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천을 벌 수 있겠다!

아무것도 없던 내가 하루아침에 월 천이라니

by 박모카

귀국하니 현실이 다가왔다.

당장 쓰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컸고, 이것은 아주 불편했다.


그러던 와중, 우연한 계기로 누군가가 나에게 영어 선생님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여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는 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작하기 두려웠다.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와중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보니 이 분이 소개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었다. 특별한 자리도 아니고, 알바처럼 많이 들어가는 곳인듯 했다. 그렇게 나는 이력서를 제출했다.


다시 활동적인 것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한 번 시작하니 물꼬가 트였다. 재택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인터넷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한국어 AI 트레이닝. 시간당 18-31불'


컴퓨터 관련 직종으로 일을 하고 싶었던 나였다. AI 세계의 실전에 투입되면서, 이 분야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좋은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었다. 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컨셉이 딱 내가 찾는 것이었다. 시급도 꽤 좋아보였다.


반대로 내가 제공해야 하는 것도 니즈가 맞았다. 이들이 원하는 노동을, 나는 쉽게 제공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글쟁이를 선호한다고 하는 것이, 좋은 느낌이 들었다. 지원도 쉬웠다.


몇 시간 후, 서류 통과를 했으니 인터뷰를 보라는 메일이 날아왔다.

'이렇게 빨리?'

보통의 경우, 특히나 외국계의 경우 연락이 없이 탈락하기 일수였기 때문에, 꽤 어이벙벙한 느낌이었다. 특히 생소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구글링하면 나오긴 하지만) 약간의 의심도 들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짧았고, 글쓰기또한 500자까지 작성하랬지만 30단어 정도만 작성하고 보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대충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나 역시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참여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12시간 정도가 흐르자, 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이 트레이닝에 합격하면 돈을 벌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트레이닝이었는지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하라는 것을 하고 나니, 나는 시급 31달러짜리로 정해졌다. 제일 높은 시급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수는 없었다. 메인 화면에 내가 여태 얼마를 벌었는지 확정되어 적혀있는데, 그 돈이 벌써 60불을 넘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닝을 하고 실전 문제를 2회 정도 풀었던 때였다. 투자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 이렇게 벌었다고?


그렇게 되니 행복회로가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매일 8시간씩 업무를 보고, 남들이 쉴 때 같이 쉰다고 치면 6,400,000원은 넘게 받게될 터였다. 남편을 끌어들여서 같이하면 월 천만원은 벌겠구나 싶었다.


마침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해줬다. '온라인으로 하는건데, 시급이 31달러(약 4만2천 600원)야.' 말을 뱉고 나니 내가 사기꾼이 된 느낌이었다. 내가 어리숙하게 뭔가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회사의 사이트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이트는 꽤나 잘 만들었고, 일을 하는 도중 컴퓨터를 일정시간동안 쓰지 않으면 일하는 시간이 계산이 되지 않게끔 설계가 되어있었다. 이것이 스캠사이트라면, 내가 지금 하는 노동은 이들에게 쓸모가 없을 것이고, 이들이 얻는 것은 내 개인정보 하나 뿐이다. 이거 하나 얻겠다고 이렇게 큰 리소스를 투입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를 조금은 신뢰해보기로 생각했다.


벌써 업무에 적응했는지, 나는 요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곳의 작동 방식을 파악해서, 조금 더 쉽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했던 일은, 챗 GPT처럼 AI가 대답을 작성하면, 나는 이 대답을 평가하는 업무였다. 꽤 간단해보이지만 내용을 분석해야 했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했다. 또, AI가 만드는 대답의 내용 역시 꽤 전문적인 것이 많아, 논문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본인의 전공에 따라, 참여하게 되는 프로젝트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 같다.)


트레이닝을 할 때에는 AI가 만들었던 대답에 대해 다양한 정답지가 나왔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오류없음'이라고 표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해도 괜찮아보이고, 저렇게 해도 괜찮아보이는 것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역시 개개인이 보는 대로라며, 왠만하면 정답지에 대해 너그럽게 '모두 정답'으로 접근했다.







............

.......그리고 나는, 6시간 후 AI에 의해 해고를 당하게 된다.




한국어 버전으로 내가 시원찮은 답안지를 자꾸 제출하자, AI는 영어로 아주 쉬운 질문부터 하기 시작했다. 나는 별 의심 없이, 영어도 이전과 같은 루틴으로 수행했다. '갑자기 왜 영어로 바뀌었지?'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았고, 그냥 이것도 과정중에 하나이겠거니 했다. 문제를 2개 풀고 나자, 알람이 하나 떴다.


'트레이닝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일자리가 있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150달러만 벌고, 해고를 당했다.


퀴즈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기회를 자꾸 준다고 적혀있었는데, 내 눈에는 재도전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생기업이다보니 변화가 아주 빠르고 급격했다. 계속해서 사이트를 업데이트 하다보니 연동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종종 눈에 보였다. 다만, 조금 더 알아낸 사실은, 하루 8시간씩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가 무한정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일감이 빨리 빨리 들어오기는 하지만, 내가 잠도 안자고 일을 할꺼야! 라고 마음을 먹기엔 어느정도 정해진 한계치가 있어보였다.


입금이 되기로 한 날에 칼같이 돈이 들어왔고, 쉽게 돈을 벌어보니 신기했다. 해외 취업자리를 계속 알아보는 와중,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만 가도 기본급이 월 30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다만 캐나다에서 살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세금이 워낙 높아서 실수령액은 우리나라와 별 반 다르지 않다고 하기는 한다.)


새로운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니 신기하고 새로웠다. 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와, 해외에서 돈을 버는 양은 사뭇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네팔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까지 우리나라에 와서 노동을 하는구나 싶었다. (여행하면서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얘기로는, 26살 젊은 청년이 우리나라에서 건설업계에서 노동을 하며 월 500만원씩은 벌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쉽고, 어떻게 생각하면 어려운 돈. '나는 돈이 중요하지 않아!'라고 하면서, 꽤나 돈에 대한 생각을 자주 그리고 깊게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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