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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공 May 08. 2019

우리가 왜 결혼하는지
너무 궁금한 여러분들께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데도 결혼하는 커플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

직원들과 점식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누군가가 사내 게시판에 누구와 누구의 결혼 소식이 올라왔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 말에 누군가가 그분들이 나이차가 15년 이상이 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가서 조직도에서 그 직원분들을 사진을 검색해 본다고 난리들입니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우리 부서에서 '젊은 남자' 역할을 맡고 있는 저는 동료들의 이런 반응에 조금은 놀라고,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리고 한편으로 안도감과 아내와 저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내 커플의 결혼은 이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의 결혼이 직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스몰 톡 Small Talk이나 가십거리가 될 수 있음은 진즉부터 짐작하고 있었으나 막상 제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 저는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저와 저의 아내가 바로 이런 가십거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아내의 나이 차이는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아내는 아마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제가 무언가 몹쓸 짓을 저지른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이 비밀연애를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저와 아내는 우리의 나이 차이에 대해 동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럴 의무도 없거니와 아내는 우리의 나이 차이가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 사랑을 키우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 보다 나이에 유독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고 했고, 그들의 호기심을 쉽게 채워주기 싫다는 오기도 작동하여 일부러 때와 장소에 따라 거짓 정보를 제공하여 사람들을 교란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왜 우리의 나이 차이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를.


"00씨 능력자네, 능력자야 !"와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었어?"는
결국 같은 말이다


결혼하는 커플의 나이 차이에 대한 동료들의 이런 소란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제가 궁금했던 것은 나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분들의 심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럼 이분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나이차는 얼마일까? 제가 결혼 계획을 주위의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그리고 예비 신부와의 나이차이 '보통의 수준'을 넘는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제 앞에서는 보통 "00씨 능력자네, 능력자야 !"였고, 아내에게는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었어?"였습니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사실 알고보면 동전의 양면같은 것입니다. 무언가 균형에 맞지 않는,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라는 인식.  


그들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면 더욱 이슈다

통상적으로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신랑감을 꺼리는 것은 건강상의 이유와 소통과 교감의 문제, 경제력의 부재 상태에 대한 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경험이 이런 우려와 걱정을 강화시키는 것일 테고요. 장모님과 장인어른의 경우에도 나이차가 7년입니다. 그래서 장모님은 아내에게 "너는 절대 나이 많은 남자랑 결혼하지 마라."라고 했다는군요. 그래서 제가 처음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장모님께 인사드리러 왔던 날 새벽에 장모님은 아내의 방에 찾아와 "너 꼭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냐?"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일단 너무 졸려서, "왜 그래 엄마,  내일 아침에 이야기해. 나 졸려."라고 얼버무렸다고.....


"너 꼭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냐?"


사내 게시판에서 그 나이차가 많이 나는 커플의 신상을 확인해 보려던 동료 직원들의 시도는 무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커플들은 제가 아는 분들이 이었고 실제로 그리 나이 차이가 많은 커플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전하는 제 말에 무언가 낙담한 듯한 동료 직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저는 몇 년 전 우리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 소식을 사내 게시판에 아내와 공동명의로 게시하지 않고 각자 게시했던 것을 잘했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내 커플의 경우에는 결혼 소식을 알리는 청첩장을 공동으로 작성해서 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는 아내와 저, 각자 따로따로 청첩장을 게시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비밀연애를 해왔던 우리가 사내 커플임을 아시는 분들은 알았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몰랐고, 아직도 저희가 부부임을 여전히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들이 건너온 고민과 번민의 시간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비록 그렇게 사내 커플임을 밝히지 않고 각자 청첩장을 게시하는 일이 아마도 저희가 유일무이한 사례이었고 이를 알게 된 선임 직원이 저에게 경우에 어긋난다며 핀잔 섞인 충고를 전하기도 했지만, 저희의 선택은 돌이켜 보아도 아니, 돌이켜 볼수록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이부터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나이에 유독 민감한 우리 사회에서 결혼하는 커플의 나이 차이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가십거리이거나 호기심의 대상일 뿐, 당사자들이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들여야 했던 고민과 노력, 넘어야 했던 감정의 깊이들과 숙고의 시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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