답했다.

"예, 어디서 이야기할까요?"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하다 보니, 입사한 지 아직 1년이 채 안된 그 동료분이 털어놓은 고민은 '공무원 시험을 본 게 잘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일도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재미가 없다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방송 쪽 일이었는데 너무 빨리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일반 사회 경험을 많이 하다가 들어온 좀 '이상한(?) 공무원'인 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Photo by JESHOOTS.COM on Unsplash

우리 사회의 2, 30대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서 어떤 이들은 단기에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오랫동안 좌절하기도 하면서 공무원이 되고 싶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공무원이란, 고시를 통해 5급부터 시작하는 사무관을 제외하고 주로 9급, 7급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을 말한다. 2018년 초에 발표된 논문 '공무원 시험 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공시생 규모는 평균 44만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2018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인구(20세-29세)가 6,445,000명이니 우리나라 청년 인구의 6.8%가 공시생으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해 수능을 치르는 인원이 60만 명 정도니 수능 응시자의 4분의 3 규모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셈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직렬인 2019년도 국가직 9급 전체 경쟁률은 39.1대 1에 이르고,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일반행정 직렬의 경우에는 무려 114.1대 1을 기록할 만큼 높기에 단기 합격이 쉽지만은 않다.    


일반직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다른 직업과 비교할 때 공무원이란 직업이 갖는 상대적인 강점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직업적 안정성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직렬과 담당 업무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사기업과 비교할 때 그리 높지 않은 노동강도, 적절한 근무시간도 또한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이 밖에 다른 직업과 비교해서 공무원만이 갖는 직업상의 장점과 비교우위도 분명 많다. 그래서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비아냥도 생겨난 것 일터이고.


그러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갖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에는 단점 또한 많이 있다. 하위직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조차 되지 않는 낮은 기본급 체계 (매년 연초가 되면 주요 언론에서는 공무원 평균 급여가 500만 원 이상으로 상당하다는 기사를 쏟아내는데 여전히 최저임금도 안 되는 9급부터 연봉 1억이 넘는 1급 장관급까지 포함해서 내는 전체 평균은 의미가 없다. 이런 기사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승진적체 및 상하 간 소통 부재, 지나친 업무 세분화와 분업, 신분적 제약과 의사표현의 제한,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인 특수 민원인으로 인한 부당한 감정 노동 등등.



최근 보도되는 언론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공직사회 자체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해본다면, 입사동기들 45명 중에서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공무원이 되고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임용 3년 만에 3~4명에 이르고, 다른 기관이나 부처로 옮겨 간 사람도 꽤 있고, 그만두지는 못해도 어쩔 수 없이 그냥 다닌다는 직원들도 꽤 많이 있다. 시험 준비 때와는 달리 막상 임용되어 근무하다 보면 공무원이란 직업이 기대했던 것만큼 좋은 직장이 아니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높은 청년실업률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불안한 마음에 성급하게 공무원이 돼버린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신규 직원들이 많다.  사실 신규직원들에게 왜 공무원이 되려고 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 뭐  좋을 것 같아서.'라든지 '다른 거 뭐 할 게 없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돌아온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미래의 공무원 후배들에게 조금 먼저 이 자리에 와 있는 선배로서 이 글과 앞으로 몇 차례의 글을 통해 공무원이라는 이 세계의 경험과 실상을 진솔하게 전해주고 싶다. 그러므로 이 글은 "어떻게 하면 공무원 시험을 최단기에 준비해서 공무원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공무원 시험공부 노하우를 전하는 합격 후기는 아니다. 나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만드는 글이 되길 바란다.


공무원 조직이라 해도 어떤 조직 어느 부처, 어떤 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맡느냐에 따라, 또 근무연한에 따라, 어떤 직렬이냐에 따라 경험의 편차와 일반화할 수 없는 상대적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마땅히 내가 현재 근무하는 기관과 근무 년수, 담당 업무 등을 먼저 소상히 밝히고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자세한 신분이 노출되면 발생할 불이익이 우려되기도 하고, 혹시라도 만에 하나 제 글이 의도한 바와는 달리 우리 기관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다. 이런 제약과 우려, 자기 검열 또한 공무원이란 신분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일지도 모른다. 


