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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후숙해, 말아?

단호박을 늙은 호박처럼 후숙 해 먹어도 될까?

이 번이 두 번째였다.

일부러 한 후숙은 아니지만, 바구니에 담아서 장식으로 보다가 이렇게 됐다. 안 먹고 보고 있는 것이 더 풍족하고 든든한 느낌!

'이 호박은 관상용이야.'


결혼 초기에 볶음밥을 만들 때 송이버섯을 넣은 일로 남편과 다툰 적이 있다. 남편은 상상할 수 없고 이해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귀한 송이버섯을 볶음밥에 넣을 수 있어? 아주 조금씩 찢어 향기를 음미하며 먹는 거라고. "

남편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다 상해요! 더 놔두다간 못 먹을까 봐 다른 채소랑 같이 넣은 거예요. 이것도 버섯이라고요."

남편은 버섯을 두 가지로 나누는 듯했다. 그냥 먹을 수 있는 모든 버섯과 송이버섯. 송이버섯은 버섯 위에 있는 것이었다. 송이버섯도 선물 받아 산 것이 아닌데, 남편은 아까워했었다.

그때와 지금의 일은 좀 다르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의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섞는 줄 모르고 송이버섯이 냉장고에 있으면 그저 좋고, 향기가 느껴지고 배부른 마음, 바라만 봐도 족한 마음.'

이렇게 단호박을 후숙 해서 못 먹을 정도까지, 잘못한 걸 알게 돼서야 나는 깨닫는 걸까? 남편은 반대로 내 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단호박은 후숙 해도 될까, 안 될까?

정답은 No!

이렇게까지 후숙을 해서 먹는 건 절대 추천 안 한다.

맛이 상해서 써질 수 있고.(첫 번 후숙 해서 먹어봤을 때 그랬다.)

호박씨한테는 좋을지 모르지만, 단호박 자체는 부피도 줄어들고 단 맛이 더해지는 것도 아니라서 여러모로 단점이 많다.


이번에 단호박을 두 번째로 과후숙을 하고 걱정반 실험반의 마음으로 쪘다.



눈을 찔끔 감고 먹었는데, 먹을만했다. 다행이다. 이 정도로 후숙 하면 무조건 쓸 거라고 생각한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래도 세 번째 과후숙은 없다!

단호박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 못 먹고 버릴 것 같아 양심에 걸렸다.

그래도 남편과 다퉜던 그 시절로 돌아가, 남편을 이해하게 된 일이 감사하다.

과후숙의 오늘이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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