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아닌 거같다
공유오피스에 친숙한 사람들에겐 그리 새로울 게 없겠지만, 공유오피스를 처음 와 본 내 친구에겐 그래보였나보다. 실은 친구에게만 그렇게 보였던 건 아니었다. 4월 초,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이 오픈한다는 얘길 듣고 투어를 갔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와. 여기 공간 좋다. 서울숲점 매니저님이 처음 이 공간을 보여줬을 때, 몇 초 안 되어 마음 속으로 입주 결정을 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에 입주한 지 벌써 한 달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을 이 곳으로 초대했다. 세어보니 한 달 간, 스물 두 번의 미팅/강의/행사가 있었고, 직간접적인 내 연결고리로 마흔 분이 다녀가셨다. 오시는 분들은 모두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며 즐거워한다. 방문한 분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패파 방문 전,후로 서울숲에 들렀다 가셨다고 한다. (패파에서 도보로 5-7분 거리에 서울숲이 있다.) '공간이 주는 힘'은 직접 봐야 더 잘 느껴지지만 사진으로 대신하자면 요런 느낌이다.
무엇보다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이 마음에 든 이유는 2층에 위치한 넓은 라운지다. 서울숲점엔 핫데스크 멤버십이 없어서인지 넓은 라운지가 북적거린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다. 미팅 공간도 회의실을 포함해서 열 군데 넘는 선택지가 있는 편이라 공간이 부족한데서 오는 불편함은 전혀 없다. 나는 1인실을 이용하는데, 조금 답답하다 싶으면 이 곳으로 내려와 작업을 한다.
지금에서 돌아보니, '내 사무실'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럴 수가. 조직을 나온지 어느덧 2년 6개월. 모든 걸 이고, 지고 다니면서 공유오피스를 전전했다. 공유오피스, 하면 떠오르는 곳은 거의 다 이용해본 것 같다. 무거운 가방을 불편하게 여긴 적은 없었고, 다만 노트북만 펼 수 있다면 만사오케이라 여겼다. 그렇게 2년 6개월을 이리 저리 유랑했다.
그러다, 올 3월에 연내 출간을 목표로 출간계약을 했고, 글을 쓸 단독 공간이 필요했다. 이전에 3편의 전자책으로 출간된 콘텐츠를 했었지만, 종이책으로 출간을 앞두기는 처음이었다. 나름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춰서 쓰고 싶었다. 그렇게 입주를 하게 됐다. 이전엔 그저 '무거운 가방'이 크게 불편하지만 않다면야 만사오케이라 생각했는데 '내 사무실'을 가져보니 그게 전혀 아니더라.
그동안 미련하게 책, 포스트잇, 노트북도 다 들고 다니면서 썼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못 할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했었다. 고정된 공간이 생기고 나니까 좀 미련했다 싶다. 하루에 8시간 이상 모니터를 쳐다보며 일을 한다는 건 시야가 그 모니터 사이즈 크기에 맞게 고정된다는 말이다.
모니터 옆 공간을 넓게 쓰고, 활동적으로 사고 범위를 활용해야 일도 되고 답답하지도 않다. 1인실을 사용하니 생각의 흐름을 잘 붙잡아 두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 공유오피스를 전전하면서 놓쳤던 부분이다. 사방팔방 포스트잇을 붙이고 흐름을 끊기는 일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이 외에도 홈마스터 스탭분들이 쾌적한 환경을 정말 성실히 도와주시는 점, 적절한 방음과 조명한 조명으로 작업에 지장이 없다는 점, 답답할 때는 잠깐 나갈 수 있는 3층의 가든 공간이 있다는 점 등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찾기가 어렵다. (아. 그러고보니 비데도...)
안 좋은 점이 없어서 안 좋은 점이라면 더 이상의 핑계는 만들 수 없다는 것. 카페를 전전할 당시엔 옆 사람이 떠들어서, 통화가 시끄러워서, 또 이동이 많아서,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별의 별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젠 핑계가 사라졌다.
기본적으로는 머물고 있는 1인실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편, 구석구석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
1. 6인 회의실
여기서 저녁에 조용하게 음악을 틀고 일을 정리하고 글감 정돈하면 마음이 편하다. 모니터만 들여다 볼 때 막힌 생각은 포스트잇+화이트보드+티비 모니터로 다르게 풀어내보면 진행이 잘 될 때가 많다. 처음에 회의실 공간이 반투명도 아니고 모두 전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부담스러운 면이 좀 있었는데 이젠 이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반투명으로 하면 살짝 공간이 답답해 보이기도 할 거란 생각이다.
2. 중앙통로 의자(?)
