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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Jun 11. 2022

제발, 광복이와 관순이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지만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다시 말해 국가를 움직이는 힘은 물성의'경제력' 만이 아닌 그 너머 '보이지 않는 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즉 그 너머의 첫 번째 자리에 인간 본성 속 자리 잡은 '자비로움'이 있고 그 자비로움 스며있는 '힘'에 관한 뭐 그런 몽상가적인 생각 말이다.세상에는 자신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해관계없이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무조건 구조하고 돌보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야만적인 세상이라 해도 말 못 하는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해 목소리 내주는 조건 없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해, 나 같은 회의론자에게 일말의 희망을 준다.


어릴 때 귀엽다고 TV 오락프로그램에 까지 출연했던 침팬지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되어 서울 대공원 인공포육장에서 길러지던 광복이 관순이는 서울대공원이 고향인 침팬지들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10살을 넘기고 인간의 기준으로는 나이가 너무 든 데다, 사육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겨 해외의 동물원으로 반출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들이 가게 될 동물원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악명 높을 정도로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먼 동물 오락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현재 관순이와 광복이는 야외의 시설이 아닌 실내에서 자신의 털을 뽑는 등의 불안함을 표출하는 자학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생김새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지능도 높은 편이니 어쩌면 자신 앞이 놓인 불안한 미래를 감지하고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사실을 동물책만 출간하는 1인 출판사인 책공장 더불어_김보경 님의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다. 5월 한 달간 매주 일요일 낮 12시 서울대공원 동물원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총 5회의 시위를 했고, 나는 겨우 한 번 그 집회에 참석을 했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책공장 더불어_김보경 님의 사이트를 통해 '광복이와 관순이'의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이었다. 총 5번의 집회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알렸음에도 서울대공원 측에서는 '광복이와 관순이'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에 확고한 불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21세기에 들자 동물원의 돈벌이 프로그램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내는데 집요하다. 최근에 본 사진 중에는 마취주사를 맞고 눈에 초점을 잃고 정신을 못 차리는 사자 옆에서 희희낙락하던 관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하나는 영상인데 동물원 철창에 갇혀있는 침팬지를 향해 야유하고 발로 차기까지 하던 관객의 발을 갇힌 침팬지가 한동안 붙잡고 놔주지 않던 모습이 있었다. 침팬지의 악력으로 라면 인간의 다리쯤 부러뜨릴 수도 있었음에도 혼쭐을 내주는데 그쳤던 것 같다.


'제발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를 고향에서 살게 해 주세요' '해외로 팔아 보내지 말아 주세요'라고 시민들이 모여 외치던 서울대공원 동물원 앞에서의 집회가 총 5번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대공원 동물원 측과는 어떤 변화도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나 보다. 그래서 결국은 동물원의 예산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 앞에서의 집회가 예정되었다고 한다. 다음 주 6월 14일(화) 낮 12시 서울시청 앞에서 6번째의 자발적 시민들의 집회가 열린다.  부디 광복이와 관순이가 그저 고향에서 생을 마치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거취가 안정적으로 결정되어 그들의 불안이 사라지게 되기를 또한 바라며 기도한다.


태어나자마자 영문도 모르는 체 엄마와 헤어져야 했고, 인간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오락프로그램에 출현도 했었던 관순이, 광복이. 이들이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까닭으로 이런 일을 당하게 한다면 그건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되도록 많은 이들이 광복이와 관순이의 슬픔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집회에 참여하지 못할지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관계부처에 전화 한 통화라도 해준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만약 아차 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여객기 화물칸의 작은 철창에 갇혀 고향을 떠나 멀리 날아가게 된다면. 낯선 동물원에서 모질게 훈련을 받으며 살아가거나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삶을 이어간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 한 번이라도 진정 그들의 입장에서 동물원 정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선진국과 같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그들이 태어난 곳에서 쫓겨나게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부디 광복이와 관순이가 그들이 태어난 고국인 고향 서울대공원에서 말년을 보내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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