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

by 털찐 냥이

나는 아직 정식 작가가 아니다. 창피하지만 아직도 작가가 되지 못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6년도 더 넘은 것 같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매번 시작과 중단을 반복했다. 제대로 글을 다 엮어내지 못하고 매번 포기했다. 시작이 반 이라지만 나름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서 글을 시작해도 내 글은 비참하게도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시작하기 전의 나와 글을 쓰면서의 나, 이 둘은 차이가 컸다. 어쩌면 이렇게도 나의 뇌가 당황스러울 수가 있을까.


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은 중학교 때부터였다. 교실에서 책을 읽다가 ‘어른이 되면 책을 꼭 낼 거야’ 다짐을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강렬하게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은 없었다. 꼭 작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쓴 종이책을 손에 쥐고 싶었다. 마음 한편에 묵묵히 꿈을 접어놓고 한 참을 잊고 살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글을 도전해 보았다. 아싸! 한 번에 브런치에 입성했다.


주뼛거리며 문을 노크하니 스르륵 열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재능이 있구나.’ 혼자 착각을 했다. 의욕은 치 주옥같은 글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올 기세였다. 가뿐히 참기름 병을 들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고소하고 샛노란 기름이 콸콸 부어지듯이 쉽게 글감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브런치 입성과 함께 용기가 솟아났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참기름은커녕 콩기름도 나오지 않았다. 누구는 재수 삼수 도전 끝에 브런치에 입성했지만 지 두세 편의 글밖에 지 않았는데도 출판사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고 했다. 부러웠다.


나는 올해 또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도대체 몇 번째 시작인지 모르겠다. 내 몸뚱이를 찜 쪄먹으려고 작정한 듯한 한 여름의 지독한 더위와 얼굴의 피부염으로 시작해서 다리에 오른 풀독 그리고 아토피처럼 번진 전신의 알레르기 공격에 마음이 지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다. 그리고 드디어 마무리를 했다. 여름 끝자락,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브런치 북으로 만들고 있다. 동안 글을 공개하면서 몇 편은 예상치 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을 해주었다. 그중에는 깊이 진심을 담아서 쓴 글도 있고 너무 사소해서 나에게만 재밌을 것 같은 글도 있었다. 비록 전체적으로 내 글들은 은 시선을 받지는 못했지만 내가 꼭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최선의 글로 마무리했다.


올해는 미약하지만 브런치 북으로 엮을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썼다. 시간을 들이고 생각을 녹이고 마음을 내어서 썼다. 그리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내가 기특했다. 쓰기 전의 나와 글을 쓴 후의 나는 달랐다. 작은 성취가 있었다. 형태 없이 떠도는 희미한 생각들을 한 올 한 올 잡아서 엮어낸 나에게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나는 아직 정식 작가가 되지 못했다. 남들은 쉽게도 책을 내는 것 같은데 나는 매번 시작만 반복해 왔다.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 브런치는 마치 개월동안 문을 열지 않다가 다시 방문을 열면 깨끗한 책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 같다. 여기 브런치에는 나의 방이 있다. 오늘도 책상에 앉아 글을 써본다. 이번에는 또 다른 주제로 시작해 본다. 이곳에는 언제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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