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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 다시 쓰기
by 서민규 Jul 31. 2016

책상정리  생각정리

4년 간 에버노트를 사용하며 변화된 것들


전 글 보기 :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정리를 한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는 일 년에 3-4번은 책상 정리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시험을 앞에 두고 바짝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책상 정리 욕구가 샘솟던 기억은 있기 마련이다. 책상 정리를 하면서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나오는 10년 전 일기라든가, 편지함 속의 고대 문서들을 되새기며 추억 여행을 하기도 하고, 괜히 책장 정리를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정리 행위가 시험 준비로부터 한발짝 씩 멀어지고 있다는 묘한 쾌감을 준다.




곤도 마리에가 말하는 정리 원칙

오타쿠의 나라 일본에는 정리 덕후도 있다. 이 덕후는 유치원 시절부터 싹을 보였다. 글을 읽기 시작 한 뒤로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정리 방법을 따라하면서 정리에만 몰두했다. 곤도 마리에는 최근 미국으로 진출했는데 미국에선 이름을 따서 'kondo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니, 업을 이룬 셈이다.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일본에 두 사람이 선정됐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뽑힌게 곤도 마리에다.


#덕후는_직업을_창조해도_된다 (feat.정리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에서 정리의 원칙 두 가지를 제시한다.


물건을 버릴지 보관할지를 결정한다

모든 물건에 제 위치를 정한다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버릴지 보관말지 정하는 기준을 그 물건을 보고 설레는지 아닌지로 삼으라고 한다. 다소 모호하지만, 20여 년 전에 NHK출신의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니시무라 아키라도 '망설여지면 버리기'를 물건 정리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망설여지면 버리기'를 정리의 기본으로 삼는 이유는 쓸데없는 물건들 때문에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중에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생긴다. 정리는 서랍 안에 잘 보관하는 작업이 아니다. 자신이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배치하는 것이다.  - 니시무라 아키라 <정리 기술>
정말 소중한 물건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는 역할이 끝난 물건들을 버려야 한다. - 곤도 마리에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물건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마주하면 지금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인다. - 곤도 마리에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커다란 쓰레기통은 모든 질서와 정리의 시작이다 - 쿠르트 투콜스키, 독일 언론인



그 사람의 상자가 궁금하다

프레인을 세운 여준영 대표를 소개하는 수식어는 참 많다. 박지성의 PI를, 스티키몬스터랩의 투자를, 광화문엔 맛집을. 그래서인지 영역을 넘나드는 그의 통찰이 담긴 블로그는 꾸준한 인기다.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해서 평생 읽은 책이 손에 꼽힌다는 그의 생각 정리법을 소개한 EBS방송도 많이 회자됐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경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 결단력이 키워진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면, 결단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 곤도 마리에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여준영 대표는 잡지나 신문기사를 오려내고 묶어서 상자 별로 보관한다. 짐작건대 그 상자들 속의 꿰어진 정보들은 언젠가 발효되어서 사업으로 승화되지 않을까. 상자에 직접 스크랩을 하는 방식을 곤도 마리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물건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각에 제 위치를 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갈래가 다른 생각은 다른 위치에 보관되어야 뒤섞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갈래가 같은 생각끼리 따로 보관되어야 다음에 꺼내 볼 때 헤매는 일이 적다.  강의 제목을 생각 서랍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물건과 달리 생각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나 이런 아이디어 생각했어"라고 해도, 돌아서서 날아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거 진짜 해봐야지", "여기 꼭 연락해야지"도 마찬가지다. 생각은 형체가 없다. 생각을 보관해 둘 서랍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서랍을 미리 설계해둬야 한다.



다산 정약용의 생각서랍

다산 선생은 지독히도 많은 생각 서랍을 설계했고, 그 서랍에 차곡차곡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열흘쯤에 한 번씩 집안에 쌓여 있는 서찰을 점검하여 번잡스럽거나 남의 눈에 걸릴 만한 것이 있거든 하나하나 가려내어, 심한 것은 불에 태워버리고, 덜한 것을 노를 꼬고, 그 다음 것은 찢어진 벽을 바르거나 책표지로 만들어, 정신을 산뜻하게 해야 한다. - 정약용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다산에게 생각 서랍은 초록[抄錄]용 공책이었다. 주제별로 초록용 공책을 만들어 놓고 쉴새없이 초록했다. 정신없이 초록을 하다가 꽤 분량이 나오게 되면 정보가 스스로 갈래를 잡아주게 되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책 한 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업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왼 쪽 열을 각각의 생각 서랍으로 본다면 갈래가 다른 생각을 차곡차곡 엮어간 게 다산의 집필 방식인 셈이다.


다산은 말한다. 복잡한 문제 앞에 기죽을 것 없다. 정보를 정돈해서 정보가 제 스스로 말하게 하라. 효율적으로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먼저 모으고, 그 다음에 나눠라. 그런 뒤에 그룹별로 엮어 다시 하나로 묶어라.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교통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서랍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 정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내 에버노트엔 뭐가 정리되어 있나

물건도 정리가 필요하듯 생각에도 정리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담을 서랍이 필요하다. 다산 선생처럼 되도록 초록용 공책이 있다면 좋겠지만, 디지털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다른 서랍이 필요하다.


