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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Apr 06. 2019

시험에 빨리 붙으면 붙을수록
좋은 이유

공무원 인사제도와 승진의 의미에 대하여


다른 글에서 나는 공무원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신분제 계급사회'라고 규정했다. 아마 이런 내 생각과 다른 의견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다른 의견 중 첫째는 공무원 사회에만 계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회사나 조직도 계급이 있다는 것. 일반 회사나 사회조직에도 대리, 팀장, 과장, 부장, 차장, 임원 등 계급에 따른 서열이 있고 그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이다. 일반 회사에도 계급과 서열이 있고 그 계급에 따라 급여와 대우가 달라진다. 하지만 내가 공무원 사회를 '신분제 계급사회'라고 규정한 이유는 사회 여타 조직의 계급과 서열과는 다른 공무원 사회만의 독특한 신분제적, 계급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사회는 신분제 계급사회이다."



일반 회사나 사회조직의 계급과 달리 공무원 조직의 계급은 한번 정해지면 계급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신분제적' 성격을 띈다. 그리고 그 계급은 바로 애초에 응시한 공무원 시험에 의해 결정된 임용 당시의 계급이다. 즉, 처음 몇 급으로 시작했느냐에 따라 그 출발 당시의 신분이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지 않는 한 평생을 따라다닌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시험제도 하에서 신규 공무원은  9급, 7급, 5급(고시)의 세 가지 계급 중 어느 하나의 계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어느 시험을 통과했느냐에 계급이 정해지고, 그 한번 정해진 계급은 공직사회에서 승진이 아니면 바꿀 수 없다.


일반 회사의 경우 계급과 서열이 있더라도 그 계급과 서열은 입사 당시의 시험뿐만 아니라 경력직 사원의 경우에는 다른 회사에서의 경험과 경력, 능력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지기도 한다. 즉,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모두가 사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직과 전직을 통해 타른 회사에서 경력직 사원을 초빙해 과장 대우, 부장 대우, 차장 대우 등으로 우대하여 채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는 오로지 입사 당시의 시험에 의해 정해진 계급을 획일적으로 부여한다. 물론 요즘은 공무원 사회에서도 일부 전문경력직 공무원을 선발하기도 한다. 특정 분야의 경력자를 해당 분야 경력 정도에 따라, 7급, 5급 등 급수를 부여하여 전문경력직 공무원을 채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수적으로도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고 계약직이나 임기제로 선발한다는 점에서 평생 동안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 공무원과는 다르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규모


또한 일반 회사의 계급과 공무원 사회의 계급제가 다른 부분은 계급 이동이나 '계급해방'의 가능성 여부에 있다. 일반 회사는 업무 분야에 따라 애초부터 해당 업무의 최적임자를 선발하여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즉, 인사나 재무, 광고나 기획, 영업 등등으로 분화된 업무영역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고 그 업무 성과에 따라 사원을 평가하여 승진을 시킨다. 그리고 평가결과에 따라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경우에는 같은 사원들 중에서도 먼저 승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의 경우에는 처음 어떤 시험을 선택해서 어느 기관, 어느 부처로 배정되느냐가 결정되고 나면 어떤 일을 하는가는 별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직  및 지방직 일반행정 공무원의 경우 국가직 공무원은 각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지방직 공무원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한다. 각각 근무하는 기관이나 부처는 상이하고 담당하는 업무도 기관별, 부처별로 차이가 있지만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조직 내의 계급서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담당분야에서 아무리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남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출신 계급을 뛰어넘어 승진할 수는 없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공무원의 유일한 '계급해방'은 승진!"


