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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김윤선 Apr 02. 2022

당근 품은 콩나물밥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야채는 없더군요.


빵을 좋아해서 하루라도 최소한의 빵 한 조각이 없인 안 되는 처지이지만,  밥이 먹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어느 땐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찌개에 현미밥, 또 어느 땐 깍두기에 흰쌀밥이 먹고 싶다. 건더기가 큼직 큼직하게 들어간 카레라이스와 맨 간장과 맨 김으로 싸 먹는 김밥이 생각나기도 한다. 무언가 먹고 싶어 진다는 것은 그 무렵의 몸과 마음에서 필요한 것들을 부르는 본능적인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니까 이 신호는 몸이 원하는 영양 상태의 균형을 넘어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고나 할까 뭐 그런. 



문득, 콩나물밥이 먹고 싶어진 어느 날. 콩나물 한 봉투가 그대로 있었고 마침 채 흙이 마르지 않은 싱싱한 당근도 함께 있다는 생각이 났다. 당근에는 지용성 비타민 A 가 들어있으니 기름에 볶아 먹어야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볶은 당근으로 김밥도 해 먹었겠다.  이번엔 좀 단순하게 그냥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래서 정말이지 즉흥적으로 이 두 재료를 다 넣어서 밥을 해 먹기로 했다.


검색창에 '콩나물 밥' 하나만 치면 여러 레시피들이 인플루언서와 너튜브로 차르르 나오고 나 또한 검색창 이용을 자주 하곤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보다 중요한 게 그 순간의 내 집 냉장고 속 상태와 요리를 대하는 내 의지라는 걸 안다. 가장 효과적으로 빨리 해 먹을 수 있는 나만의 그 순간 레시피가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이리라.


그날의 콩나물밥은 냄비밥으로 정했기에 씻어놓은 쌀을 일단 안쳤다. 일단 쌀이 한 소금 끓어 올라 약불로 긴 뜸을 들이기 시작해야 할 때 씻어놓은 콩나물과 채 쳐놓은 당근을 쌀이 안 보일 정도로 덮고 뚜껑을 덮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는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양념장을 준비했다. 양념장에는 진간장과 국간장을 섞는데 진간장에 국간장을 약간 첨가하는 식으로 비율을 맞춘다. 그밖에는 다 아는 바와 같이 고춧가루 조금, 참기름, 통깨, 설탕, 다진 마늘을 아주 조금씩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대파의 흰 부분을 채쳐서 아주 듬뿍 넣는 거다. 혹시 냉장고에 케일 잎이 남았다면 그 또한 채쳐서 넣어도 좋다. 신선하기만 하면 있는 양념장에 어울릴만한 야채를 고르게 채쳐서 넣고 잘 저어주면 된다. 그러고 보니 녹두를 주재료로 해서 나온 비건 달걀프라이가 하나 남은 게 생각이 나서 급히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부쳐놨다.



큰 대접에 밥을 살살 퍼담고 양념장에 달걀프라이 반개(하나 밖에 없어서 반씩 나눔) 슥슥 비며 먹는데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콩나물과 당근이 잘 어울린다는 거였다. 언젠가 콩나물밥에 생 야채를 함께 얹어서 먹었던 적도 있는데, 익힌 야채와 콩나물의 조화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당근이 워낙 단단하다 보니 익혀도 물러지는 게 아닌 부드러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양념장을 듬뿍 넣어도 대파의 흰 부분이 가진 맛 때문인지 짠 맛보다 감칠맛이 더 생겨났다.


이름하여 당근 품은 콩나물밥, 

맛은 당근 최고였다!



오늘의 주인공도 당연히 비건 푸드 : 당근 품은 콩나물밥의 자태 비건 달걀프라이와 대파듬뿍 양념장과 케일잎을 더해 슥슥 먹으면 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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