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정치의 무대가 아니라 교육의 나침반이 되어야

정쟁 너머, 교육의 현장과 미래를 바라보는 ‘실질적 감사’로 나아가야

가을, 감사의 계절에 묻는다

가을이 되면 해마다 어김없이 대한민국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각 시·도교육청은 그해 행정의 공과(功過)를 평가받고, 교육감은 국회 교육위원회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교육청은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을 넘어 막대한 예산과 인사권, 정책 집행력을 가진 교육의 핵심 행정 주체다.

국정감사는 바로 이 막강한 권한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그러나 국정감사의 취지가 현장에서 얼마나 살아 숨 쉬고 있는지는 언제나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올해 국회 교육위원회의 감사는 자정을 넘길 만큼 열띠었지만, 본질적 교육 논의보다는 정파적 공방으로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감사의 초점이 ‘교육의 방향’이 아니라 ‘정치의 소모전’으로 흐를 때, 국민은 실망하고 교육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자료 중심의 피상적 감사에서 실질 검증으로

국정감사는 본래 ‘자료에 기반한 행정 검증’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수도권 교육청은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속해 있는 만큼, 이 지역 국감은 국가 교육정책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서울·경기·인천의 교육행정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은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격차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실제 국감은 방대한 자료 제출 요구로 행정과 학교 현장에 부담을 안기면서도, 정작 그 자료를 토대로 정책의 맥락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출 자료 중 일부는 실효성이 낮거나, 행정적으로 취합하기 어려운 항목도 있다. 따라서 국감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의원실과 교육청 간의 사전 협의, 핵심 데이터에 집중한 검증 구조가 필요하다. 학교 현장의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감사의 본질인 정책 검증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언론의 조명 밖, 진짜 교육 쟁점 발굴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만이 감사의 조명을 받는 현실도 아쉽다. 교육 정책의 진짜 문제는 종종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지 않는 ‘언론의 사각지대’에 숨어 있다.

예컨대 학교폭력 대책의 실효성,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제 적용 상황, 고교학점제의 구조적 문제, 사교육비 증가와 기초학력 미달 문제, 정서위기학생 지원체계 등은 단순한 단건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과제다. 이처럼 교육정책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파급력 있는 사안을 발굴하여 감사의 중심에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정감사가 단지 행정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잘 알지 못했던 교육의 구조적 맹점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때 그 가치가 살아난다.


과거 지적을 넘어 미래를 여는 감사로

국정감사는 행정의 과오를 지적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입시제도 개편, 사교육비 급등, 학력 격차 심화, 정서위기학생 증가, 교권 침해, 미래 교육 준비 부족 등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해묵은 난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행정의 잘못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회와 교육청,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미래를 위한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AI 사회 전환기, 교육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육이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 된다.

따라서 국정감사는 ‘과거의 잘못 찾기’가 아니라 ‘미래의 방향 제시’라는 공적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가 아닌 교육의 나침반으로

국정감사는 단순한 연례행정이 아니다. 국회의 감시와 균형은 투명한 행정을 가능하게 하고, 교육청은 이를 통해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 공방의 무대가 되어버린 감사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교육은 지금 복잡하고 어려운 전환기에 서 있다. 사교육비 급등, 교권 문제, 기초학력 미달, 교육 격차, AI 시대의 교육 전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이런 시기에 국정감사는 교육의 본질적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정치가 아니라 교육에 집중하는 감사, 정쟁이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는 감사,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감사가 절실하다. 국민의 대표자와 교육행정이 함께 책임을 나눌 때, 진정한 교육개혁의 문이 열린다.


2025. 10. 22.(수)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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