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고구마, 점심은 오므라이스, 저녁은 라면.
오늘 막내의 식사 메뉴다. 저녁을 7시에 차려서 먹었는데, 샤브샤브였다.
막내는 저녁 메뉴를 묻더니 샤브샤브가 싫다며 6시 반에 먼저 라면을 먹었다.
한 달에 한 번 사주는 마라탕을 못 먹게 되자, 딸은 라면을 자주 먹었다. 뿌셔뿌셔 과자처럼 수프를 면에 뿌려 먹기도 하고, 라면을 끓이기 싫은 딸은 봉지에 온수를 부어 덜 익은 것을 먹기 일쑤였다. 오늘 저녁도 그랬다.
가족이 저녁 먹을 때 딸을 불렀는데, 배부르다며 사양했다. 나는 혹시 나중에라도 먹일양으로 딸의 몫을 남겨뒀다.
밤 10시가 넘었다. 나는 딸에게 냄비 째 가져가 보여주며 호객행위를 했다.
"샤브샤브 남았는데, 먹을래? 말래?"
"안 먹어!"
"국수도 넣어줄 수 있는데. 알았어, 가져간다!"
막내가 싫다면 더 권하면 안 된다. 절대 안 먹는 청개구리병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나와, 샤브샤브를 냉장고에 넣으려는데 딸이 말했다.
"아니, 먹을래!"
나는 예전과 다르게 화가 안 났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늘은 승리다. 나의 계획이 맞아떨어졌다.
나는 얼른 국수를 삶아 끓인 샤브샤브 육수에 넣고 야채와 고기도 살짝 데워 딸에게 바쳤다.
"야르!"
딸이 마라탕 받을 때처럼 흡족해했다. 이렇게 잘 안 먹던 딸을 달래서 좀 더 먹이려는 엄마의 계획이 빛을 발하고 있다.
"먹어!"가 아니라, "먹을래, 말래?"의 선택지. 그리고 딸이 좋아할 밥대신 면을 권하는 게 신의 한 수!
엊그제 딸이 꿈을 꿨는데, 해안가 꽃집에서 파란색 큰 팬지꽃 하나를 사서 나와 같이 들고 오는 꿈을 꿨다고. 딸은 태몽이 아니냐며 호들갑 떨며 주변 사람을 찾았다. 나는 아닐 거라고 말했다.
내 생각엔 아마도 딸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엄마 말에 무조건 반대하는 습성에서 서로 좋은 건 찬성하는 쪽으로.
내가 딸을 청개구리로만 보지 않고 긍정이로 보면, 딸도 나를 마녀로 보지 않고 착한 요정으로 볼 거라 믿는다.
막내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