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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음 Aug 15. 2022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팬케이크를 굽는다.


최근에 아는 분이 알려주셔서 '블랙 독'이라는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재미나게 보는 중이랍니다.

한국에서 예술 학교 교과 강사로 일한 적도 있지만, 드라마로 보니까 훨씬 더 재미나네요. 드라마' 미생'의 학교 버전이랄까. 그런데 드라마이기에 과장된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직장으로서의 한국학교와 미국 학교 문화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네요.


다른 점: 권위적으로, 큰소리로 혼내거나, 서로 싸우는 선생님들 아직까진 못 봤습니다.


큰소리로 야단치는 교장선생님, 뜻이 다르다고 회의 중에 싸우는 선생님들이요?

저는 여기저기 미국 학교에서 가르쳐봤지만, 큰소리 나는 경우는 아직 못 봤습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일수록 대화로 합니다. 매우 조근 조근...

아시죠? 정말 어려운 대화나 예민한 문제일수록,  침착하고 조용한 게 훨씬 더 무섭습니다.


그렇지 않고 너무 큰일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선생님이 안 보인다거나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무슨 이유인지, 왜인지 잘 캐묻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 시피, 공립학교 선생님이라고 무조건 못 자르는 것 아니랍니다. (미국 학교 종신제(tenure)에 대해서 다음에 또 설명드릴게요.)


여하튼, 내 의견과 다르다고, 회의 중에 말 끊거나 그런 일 많지 않습니다. 아마 선생님들조차,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배운 토론문화가  잘 잡혀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리더쉽

그런데 그 학교의 리더쉽이 누구냐에 따라 매우 다르겠지만,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은 매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입니다. 한 예로, 지난 학기 말, 학교에서 전체 선생님들 종강 브런치 파티 때(선생님들 각자가  도넛, 커피, 머핀, 주스, 과일  등을 미리 사인 업하고 가져옴), 본인  집에서 전기 프라이팬 가져와서 선생님들 위해 앞치마 두르고 팬케이크 구우셨습니다.  너무 스위트하시죠?


그렇다고 권위가 없나? 아닙니다. 교장 선생님, 교감선생님 등 관리자 (administration)에 주어지는 권위가 분명히 있습니다. 선생님들 뽑고, 자르고, (물론  저분들 혼자서 결정하지 않습니다. 청빙 위원회가 항상 있습니다. 선생님 한 명 뽑을 때도.),  위기 상황 등 어려운 일 들을 핸들링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비슷한 점: 튀지 않는 조직생활이 중요하다. 잘 묻어갈 수 있는지.

드라마 '블랙 독'에서 배우 서현진이 연기한 신입 기간제 선생님 역할은 참 매력 있습니다. 적응하느라 힘들고 불의는 일단 막아야 겠고...

그런데,  드라마 안에서, '나서지 않는  중요하다'라는 교무부장의 말씀이 다가옵니다. 맞는 일이라도, 혼자만  내서 해결해 점수 따기보다, 그야말로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늦더라팀워크로 같이 일을 하는  중요하기 때문에, 튀지 않고, 일처리를 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tenure 받기 전까지 보통 4-5년은 말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하고 천천히 배우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아직 그렇고요.


이건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일 수 있겠네요. 일하는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직장에서만의 문화와 분위기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 중화돼가는 것도 능력인 듯합니다.


(참고: 선생님들 끼리 호칭도 그냥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 혹시 모르셨다면 아래 글을 클릭하세요.)




*각 카테고리 안의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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