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소질 없다.
우울함과 친해지고 싶지가 않다.
우울이라는 두 글자는 늘 낯설고 싫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아픔.
혼자 있어도 더 혼자이고 싶을 때
그때 떠나는 것 같다.
나를 괴롭히는 나 자신과 더 마주하기 싫어서
그래서 슬픈 나로 마침표 찍는 것 아닐까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곳에 내가 없고
내가 듣고 싶은 소리에 공기조차 없으며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으며
숨을 쉴 때와 숨을 거둘 때의 차이가
아무 간극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공허함만이 나를 감쌀 때
연기처럼 사라져도 될 듯한
그런 자유함에 대한 그리움
그 때문에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