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Medium에 제가 올린 것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글)
7달 전에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를 내렸다. 13년간의 캐나다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너무나 큰 변화였기에 아직도 변화 속에 살고 있다. 솔직히 "집"에 돌아온 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국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었다. 14살 때 캐나다로 떠났기 때문에 한국을 유일한 고국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내가 돌아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말하자면 길다. 지난 7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에 지금까지의 여정은 다른 글에 적어야 할 것 같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반외국인으로 한 달 동안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나누려 한다.
캐나다에 처음 갔을 때 필사적으로 적응하고 싶었다. 내가 부족한 어휘 실력으로 영어 문장을 만드려 애쓰는 동안 9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3) 애들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항상 영어를 써야만 한다는 것에 집착했다. 그 결과 어느 순간부터 영어로 생각하고 꿈꾸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한국어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가족들을 보러 매년 한국에 왔었고 캐나다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랑 영어를 쓰진 않았다. 2개 국어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만 할 줄 아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본 면접 중에 한 면접관이 이력서에 적힌 가장 최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기억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설명하려 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내가 하려던 말의 반은 다 꼬였다. 기억을 못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내 대답을 모국어로 통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말 끝을 흐렸다. 그 면접관은 자신이 들은 말이 내가 하려던 말과 같은 것인지 확인하는 질문들을 계속했다. 다행히도 만났던 모든 면접관들이 내 이력서를 꼼꼼하게 읽었고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줬다.
여전히 회사에서 언어 장벽과 싸우고 있다. 개발이나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해 배운 모든 것은 내 머리에 영어로 적혀있다. 게다가 현 직장에 오기 전에는 캐나다와 미국에서만 회사를 다녔다. 업무용 랩탑에 띄워진 브라우저 탭들 중 하나는 항상 온라인 사전으로 정해져 있다. 슬랙에 (지금 회사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뜨는 단어들을 검색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가끔 한국어를 할 때도 영어 단어가 튀어나온다. 그래도 한국 교육 체계에 영어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덕에 회사 모든 사람들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특히 개발자들은 영어로 된 업무 용어에 익숙하기에 내가 느끼는 언어 장벽은 존재해도 그리 높지는 않다.
내가 2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고 깨달은 것은 아마 한국에 온 뒤로 가장 예상치 못한 발견일 것이다. 의사소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가끔 불편함을 느낀다. 업무에 필요한 전문적인 한국어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래도 회사에서 모국어를 더 유창하게 하는 것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고 미친 듯이 노력했던 것보단 훨씬 더 쉬울 거라 믿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단어를 몰랐다. Investopedia에 나온 뜻은 이렇다:
역문화 충격이란 해외에서 몇 년을 보낸 뒤 귀국했을 때 일부 사람들이 겪는 감정적 및 심리적 고통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고통"보단 "혼미"가 맞는 것 같다 (구글 사전에는 혼미로 나온다). 이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 이유는 서울에 온 뒤로 여러 번 경험을 했고 정확한 단어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번 내용은 내가 문화적으로 다른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들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도 말을 안 건다. 토론토에서 살 때는 사람들이 보통 말을 걸어왔다. 날씨라던지, 아파트 관리인에 대한 불평, 혹은 Raptors가 (토론토 농구팀) NBA 결승전에 올라갔다는 내용이든,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한국은 정말 다르다. 한 번도 말을 안 해봤지만 그래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침묵이 이어진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수도 있지만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은 항상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어있다. 한국에서는 낯선 사람들에게 무심코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밀쳐지는 것에 익숙하다. 농담이 아니라 이 쯤되면 사회적 규범처럼 느껴진다. 출퇴근 시간에는 플랫폼이나 지하철이 너무 붐벼서 아예 움직일 수가 없다. 문이 열리자마자 양쪽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친절하게 나오는 사람들을 기다려주고 싶어도 뒤에 있는 사람들이 밀고 들어올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겪는 곤경이다. 물론 모두가 붐비는 지하철을 싫어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마 딱히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은 살아 본 다른 도시에 비해서 가히 최고라 생각한다. 20개가 넘는 노선에 대부분의 플랫폼에 스크린도어가 있다. 택시를 타기엔 교통체증이 너무 심하다. 아무래도 지하철에서 사람에 치이는 것은 서울에서 살기 위해 내야 하는 대가인듯하다.