공무원 조직에서 처음 정해진 계급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즉, 유일한 신분상승의 기회는 승진이다. 그러나 이 승진 서열도 애초의 입사 순서, 임용 순서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같은 계급에서 입사 순서가 빠른 순으로 인사평정 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먼저 승진하게 되는 구조이다. 인사평정에서 고려되는 평가 요인은 당연히 근속연수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므로 입사 연도가 빠른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일반 회사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고 능력을 발휘하면 성과급 등의 보상도 받고 승진기회도 더 빨라지지만 공무원 조직에서는 같은 부처라면 하는 일이 대부분 유사하고 일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공무원 조직에서의 인사평정은 임용년도 즉, 계급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은 인사권자와의 친소 유무, 상급부서 근무경력 정도를 반영하여 이루어진다. 하위 직급에서 승진은 더더욱 연공서열에 따라 미리 결정된다. 5급 사무관 승진부터 조금씩 개인적 능력과 역량의 차이가 승진순위에 반영이 되지만 이는 극소수에 적용되는 것 뿐이다.


결국, 공무원의 유일한 '계급해방'의 기회는 승진이지만  이 승진도 결국은 임용 연도에 따라 달라지는 근속기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국 한번 정해진 계급의 굴레는 영원이 이어진다. 물론, 경찰직 공무원이나 세무직 공무원의 경우처럼 업무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이 있는 직렬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를 것이다. 경찰의 경우에는 범죄 단속실적이라는 지표를, 세무 공무원의 경우에는 탈세 적발이나 추징실적 등을 인사평정에 반영하여 승진을 시키기에 같은 계급 내에서도 이런 실적에 따라 승진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행정직 업무의 속성 상 평가기준도 모호하고 따라서 승진을 위한 평정에서도 업무실적을 반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우리나라 여성공무원 비중


내가 근무하는 기관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6급 행정주사 계급까지의 승진은 대체적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이루어진다. 같은 기관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모두들 출신성분이 동일할 것 같지만 실제는 매우 다양하다. 요즈음 신규직원의 경우에는 국가직 7, 9급 공채 시험을 거쳐 임용된 직원들이 대다수이지만, 국과장 급에서는 우체국이나 철도청 등 타 기관이나 타 직렬, 지방직 출신의 간부들도 많다. 기관 간 전보나 인사교류를 통해서 우리 기관으로 옮겨온 분들도 상당수 있는 것이다. 또 2014년 이전까지 공무원 사회에는 공채시험이 아닌 특별채용 형식의 예외적 경로로 입사한 '기능직' 공무원 직렬도 존재했다. 이렇게 같은 기관 내에도 각각의 다양한 임용 연도에 따라 정해진 계급을 기반으로 서로 상이한 능력과 특성을 지닌 직원들이 계급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여 있다. 그리고 이 계급은 급여와 보직, 승진과 상여 등 공무원 개인의 존재양식을 규정한다.


5급 승진의 경우에는 워낙 승진 자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근속연수만 채웠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승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5급 승진의 경우는 다양한 승진 경로가 있다. 먼저 처음부터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되는 고시 출신이 있고, 두 번 째는 근무년수에 따라 우대를 받는 근속승진, 셋째로 승진시험 성적에 따라 승진기회를 갖게 되는 공개경쟁 승진,  마지막으로 최근에 일반 사기업의 인사제도를 벤치마킹해서 도입한 역량평가를 통해 승진하는 제도 등 총 4가지 승진 경로가 있다. 이 4가지 승진경로 중에서 고시를 제외하면 역시 기본적으로 일정기간의 승진 소요연수(보통 한 계급에서 한 단계 승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근무 연수)를 지나야 해당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니까 모든 6급이 모두 5급 승진 경쟁시험이나 역량평가, 근속승진의 기회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최소 3년 반)을 6급으로 근무한 뒤에야 이러한 시험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필기시험을 치르는 공개경쟁 승진시험이나 역량평가 시험을 통해 같은 6급에 속하는 분들 중에서 근속연수가 얼마 안 되고 나이도 어린 신참 6급 직원들이 나이 많은 선임 선배 직원보다 먼저 승진하는 경우도 속속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여전히 소수의 예외에 속하고 기본적으로 일정한 근무년수를 채워야 승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공무원의 유일한 계급 이동의 기회가 승진인데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으로는 우리 기관의 승진제도가 각자의 업무성과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에 근거한 합당한 보상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다. 물론 이런 승진제도의 불합리성은 공무원 조직과 공무원의 업무의 특이성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우리 조직 내에서도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을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계급해방'이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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