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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규 Feb 05. 2017

회고는 기회다

5년 간 에버노트를 사용하며 변화된 것들

수첩공화국

나랏일을 논하는데 '수첩'이 많이도 회자됐다. 수첩공주라든가, 안종범의 수첩이라든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 등이 그렇다. 일련의 사건으로 '수첩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별명을 붙기도 했다. 수첩이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를 통해 본 수첩의 기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전하기 힘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리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시점이나 사건을 되돌이켜 보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회고(回顧) 1. 뒤를 돌아다봄. 2.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회고

정유년 들어서 결심을 세우고 의지를 다잡았지만, 2월에 들어선 지금 왠지 예년과 비슷한 도돌이표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왜 그럴까?

결심을 어디다 적어놨는지 까먹었거나, 목표를 적어둔 수첩을 다시는 펴본 일이 없거나, 결심을 적은 일이 없다면 그럴 확률이 높다. 회고를 통해서 잃어버린 결심, 새로 잡은 목표를 되찾고 과녁을 조정해보자. 


"인생은 10%의 당신에게 일어난 사건과,
  나머지 90%의 당신의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 Charles Swindol



왜 회고인가?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살면서 큰 일을 해낸 사람의 공통점 중 '자기이해 지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한다. 다른 말로 '자기객관화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텐데, 이 능력을 높이려면 최소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근거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우연한 계기로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회고하게 될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들어서 내 행동, 내 판단에 대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런 우연히 주어지는 피드백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연에 의한 피드백이 아닌, 매사에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꾸준히 구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브런치 작가 Alice in the world님의 글은 매우 좋은 표본이다.)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회고하고 성찰하는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은 우연적인 기회에 기댈 필요가 없다. 나를 기록해두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맥락이 바뀌어 자신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이전에 내렸던 1차 판단(행동, 선택, 의지, 결정)에 대해서 2차 판단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2차 판단이 개선과 성장의 가능성을 만들어준다.


<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사람들>을 쓴 후지이 고이치는 항상 책을 끼고서 읽는 사람들은 나중에 사업을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한다. 독서습관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며,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사업을 해도 잘 한다는 것이다. 

회고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돌아보는 연습이 되어있는 사람에게 성장의 가능성이 더 많다. 회고가 전혀 없는 경우엔 다른 사람보다 '개선의 주기'가 짧거나 운이 나쁜 경우 '개선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평생 자신의 빛나는 구석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버려두거나, 자신만 모르고 남들이 다 아는 자신의 단점을 개선할 기회를 평생 얻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미라클 모닝>의 저자 할엘로드 역시 기록을 통한 회고를 강조한다. 기록을 해서 '내가 어디쯤 왔나'사고를 할 수 있게 되어야 막연한 차이를 정확한 차이로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한샘의 SC인 정상훈씨에 관한 기사를 보다가 몇 가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1위 이력' 그리고 한샘의 가구를 고객에게 3D로 보여주는 '인테리어 프로그램'이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연구하면서 3D 인테리어 프로그램 단축키를 외우고, 질문의 패턴을 연구한다고 한다. 잘은 몰라도 정상훈 씨도 회고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요새 대세인 JTBC <말하는대로>에서 서장훈이 밝힌 지독한 회고 인생도 흥미롭다. 15년 간 최고의 선수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매 경기 후 경기비디오를 돌려보며 자신을 가차없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 내리는 피드백의 주기가 짧아지면, 스스로를 발견하는 힘이 커질 수 밖에 없고 개선점도 훨씬 많이 찾을 수 밖에 없다. 회고는 성장을 향한 주술적인 주문이 아니라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회고재료의 두 가지 조건

흔히 '기억은 편집된다'고들 한다. 군대에서의 나를 '이 정도면 괜찮은 고참'으로 기억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고문관으로만 기억되었을 수 있다. 내 관점에서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체 맥락에서 보면 완전 헛발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 관성처럼 우리는 우리가 편한 방식으로 기억하기 마련이다. 회고를 하려면 '나 좋을대로의 기억', '편집된 기억'을 최대한 지양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기록을 남겨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Aleksandr Aleksandrovich Lyubishev)의 기록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류비셰프는 26세였던 1916년부터 56년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썼다고 한다. 그의 일기는 사실상 '시간 통계 노트'였는데, 곤충분류학, 농학, 유전자, 식물학, 철학, 과학사에 통달한 그는 70여 권의 학술서적 등을 남기게 된 동력이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의 기록을 보면,


