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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Sep 08. 2024

뭐 할 거 없니?

“뭐 할 거 없니?”

“숙제 없니?”의 다른 말이다. 게임 그만하고 공부도 좀 하라는 말, 놀고 있다가 학원 숙제 안 할까 봐 걱정하는 말이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알아서 안 할까 봐 그렇지!”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았다. “예전에는 진짜 숙제가 없다고?”라고 물어봤었다. 막내 위로 언니, 오빠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알아서는 하는데 공부를 하는 건 아니었다.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 하는 거고, 공부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이 있으면 다른 길로도 갈 수 있으니, 나도 더 이상 똑같은 돌림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가끔 재미 삼아 “뭐 할 거 없어?”라든가 “숙제 없니?”라고 물어볼 수는 있겠지….     


“늘 똑같은 대답이네!”

“그럼 다르게 말해! 엄마가 보태주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딸은 숙제를 대신해줄 거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한다. 공부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는 거다. 

나는 딸에게 미소를 보냈다.      


막내가 심심해서 “고양이 카페 가고 싶어!”, “마라탕 먹고 싶어!”라고 말할 때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것이고, “학교 가기 싫어!”, “학원 가기 싫어!”라고 돌림노래를 계속 부르는 것은 나도 학창 시절에 겪은 것처럼 그곳의 생활이 즐겁지 않은 거다.  그리고 말로 뱉어내서 “그래도 가야지!”라는 막내의 자기 최면이기도 하다. 아이가 이런 말을 할 때 잘못 답했다가는 불똥이 튄다. 아예 말하지 않고 가만있는 게 낫다.


그래서 요즘엔 걱정하기보다 딸이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둔다. 엄마는 직감으로 아이가 정말 힘들면 표정과 말투가 다르다는 걸 안다. 그때는 내가 나설 차례다.  

“오늘 하루는 맘껏 쉬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엄마 때는 힘들어도 갔어!”라고, 말하는 순간 “세대 차이 난다.”, “엄마는 내 마음 너무 모른다.” 등등 딸은 내게 등을 돌리게 된다. 아이를 생각하는 게 아이가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길인 것 같다.    

 

딸이 공부할 땐 조용히 해주고, 놀 때도 가만히 두는 게 상책인 것 같다. 딸도 계획이 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이랬으면 좋겠고 그러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아이가 엄마와 똑같은 마음이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더 좋은 방법이 생기면 아이에게 권해주기도하는, 아이와 소통이 잘 되는 엄마가 되는 게 최고의 엄마가 되는 길인 것 같다.     


“뭐 할 거 없니?”

나도 딸이 자주 얘기하는 것처럼, 엄마가 돼서 입에 붙은 말인 것 같다. 농담으로 가끔 즐겁게는 말해도 아이에게 나무라는 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딸은 이런 관심의 말을 더 좋아할 거다.

“뭐 하고 싶어?” 

“맛있는 거 해줄까?”

"응, 무슨 일인데?"

"용돈 넣었어, 맛난 거 사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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