사람이 드문 주말엔 드러누워있기 적당한 곳이다. (점심 시간엔 이 곳에 나와서 햇볕을 쬐며 잠을 청하시는 분들에게 인기가 좋다.) 작년 이 맘때쯤 퇴사학교라는 곳에서 내 수업을 들으셨던 박혜진 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패파 입주를 축하라도 해주듯, 친필사인으로 패파로 보내주셔서 이렇게 인증을 찍어 보내드렸다. 에세이 분야에서는 무려 김영하 <여행의 이유> 바로 아래 있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루 나 혼자 일본 여행>, 박혜진) 이 중앙통로는 방문 오신 분들이 포토존으로 많이 활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3. Simple Store
잘 먹어야 한다. 여기서 주로 짱셔요를 사먹는다. 오래전 먹은 그 맛은 아니지만 아쉬운대로 군것질을 한다.
그리고 사실 바로 왼쪽 냉장고가 꿀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신선한 매일우유가 꽉 채워져있다.
점심 먹고 들어가는데 라운지에 걸려있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눈길이 갔다. 패스트파이브는 커뮤니티 행사로 별 걸 다 하는구나 싶었다. 많이들 참여할까? 참여하지도 않을 거면서 괜한 걱정은. 그러다가 커뮤니티 어플에서 두어 번인가 참여자 모집 포스팅을 봤다. 아. 참여율이 궁금하던 찰나에 이제 몇 자리 안 남았구나. 다음 번 포스팅을 볼 때쯤엔 참여자 form에 팀명을 적고 있더라... 그리고 정신차려 보니 내 손엔 굿즈가 들려있었고... (이하 생략)
예선을 하러 강남역에 위치한 패스트파이브 강남 3호점엘 갔다. 스탭분들이 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티가 여기 저기 많이 났다. 어디 감사를 표할 데가 없어 이 곳에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고퀄의 생중계와 체계적인 팀 선정에 이은 토너먼트까지. 고퀄로 마련된 예선전 자리에서 군더더기 없는 빠른 탈락으로 조용히 GG 치고 나오게 됐다. 5년 만에 잡아본 마우스라.. (구질구질) 쉽지 않았다. (저랑 팀을 하셨던 을지로점 김xx님. 잘 지내시죠? 정말 죄송합니다ㅋㅋ)
광탈로 인해 기운을 많이 못 누렸지만 잠깐이나마 코엑스에서 홍진호 화이팅을 외치던 시절이 스쳤다. 이 날 강남3호점에 모인 이들에게 옛 동료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다음 날, 퇴근 길에 유튜브에서 오랜만에 김캐리를 보게 됐다.
입주한 바로 다음날부터 회의실 공간을 참 많이도 이용했다. 회의실 이용의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건 내가 기획, 교육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공방, GX' 이다.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분들을 도와드리는 프로그램인데, 조금 길게 진행이 된 0.5기를 패파에서 마치게 됐고, 이제 막 3기가 시작했다.
또, 에버노트는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에게 꽤 유용한만큼 탈잉에서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오전 탈잉에서 진행하고 "에버노트 강의는 들을 필요 없다는 편견을 완벽히 박살내주신 최고의 강의였습니다"는 후기를 받았다.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하다.
10인실 회의실은 네 곳이 있고, 그 다음 크기의 18인실, 마지막으로 60-70인 규모의 세미나실이 있다.
6월 13일엔 18인실에서 두 분의 브런치 작가분과 콜라보 특강을 진행했다. 브런치에서 두 분의 글을 피해가기란 어려울 정도로 글을 사랑하시는 분들과 함께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운 날이었다.
- Peter 님 후기 (<시작노트> 저자)
- 공대생의 심야서재 님 후기 (<단어를 디자인하라> 저자)
1인실을 집필실 삼아, 회의실은 강의 장소로. 6개월의 서울숲점 이용 끝에 《회사 말고, 내 콘텐츠》 를 출간하게 되었다. (2019.11.28) 패스트파이브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2020년 2월, 패스트파이브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게 됐다.
독립 사무실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도 한 몫하겠지만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은 정말 만족스럽다. 교육 공간이 필요했고, 책 쓸 공간이 필요했다. 서울숲점은 공간의 기능적 역할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뿐만 아니라, 친절한 매니저분들도 그렇고, 또 숲세권, 블세권으로 대표되는 핫한 '성수'라는 점도 무시 못한다. 제대로 된 내 첫 공간을 이 곳으로 삼게되어 즐거운 요즘이다. 근처에 계신 분들은 연락주시고 구경 오시기를 :)
-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 방문 예약 : 02-3453-8280
- 패스트파이브 브런치 https://brunch.co.kr/@fastfive
- 패스트파이브 홈페이지 https://www.fastfive.co.kr
-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 위치 (블세권)
https://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1978227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