회사에서 점심시간 이후에 다들 이를 닦는다. 지금 회사에 오기 전에는 회사에서 이를 닦는 사람 자체를 보지 못했다. 첫 출근날에 인사팀에서 여러 층의 사무실을 소개해줬는데 이 닦는 공간이 별도로 있는 걸 보고 엄청 놀랐다 (이름도 심지어 치카치카룸이다). 심지어 칫솔 살균기가 비치되어있다. 책상에 있던 입사 선물 박스에는 칫솔도 있었다. 점심 먹고 회사에서 이를 닦는 건 아직도 좀 어색하다. 치실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치아 건강에 신경 쓴다 생각했는데 한국 직장인들은 "어나더 레벨"이다.
매일 하는 업무는 토론토나 시애틀에서 했던 일들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지금 회사의 문화도 저 도시들에서 다닌 회사에서 경험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한국 회사 중에는 상당히 독특한 점인데 그래서 이 곳에 합류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 적을만한 내용이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들었거나 직접 본 직장의 공통점을 적으려 한다.
한국에서 인턴 경력은 거의 아무 의미가 없다. 다른 분야에서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 "거의"라고 말했다. 내 이력서에는 2년의 정규직과 4번의 인턴 경력이 적혀있다 (각각의 인턴쉽은 4개월이었다). 인턴으로 일했던 모든 회사들은 훌륭한 사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인턴이니까 해야 하는 일"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특히 마지막 2번의 인턴쉽에서는 대졸 신입 개발자의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취직을 할 때 전혀 상관없었다. 그 어떤 면접관도 인턴 경력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마지막 인턴 경력이 3년 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가장 최근 경력에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몇몇 회사의 지원서에는 아예 인턴 경력을 기재하지 말라고 적혀있었다 (다행히도 지금 다니는 곳은 그렇지 않다). 인턴쉽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력서에 공간을 절약하고 업무 경력을 번역하는 데 시간을 덜 썼을 텐데.
내가 방문했던 모든 IT 회사들은 (tech companies) 성별의 다양성이 부족해 보인다. 많은 면접들에 여성 개발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 개발자의 비율은 전에 다녔던 회사들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것 같다. 내가 말한 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몇 명인지 세보지 않았고 내 말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갔던 회사들이 우연하게도 여성 개발자의 수가 현저히 적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내가 직접 본 것을 말한 거고 저 회사들은 꽤 큰 기업들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계속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다양성에 대해 더 파악하게 될 것 같다. 내가 느낀 것이 사실이라면 다양성을 바로잡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7개월 동안 대부분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사람들을 알게 됐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재직 중이다. 이 들의 공통점 하나는 업종에 상관없이 번아웃 직전 상태로 보인다는 점이다. 나 또한 번아웃을 겪었고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번아웃의 징후를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9시-6시 근무를 하던, 말도 안 되는 업무 시간이 있던 다들 출근하기 싫어한다. 친구 중 한 명은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걸 시련이라고 표현했다. 과장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말해본 모든 사람들은 일을 싫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회복력이 뛰어난 게 아닐까 싶다. 퇴근할 때 책상을 나서면서 스트레스를 같이 두고 나올 수 있도록 적응한 걸지도 모른다. 최악에 경우엔 스트레스에 대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왜 다들 업무나 회사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건지 궁금하지만 선뜻 물어보기에는 망설여진다. 나도 6개월이나 1년 후에 저들처럼 될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지금은 그저 어떻게 될지 기다려 봐야겠다.
이 글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내 여정에 일부를 보여줬길 하는 마음이다. 한 달은 누구의 경력에도 엄청 짧은 기간이기에 앞으로 서울에서 일하면서 더 많은 문화 충격과 놀라움을 경험할 것이다. 뭔가 새롭고 쓸만한 것이 있으면 다른 글에 나누어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