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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Sep 12. 2022

'편견' 있는 샌드위치

동물성 빼고는 다 넣을 수 있는


검색창에'편견' 이란 단어를 넣어본다. '명사'로서의 '편견'은'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치다'라는 뜻으로 설명되어있다. 다들 알 만한 이 단어를 새삼스런 언급과 함께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오늘의 레시피 제목에 '편견' 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조금 더 들어가 보자. “편견(prejudice)”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praejudicium’이며, 번역하면 ‘이른 판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편견은 알기도 전에 사람이나 사물을 미리 판단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


이런 맥락을 이어서 세상에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을 좋아하는 이가 있을까? 나 역시 '편견'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일 뿐만 아니라 일견 '편견'에 맞서는 기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 소개하려는 샌드위치에 '편견'이란 단어를 넣게 된 것일까? 되도록 장황해지지 않도록 애쓰며 소개해보고자 한다.



애초에 나는 이 것의 이름을 '편견 없는 샌드위치'라고 하려고 했었다. '편견'을 좋아하지 않는 이로서는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곧 ‘편견 있는 샌드위치’로 바꿀 수밖에 없었는데 이유는 '편견' 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일체의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고 만들어진 샌드위치도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편견’의 행위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 '편견이 없다면서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는다는 게 말이 돼?' 나아가 '식물은 안 아프겠냐고 비건은 식물도 먹지 않아야 되는 거 아냐?'라는 질문 말이다.


이런 종류의 질문들은 '비건'이라면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질문들이다. 처음엔 이 질문들이  공격적으로 들릴 때도 있었다. 공정한 음식 선택의 기준을 '육식의 일반화'라는 지점에 둔 채로 하는 질문이란 생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제 웬만해선 이런 질문들로 예민해지진 않게 되었다. 차라리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의 마음속에 있을 그 '감정'(식물이 아플까 봐 염려하는 연민의 마음)을 건드려 비건에 긍정적 신호가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비건 문화가 점점 더 확산되는 이즘에 와서 이런 질문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나는 단지 동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식품들이 살아있던 생명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것을 넣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샌드위치에 흔히 채우는 동물성 햄이나 베이컨, 치즈는 당연히 빼야만 했다. 비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편견'과 논 비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편견' 사이에는 이토록 엄연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 '편견 있는 샌드위치'에는 동물성만 뺀다면 넣을 수 있는 재료가 참으로 다양하다.  양상추 가 떨어졌다면 쌈 싸 먹으려고 사놓은 상추를 빵 사이에 넣어도 좋다, 최근에는 케일 잎을 썼는데 그것도 괜찮았다. 피넛버터를 바른 비건 통밀빵 위에 사과나 바나나를 두껍지 않게 잘라 올리기도 한다. 빵 한쪽에 딸기잼을, 다른 쪽에 피넛버터를 바르는 건 기본 중에 기본. 감자를 포슬 하게 쪄서 따뜻할 때 으깨 당근 양파를 잘게 다져 넣고 소금과 비건 마요네즈 섞어 놓은 감자 스프레드가 준비되어 있을 때는 한결 든든하다.     


여기에 하나 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묵은 토마토 활용법이기도 하다.'대저 토마토'에 입맛 들이기 전까지는 보통 완숙 토마토며 방울토마토를 사 먹었었다. 그런데 탱글 하고도 짭짤하다고 할까? 그 심심하지 않은 토마토의 맛에 반해버린 이후 대저토마토만 사 먹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귀한 토마토를 제때 미처 다 못 먹어 자칫 시들해질 위기를 맞을 때가 있다.  

   

아무리 귀차니즘의 대가라지만  그걸 그냥 버릴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철저하게는 못하지만 나름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있기도 하다. 하여 깨끗이 씻은 귀한 대저 토마토님(?)들을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인다. 섬세하게 으깨지 않아도 열이 가해진 토마토는 묽은 소스처럼 되는데 적당히 한 동안 끓이며 콩으로 만든 비건 양념인 연두 몇 방울, 혹은 채식가로 양념을 조금 넣는다. 그런 다음 녹말가루를 조금 첨가하며 저어주면 알맞은 농도의 토마토소스가 탄생한다. 이렇게 탄생한 토마토소스는 감자 스프레드만큼 든든한 샌드위치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통밀빵에 동물성 버터 대신 피넛버터와 수제 토마토소스를 듬뿍 바르고 이렇게 만들어놓은 재료를 얹으면 별로 어렵지 않게 샌드위치가 탄생한다. 오늘은 오이가 듬뿍 얹힌 오이 샌드위치다. 이렇듯 샌드위치는 무얼 넣느냐에 따라 무한 변신에 변신할 수가 있다. 


요리를 향한 열정이 일관되지 않은 데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먹어야 할 때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 과일이면 과일, 야채면 야채 무엇이든 채워서 먹는 샌드위치. 육류만 빼고 무어라도 가득 넣어 먹을 수 있는 편견 가득 샌드위치!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왼쪽 : 홈메이드 토마토소스에 오이를 넣은 샌드위치,  오른쪽  깻잎 깔고 두부굽고 토마토 얹어서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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