에버노트 첫 화면


에버노트 표 기능은 엑셀처럼 함수도 없지만, 구획 나누기엔 최고다. 구획(=서랍)을 만들어 담으면 된다.


첫 화면에서 '개인정보'노트링크를 누르면 이 곳으로.


그 안에는 또 표를 만들어 필요에 따라 구획을 나눈다.


첫 화면에서 '독서노트'노트링크를 누르면 이 곳으로.


독서노트도 짧은 일기도 나누어 담고 있다.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나요?"

비정상회담 시즌1에서 노잼캐릭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던 독일의 다니엘은 항상 개그노트를 들고 나왔다. 그 개그노트를 읽어가며 개그를 치거나, 혹은 괴테의 명언이 담긴 노트를 참고하면서 코멘트를 하거나.

노잼으로 자리매김한 독일 다니엘. 시즌1이 그리운 이유 중 하나.


순전히 다니엘 개인의 스타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를 보면 독일 사람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에디톨로지>를 보면 독일 사람들은 정리에 집착한다고 한다.


사람이 다치면 달려가 “Alles in Ordnung?”이라고 물어본다. 의역하면 “괜찮습니까?”란 뜻이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모든 것이 다 잘 정리되어 있습니까?”가 된다. ‘괜찮은 상태’란 ‘정리가 제대로 된 상태’를 의미한다. 독일 사람들은 죽어라 정리만 한다. 공장에서도, 사무실에서도, 가정에서도 정리는 의무다. 정리가 ‘정상’과 ‘또라이’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 김정운, <에디톨로지>


독일 자를루이(Saarlouis)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 주차장


<에디톨로지>엔 독일 학생들의 생각 서랍이 소개된다. 독일에는 필기를 할 때 카드에 요약하고, 그 카드를 정리리하는 카드 박스가 있다고 한다. 저자가 독일에 가서 충격을 받은 부분이다. 우리는 노트에 쭉 필기를 하며 생각/정보를 나열하는데 반해서 독일 학생들은 카드에 요약하고 생각을 담아서 정렬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만의 카드 배열을 만드는 것이 곧 자신의 이론을 세워가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평소에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헤매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저자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연구했다.

누워서 새벽 2시까지는 거뜬히 잠 못 드는 사람, 평소에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두서 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밝혀낸 건 그들이 PESM[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는 것. 이들에 대한 심리학계의 반응은 이들을 비정상이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간주하지만,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다르게 봤다.

이들은 다만 '열정적인 뇌'를 지녔을 뿐이고, 생각 처리 방법을 남들과 다르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제시하는 '열정적인 뇌'를 지닌 사람의 생각 정리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뇌는 생각을 알아서 분류하고 계열별로 구조화하게 되어있다.

열정적인 뇌를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각이 생성되고, 연결된다. 그리고 이걸 멈출 수 없다.

그 생각들을 멈추거나, 지우기보다는 알맞은 곳에 지속적으로 담으라.

대신 매일 생겨나는 생각을 정리하라.


#오늘은_일찍_자고싶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은 드물고, 생각이 드문 사람은 너무 많다. - 프랑수아즈 사강


정리되지 못하는 생각은 캐시 데이터같은 게 아닐까. 쓸데 없는 캐시 데이터는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스마트폰을 무겁게 한다. 방향성 없고 어딘가에 놓이지 못한 생각은 괜히 머리만 어지럽힌다. 생각이 맴돌기만 해서는 집중할 것에 몰입하는 걸 방해한다.


책상 정리를 안 한다고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항상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것이 정리의 본래 목적도 아니다. 나는 정리력이 판단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 니시무라 아키라 <정리 기술>

물건과 마찬가지로 필요 없는 생각/생산적인 생각/실행을 필요로 하는 생각들은 구분되어 정리되어야 하고, 구별되어서 기록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찾아보기에 용이하다.




정리하면서 발견한 것들

생각정리 혹은 책상정리를 습관화하면서 얻은 작은 발견이 있다.

기분이 내켜서 정리하는 게 아니라, 정리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이 정리되어 있을 때 필요한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

생각의 캐시 슬라이드를 줄이고 나면, 머릿속이 쾌적한 상태가 된다.

정리는 강력한 핵심 습관이다.

정리는 깔끔함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성의 문제다.

준비에 실패하는 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핵심 습관을 바꾸면 그 밖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이란 개념은 정리에도 적용되는 듯 하다. 생각을 잘게 쪼개고 갈래에 맞게 분류하면 머리가 편해진다.  덩어리째로 하던 생각을 쪼개어 정리해보면 어떨까.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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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에버노트 다시 쓰기
소속seolab 직업강사
기록과 에버노트를 이야기 하며, 퇴사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음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실전편> 저자 seolab.kr / mk@seola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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