공직사회나 공무원 조직은 다른 사회조직과 상이한 조직원리, 조직문화에 근거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여러분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공부방법이나 급여, 복리후생이 아니라 바로 이 공무원 조직만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의 기본 특성은 다름 아닌 계급구조에 기반한 위계 조직이라는 것이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공무원 조직은 '계급에 기반한 신분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 초기 신분제에 대한 서술을 살짝 바꾸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공무원 사회에 있어 신분관계는 그 조직의 모든 제도·기구를 운영하는 하나의 기본적인 표준이 되었던 것이니, 즉 신분관계의 여하에 따라 관도(官途:관직에 나아감)에 나아가는 데도 한도가 있고, 납세와 군역의 의무에도 경중의 차가 있으며 형벌과 의례, 의식주와 혼인, 그리고 기타 일상생활에 있어서 그 기준을 달리했던 것이다."



즉, 전근대사회의 신분관계에 대한 서술을 조금만 수정해 공무원 사회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조선시대 신분이 양반-중인-천민으로 나뉜다면 공무원 신분은 최고관리자-중간관리자-담당자로 나뉜다. 보통 공무원 계급은 서기보(9급)-서기(8급)-주사보(7급)-주사(6급)-사무관(5급)-서기관(4급)-부이사관(3급)-이사관(2급)-관리관(1급)-차관-장관 순이라고 보면 된다. 5급 사무관부터는 중간관리자이며(6두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시를 통해 바로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된 경우에는 일종의 '귀족'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이라고 한다.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한 계급 승진하는데 보통 4~5년이 걸리는데 9급~8급은 다소 수월하다가 6급 ~ 5급은 매우 어렵고 4급 이상이 되면 다시 빨라진다. 승진적체가 심한 요즘에는 9급부터 시작해서는 6급 주사로 퇴직하는 분들도 많다.  


공무원 사회는 이렇게 9급부터 1급까지 촘촘히 짜인 계급서열에 따라 운영된다. 다른 일반 사기업도 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 등의 계급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공무원 조직과 달리 일반 사기업은 서열 단계가 그리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이직이나 전직 등 외부 충원을 통해 상이한 계급 구성원이 충원되기도 한다. 또한, 사기업의 경우에는 실적이나 성과에 따라 서열 간의 이동이 유동적인 측면이 있다면 공무원 조직은 임용 당시 계급이 한번 정해지면 승진 이외에는 신분상승 기회는 거의 없다.


공무원 사회는 이 위계질서와 계급상의 신분이 '공무원 조직을 운영하는 하나의 표준'이 된다. 따라서 급여, 복리후생, 성과급 및 상여 등 인사상의 차별뿐만 아니라, 각종 의전상의 특전, 해외 연수 및 교육 기회 등등 모든 차별이 이 계급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 또한 전근대 사회에서 중앙과 지역 간의 차별이 있듯이 공무원 조직에서도 상급기관과 하급기관 간의 차별이 있다. 중앙-시도-구시군으로 서열화된 행정조직에 따라 보통, 공무원 조직과 공공기관도 위계구조를 갖는데 중앙이나 시도가 일선 시군구에 업무 지침이나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중앙이나 시도의 지시를 일선에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같은 계급이어도 이왕이면 중앙이나 시도 조직에서 근무하는 것이 일선 구시군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사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hoto by Domenico Loia on Unsplash

 현대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이 법적으로는 평등한 권리가 보장된 사회지만 공무원 사회는 법적으로 계급에 기반한 신분제 사회이다. 여러분이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출근하기 시작하는 날부터 여러분은 이런 신분제와 계급에 기반한 차별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받아들이기로 동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의 모든 특징과 조직문화의 근저에는 이 계급에 바탕을 둔 신분제의 구조적 원리가 들어있다. 이신분에 기반한 계급사회라는 공무원 사회의 근본 성격은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며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란 점이다. 


공무원 사회의 모든 문제점은 이 기본구조에서 나온다. 아무도 이 기본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무원으로서 내가 경험한 공무원 사회의 특성과 조직상의 한계, 문화적 차이 등을 앞으로 여러 글을 통해 여러분과 나눌 계획이다. 미래의 공무원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제 글을 통해 먼저 공직사회의 실상을 엿보고 미래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미래의 공무원"인 여러분이 꿈꾸는 안정된 직장을 위해  여러분이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그 핵심은 여러분이 이 '신분사회'의 구속과 제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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