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딸의 집에서 근 한 달을 지내다 왔다. 28개월 된 손주와 돈독한 정 맺기가 제1 목적이었다. 결과는 달성한 것도 아닌 것도 아닌 반반? 참 애매모호하다.
가장 큰 이유는 넘사벽 안티(입주 가정부 호칭)가 사이에 있기 때문이었다. 42살 필리핀인 그녀는 한마디로 교양이 넘친다. 영어도 따따따 잉글리시가 아니다. 발음도 좋고 표현력이 좋다. 식사, 청소, 빨래, 목욕 씻기기 등 아이의 잡다한 뒷치닥거리 뿐 아니라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더불어 놀아주고.. 때로 잠자리도 함께한다. 손주 라온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미 장성한 세 아들의 엄마인 안티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와 초등학교 교사 경력까지 있다고 한다. 떼쓰는 라온이를 차분히 설득시키는 모습에서 할머니로서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결국 싱가포르를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손주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다.
나 : “할미 좋아?”
라온 : “I love auntie the best!”
안티 : “Laon! you love grandma. She’s going back to Korea today.”
나 : I envy you auntie! Laon always says like that!
언제까지 손주가 안티와 함께 지내게 되려는지 모르지만..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서의 관계를 넘어,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으로서 이렇게 따뜻한 사랑을 듬뿍 나누며 살아가길 기도한다.