1964년 4월 7일, 러시아

곤충분류학 : 곤충 그림을 두 장 그리고 (3시간 15분), 그 곤충을 조사했다. (20분) 

기타  : 슬라바에게 편지를 썼다. (2시간 45분) 

사람들과의 만남 : 식물보호 단체와 회의를 했다. (2시간 25분) 

쉬는 시간 : 이고르에게 편지를 쓰고 (10분), 잡지를 읽었다. (10분) 

톨스토이 책을 읽었다. (1시간 25분) 

한 달 동안의 시간 통계 

기초과학을 연구하는데 쓴 시간 : 59시간 45분 

곤충 분류학을 연구하는데 쓴 시간 : 20시간 55분 

기타 : 50시간 25분 

곤충 조직을 연구하는데 쓴 시간 : 5시간 40분 

모두 쓴 시간 : 136시간 45분 


누가 봐도 명확하게 류비셰프가 어떤 시간을 어디에 투입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결과값을 두고 나중에 회고하면서 류비셰프는 자연스럽게 어떤 시간 투입을 늘리고 줄일지에 판단과 시간이 밀도있게 쓰였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류비셰프의 기록형태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그의 회고법을 참고해서 '자신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은 기록물'이 있어야 회고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 다른 회고재료의 조건은 '형태가 있는 기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상태를 비교할 수가 있다. x와 y가 동류항이 아니어서 비교를 할 수 없듯이, 지금의 '상태'와 이전의 '생각'은 동류항이 될 수 없다. 서로 비교를 할 수 없다. 

생각은 추상적이고 뼈대가 없다. 흔히,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이해가 되면 기억됐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이해와 기억은 별개의 행위다. 생각에 닻을 달아서, 시각화해야 한다. 생각은 말과 글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말은 휘발되고 글만이 남는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기록 수단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회고재료는 기록이라는 구체적 형태를 가져야만 한다. 이전 브런치 글(: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에도 썼지만, '기억'은 회고재료가 될 수 없다. 



더 좋은 회고의 방법

회고에도 올바른 방법이 필요해보인다. 앨리스테어 코번(Alistair Cockburn)이라는 사람이 전세계의 탁월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연구했는데, 반성적 개선(Reflective Improvement)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렇게 회고는 기업 단위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인데, 이와 관련된 설명은 김창준 님의 블로그에 많이 소개가 되어있다. 


사람마다 회고로 인한 이득의 개인차가 크다는 것을 주목하고 연구한 팬 베이커(James Pennebaker)교수는 다음의 세 가지 방향성을 갖춘 회고가 얻는 점이 많았다고 한다. 

긍정적 표현을 많이 쓰되, 부정적 사건도 부정하진 않는

인지적 차원의 단어 - 깨닫다, 인정하다, 믿다 -를 많이 사용하는

관점의 변환 : '나'를 주어로 삼는 것에서 '다른 사람'을 주어로 삼아 회고하는 것


정리한다면, 회고를 '긍정적 표현으로 부정적 사건도 인정하되, 경험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구성해보는 연습'로 이해하고 계속 해나간다면 회고로 인한 성장폭이 클 거라는 것이다. 



에버노트로 회고하기

에버노트에 꾸준히 나에 대한 피드백, 스스로 한 회고를 기록해가고 있다. 에버노트에서 회고를 두 가지 방식으로 한다. 다음은 태그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피드백하는 노트에 $myself 태그를 붙인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피드백 노트에 $feedback 태그를 붙인다
검색창에 $myself 태그를 검색하면 57개의 노트가 나온다.
검색창에 $feedback 태그를 검색하면 25개의 노트가 나온다.




다른 방법은 회고노트를 쓰고, '노트링크 복사' or '목차링크 만들기'로 회고노트 덩어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큰 이벤트가 생겼거나, 돌아볼 일이 있으면  차곡차곡 하나씩 작성하면 된다.




회고는 기회다

기록 이전의 선사(先史), 기록 이후의 역사(歷史)가 있다고 한다면,

회고 이전의 공회전, 회고 이후의 성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통해 내 근거를 마련하고, 회고를 통해 내 근거를 판단하고, 판단 근거로 나를 개선하는 것, 그것이 성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 해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힘, 회고력을 길러보자. 






(에버노트 강의 문의 : mk@seolab.kr)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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