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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Nov 28. 2019

남들 다 하는 고민이 내게도 찾아왔다

"나는 비혼주의자야"

"결혼해도 애는 안 낳을 거야"

"난 자발적 딩크야"


이런 말들이 세상 의미 없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주의'라는 것은 바뀌라고 존재하는 것 같다. 내 삶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결혼 급한 티 내는 사람들이 싫었지만 누구보다 내 나이가 신경 쓰였었다. 결혼 뒤엔 임신이 뭐 급하냐 하면서도 아이가 안 생길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남들이 원하는 걸 나도 원한다고 인정하기가 싫었던 걸까? 뭐 그렇게 남들과 다르다고, 남들 가는 길 안 가겠다고 잘난 척 특별한 척을 했는지 모르겠다. 통계적으로 우세한 선택에 맘이 기우는 것. 그게 나라는 인간의 본질이다! 남들 하는 건 나도 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다 아는 이 사실을 36년 만에 완전히 인정해 버렸다.


임신을 한 순간부터 내 삶에 아이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임신과 출산을 두 번 겪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100일까지의 육아 지옥을 또 경험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즘 같은 초저출산 시대에 자식 한 명 갖기도 힘든데 그 어려운 걸 해냈으니 내 소임은 다했다 싶었다. 


출산 직후 코끼리 같았던 발 #잊지말자 


아이가 돌이 되니 예전보다 잔손 가는 일이 많이 줄었다. 예닐 곱 번씩 먹이던 분유는 하루 두 번으로 줄었고 밥을 먹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여행 갔다가 리조트에 젖병을 놓고 와서 혼비백산했던 일화가 추억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제는 수저로 밥을 줘도 잘 먹는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고, 몸이 좀 편해지고 아이가 점점 예뻐 보이니 자식이 하나여도 괜찮을까? 하는 절대 해선 안 될(!) 고민이 찾아왔다. 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또 다른 예쁜 아이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내가 절대 이해 못했던 마음이 불쑥 들었다. 아니 이거 왜 이래...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것은 내 것 아닌 욕망과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 과정 같다. 둘째를 바라는 마음은 내 것 아닌 욕망이다. 


위 문장을 쓰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잊지 마, 나영아. 누구보다 불평불만 많고 쉽게 낙담하며 걱정 많은 네 성격을 잊지 말라고! 운 좋게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순하게 잘 자라주고 있지만 어떤 난관이 또 찾아올지는 모르는 거란다. 방심하지 마. 네가 가장 이해 못했던 욕망인 '자식 욕심'은 제발 넣어둬!


형제라는 평생 친구를 아이에게 주지 않겠다는 것. 이것이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 내 욕망이 더 중요하다. 아이는 하나면 충분하다. 그 길고 힘든 임신 기간과 출산의 고통 & 산후조리의 악몽을 도다시 겪을 순 없다. 네버!! 


일도 중요하다. 모든 게 다 단절돼도 경력만은 단절될 수 없다. 워킹맘으로서 이직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조직, 새로운 사람들을 경험하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직장이 아닌 직업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둘째를 낳으면 나의 모든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육아휴직 기간의 무료함과 육체적 정신적 피로함, 그걸 잊어선 안 된다. 


매일매일 남편 오는 시간만 기다렸던 그때. 일에 지친 남편이 한 시간만 늦게 와도 눈을 부라리며 화를 냈던 나날들. 새벽 수유하며 눈을 비비고 집안일과 육아에 치여 원망과 비난을 쏟아냈던 그 시간을 잊지 말자!!!!!!!!!!!!! 관창을 잊지 말자 수준으로 복창하며 살아야 한다.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본다? "아이를 위해서" 형제를 만들어줬다는 만족감은 있겠지만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을 거다. 확신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주절주절 써봤다. 글을 쓰면 기록에 남으니까, 계속해서 써야 한다. 

둘째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을 거다. 아이는 예쁘다 예뻐! 하지만... 

내 삶의 중심은 나고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내 인생도 소중하다. 


현재의 건강하고 가벼운 몸 

한 아이에게 집중하는 부부의 삶 

남편과 어느 정도 맞춰진 육아 밸런스


=> 현재가 행복하다고 해서 구태여 겪지 않아도 될 고난을 계획하지 말자. 

=> 그저 현재의 행복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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